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모의 유서

2017. 12. 28. 11:23受持

 

자네들이 내 자식이었음이 고마웠네.

자네들이 세상에 태어나 나를 '어미'라 불러주고,

젖 물려 배부르면 나를 바라본 눈길에 참 행복했다네…

지아비 잃어 세상 무너져,

험한 세상 속을 버틸 수 있게 해줌도 자네들이었네.

병들어 하느님 부르실 때,

곱게 갈 수 있게 곁에 있어줘서 참말로 고맙네.

자네들이 있어서 잘 살았네.

자네들이 있어서 열심히 살았네…

딸아이야, 맏며느리, 맏딸노릇 버거웠지?

큰애야… 맏이노릇 하느라 힘들었지?

둘째야… 일찍 어미곁 떠나 홀로 서느라 힘들었지?

막내야… 어미젖이 시원치 않음에도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고맙다. 사랑한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2017년 12월 엄마가)

 

광주의 70대 노모(老母)가 죽음을 앞두고 3남1녀 자식들에게 남긴 가슴 저미는 유서가 엄동설한 속에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나씨의 유서가 되어 버린 이 글은 단 14줄. 그러나 노모의 자식사랑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애틋하고 숙연했다. 지난 19일 광주의 한 성당 장례미사에서 이 글이 낭독되자, 장례식장은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나씨는 40대 초반, 시청 공무원이던 남편을 암으로 먼저 떠나보낸 뒤 35년 간 수절하며 소천하는 그날까지 자식들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한 유족은 “어머니는 신앙심이 깊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안 한 깔끔한 분”이라며 “어머니의 한없는 자식사랑과 희생적인 삶에 가슴이 미어져 이 글을 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고인은 전남 함평군 대동면 선산의 남편 묘소 옆에서 영면했다고 한다.

어느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회고

Park Kyoung-Su

[아버지]

91세의 아버님께서 방금 소천 하셨다.

(중략)

나의 아버지는 나를 낳으셔서 나의 시작이 되셨고, 희생으로 나를 기르셨고, 엄한 선생으로 8남매의 자녀들을 가르치셨으며 세상에서 가장 온유하신 모습으로 나의 존경의 대상이 되셨다.

그리고 수 십 명의 자녀와 손자와 증손들의 조상이 되셨다.

비록 오늘 유명을 달리하신 나의 아버지는 성경 속에 아버지란 단어가 가진 모든 뜻에 가장 충실하신 진정한 나의 아버지셨다.

나는 이 아버지를 통해서 우리를 향하신 하느님의 자애와 끝없는 사랑과 엄한 공의와 온유하신 성품을 보았고 아들과 하나 되신 참 아버지를 알게 되었다.

오늘도 나는 아버지의 부끄럽지 않은 아들로 살 수 있기를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