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7. 13:04ㆍ一般
2000년대 초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이 조어대(釣魚臺) 국빈관에 초대받았다. 무장 경찰이 지키는 정문을 지나고 울창한 숲길을 돌아 사계청(四季廳)에 다다랐다. 복도엔 빨간 카펫이 깔렸고 홍목(紅木) 가구와 도자기, 서화들이 고급스러웠다. 최고 요리사들이 차리는 열 가지 남짓한 요리는 배가 불러도 물리지 않았다. 옆이 트인 치파오(旗袍) 차림 여성 복무원들은 찻잔과 술잔이 비기도 전에 가득 따랐다.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 베이징 서북쪽 조어대는 42만㎡ 숲에 5만㎡의 호수 옥연담(玉淵潭)을 끼고 있다. 이름은 900년 전 금(金) 황제 장종이 축대를 쌓고 낚시를 즐긴 데서 유래했다. 청(淸) 황제 건륭은 옥천산 연못물을 끌어들여 호수를 만들고 행궁을 지은 뒤 '釣魚臺'라는 현판을 직접 썼다. 역대 황제의 별장이자 낚시터였다가 1949년 공산 정권이 들어선 뒤 외국 원수가 묵는 영빈관이 됐다.
▶ 조어대 안에 있는 별장 열여섯 채는 솔숲에 싸여 다른 건물에 누가 묵는지 알 수 없게 돼 있다. 직원들도 '몇 호 손님'이라고만 부른다. 그중에 경치가 가장 좋은 곳이 18호 별장 총통루(總統樓)다. 핑퐁 외교 끝에 중국을 방문한 닉슨부터 레이건·부시·클린턴에 이르는 미국 대통령,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대처 총리, 아키히토 일왕이 묵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도 거쳐 갔다. 김일성이 덩샤오핑을 면담하고 김정일이 하룻밤 자기도 했다. 한·중 수교를 위한 첫 비밀 회담도 열렸다.
▶ 중국이 외국 원수를 옛 황제 별장에 묵게 하고 최고 음식과 서비스로 환대하는 것은 오랜 외교술이다. 왕조시대 동아시아 중심국 중국은 공물을 받는 조공과, 신하(臣下) 나라 임금으로 명하는 책봉으로 주변국을 관리했다. 사신을 융숭하게 대접하고 바친 공물보다 더 많은 선물을 안겨 보냈다. 자기 나라에 돌아가 중국을 칭송하게 하려는 뜻이었다. 당 태종은 문성공주를 토번국(티베트) 왕에게 시집보내 토번을 사위 나라로 삼았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26/2013062603967.html 지해범 논설위원 입력 : 2013.06.27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