언제부터인가 병원에서 '간호원'이라는 호칭이 사라졌다. 이젠 모두 '간호사'라고 부른다. 의사와 간호사는 교사와 마찬가지로 '스승 사(師)'를 쓴다. 그런데 왜 초·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은 교사 즉 '가르치는 스승'이라 일컫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은 '줄 수(授)'를 붙여 교수라고 부를까? 대학의 선생은 애당초 지식이나 전해줄 뿐 언감생심 스승이 되려 하지 말라는 뜻인가? 스승 됨이 부러워 '교수 선생님' 즉 '교수사(敎授師)'라 불러 달라 하려니 그건 '예법을 가르치는 승려'를 일컫는 호칭이란다.
이 땅에 딸 가진 부모들이 사윗감으로 좋아한다는 '사'자 돌림 직업 의사(醫師), 박사(博士), 판검사(判檢事)는 제가끔 다른 '사'를 쓴다. '선비 사(士)'는 어떤 특정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접미어 중에서 목수와 소방수의 '손 수(手)'나 직원과 공무원의 '인원 원(員)'에 비해 훨씬 존대하는 호칭이다. 그런데 판사와 검사의 '사(事)'자는 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커녕 그저 '일' 그 자체를 일컫는다. 왜 같은 법조인인데 민간 부문에서 일하는 변호사에게는 선비의 호칭을 붙여주고 공공 부문에 종사하는 판사와 검사에게는 그저 일만 잔뜩 안겨준 것일까?
호칭에 대한 유감이 많기로는 과학자가 으뜸일 듯싶다. 똑같은 영어 접미어 '~ist'를 쓰건만 예술가(artist)에게는 그 방면의 지식이나 솜씨가 남보다 월등하다는 의미로 '집 가(家)'를 헌납하고 왜 과학자(scientist)에게는 좀 얕잡아 이르는 호칭인 '놈 자(者)'를 붙여줬을까? 노름꾼이나 구경꾼처럼 어떤 일을 전문적 또는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을 일컫는 '꾼'을 가져다 붙인 '과학꾼'쯤으로 들린다. 섭섭하기로는 학자(學者)나 기자(記者)도 만만치 않으리라. 그렇다고 '학가'나 '기가'로 부를 수는 없겠지만, '과학가'는 사실 그리 어색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