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9. 17:09ㆍ人間
소강절(邵康節,1011~1077), 중국 송대의 유학자이자 시인으로 중국 송대의 유명한 학자였다.
소강절은 젊어서 과거에 급제하여 이십대에 벌써 상서의 지위에 올랐으며, 문장이 빼어나고, 시를 잘 지었을 뿐 아니라 주역에 아주 밝았고, 학문이 높아 전국적으로 이름난 사람이었다.
그런데, 공부하느라고 이십대 후반에 가서야 겨우 장가를 가게 되었으며, 결혼 후 신부와 첫날밤을 맞이하고 너무 긴장한 탓인지 새벽 일찍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아직 닭은 울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해서 심심하던 차에 산가지(주역으로 점을 치는 젓가락 같은 모양의 도구)를 뽑아 자신의 점을 치게 되었다.
신혼 첫날 비록 하룻밤을 지냈지만, 과연 자신의 아이가 잉태했을까 궁금했던 것이다.
점을 친 결과 아들이 보겠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행이었지만, 그러나 아직 닭은 울지 않고, 날이 새려면 멀었다. 그래서 그 아들의 평생 운수를 점쳐보았다. 아들은 자기보다는 못해도, 부귀영화를 누리며 잘 살 팔자였다.
또 이 아들이 낳을 내 맏손자는 어떤 운명을 타고 살아갈까가 궁금해졌다. 그 아이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이렇게 한대한대 점쳐내려 가서 5세손에 이르렀는데, 5세손은 중년에 이르러 '역적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할 수 있는 운명이라는 점괘가 나왔다.
이렇게 점을 쳐보는 가운데 어느덧 날은 새고, 그 날 이후로 소강절은 평생 그 일을 고민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드디어 소강절도 늙어서 임종을 앞두게 되었다.
아들, 손자, 며느리, 손부 등을 모아 놓고 유언하는 자리에서 맏며느리에게 비단으로 싼 함을 하나 내어 주면서 "앞으로 살아가다가 집안에 무슨 큰 일이 생기거든 이 보자기를 풀어 보거라. 만약 너의 대에 큰 일이 생기지 않거든 네 맏며느리에게 물려주고, 그 맏며느리 대에 아무 일이 없으면 또 다음 대의 맏며느리에게 물려주고 하여, 대대로 이함을 전하라." 고 하였다.
유언은 실행되었다.
맏며느리에게서 다음 맏며느리에게로 함은 전달되었다. 그런데, 5세손부에게 와서 정말 큰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 남편이 느닷없이 역적 누명을 덮어쓰고 감옥에 하옥되었던 것이다. 역적은 멸문지화를 입을 것이 뻔하므로 집안이 아예 망해버릴 순간이었다. 백방으로 구명할 길을 찾았으나 방법이 없었다.
밤새 끙끙 앓던 5대 손부는 새벽녘에 갑자기 시어머니의 유언이 생각났다. 급히 벽장을 열어 함을 꺼내어 비단 보자기를 풀어보니, 거기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지금 잠시도 지체하지 말고 이함을 형조 상서에게 전하라"
손부는 급히 집사를 불러 의관을 갖추고, 함을 들려 형조 상서를 찾아가서 전하라고 하였다.
낙양성 중에서도 형조 상서의 집은 거리가 좀 먼 곳에 있었지만 집사는 달리다시피 하여 그 집에 당도했다. 형조 상서는 마침 아침을 먹고 의관을 차려 입고 입궐을 준비하던 참이었는데 하인이 와서 아뢰기를
"소강절 선생의 유품을 가지고와서 나리를 뵙고자 청하는 사람이 왔습니다."
형조 상서는 그 말을 듣고 비록 100여 년 전에 작고했지만 워낙이 명망이 높은 대 정치가요 문장가이자, 큰 학자요 대 시인이고, 특히 동서고금을 통틀어 주역에 완전 달통하여 천지가 돌아가는 운수와 사람의 길흉화복은 물론, 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한 손바닥에 꿰고 있던 분의 선물을 방안에 앉아서 받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당까지 나아가 돗자리를 깔게 하고 한 쪽 무릎을 꿇고서, 그 유품을 받았다.
유품을 받는 순간, 자기가 방금 앉아 있던 사랑채가 통째로 폭삭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형조 상서는 급히 함을 열어 보았다.
함 속에는 아무 것도 없고 글자 열자가 쓰인 하얀 창호지 한 장만 뎅그러니 들어 있었다.
상서는 재빨리 펼쳐 보았다.
그 창호지에 적힌 글은 놀랍게도 활여압량사 구아오세손("活汝壓樑死 救我五世孫)" 이라 적혀 있었다. 즉, '당신이 대들보에 깔려 죽을 것을 살려주었으니, 당신은 즉시 나의 오세손을 구해 줘라'는 뜻이다.
형조 상서는 즉시 지시에 따라 재수사를 하여 5대 손의 무죄함이 밝혀졌으니, 이 얼마나 묘하고 묘한 일인가?
소강절은 평생 동안 자기 자손을 구하기 위해 5세 손자 대에 살아갈 모든 사람들의 점괘를 뽑아 보고 대들보에 깔려 죽을 형조 상서의 운수를 알아냈던 셈이다.
하늘과 땅이 함께 놀랄 일이 이보다 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러한 내용이 과연 인간의 영역으로 단정 지을 수 있을 것인지, 또 우주를 관장하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게 된 인간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라 해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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