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9. 16:40ㆍ法律
뺑소니 성립요건
대법원, 뺑소니 성립요건 엄격 해석, "치료받지 않아도 될 정도면 뺑소니 아니다"
교통사고 피해자의 상처가 가벼워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면 말다툼을 벌이다 가해자가 현장을 이탈했더라도 뺑소니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3일 추돌사고 후 피해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현장을 이탈한 혐의(특가법 도주차량 등) 등으로 기소된 A(41)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2주 치료를 받으면 되는 정도에 불과한 데다 외상도 없었고 1주일분 처방약 외에 별다른 치료 없이 통증이 없어진 점, 언쟁을 벌이다 피해자가 신고를 하려고 하자 현장을 이탈한 점 등을 종합해 실제 구호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적절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고 경위와 내용, 상해 부위, 사고 운전자의 과실 정도, 사고 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 도로교통법 50조1항에 의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으면 이 규정의 의무를 이행하기 전 사고 현장을 이탈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구 도로교통법 50조1항은 교통사고 시 운전자나 승무원은 곧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현행 도로교통법 54조도 이 조항을 그대로 담고 있다.
재판부는 “이 조항의 취지는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해주는 것이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사고가 난 점 등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5월에도 부상 정도가 가벼운 피해자를 남겨두고 현장을 떠났다가 뺑소니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등 뺑소니 성립 요건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력 : 2007.04.03 09:23
판례로 본 뺑소니
"피해자 다친 곳 있는지 확인하고 인적사항 남겨야"
도주차량죄(이른바 `뺑소니`)를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해자가 다친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자신의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알려줘야 한다. 대법원은 27일 도주차량에 관한 대법원 판결 경향을 정리하면서 도주차량죄를 피하기 위한 주의사항을 마련하고 이같이 당부했다.
다음은 대법원에서 밝힌 판례로 비춰본 도주차량죄를 피하기 위한 주의사항이다.
◇ 사고를 낸 경우에는 반드시 차량을 정차해 피해자와 피해차량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 피해자의 상태가 중하다면 곧바로 구급차를 부르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 피해자의 상태가 중하지 않다고 판단되더라도 반드시 피해자에게 다친 곳이 있는지를 질문해 확인해야 한다. 이때 피해자가 병원까지 동행할 것을 요구한다면 반드시 그 요구에 응하여야 하며 혹시 피해자가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겠다고 말하더라도 거듭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피해자와 담당 경찰관에게는 반드시 자신의 성명과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알려줘야 한다.
◇ 피해자 또는 담당 경찰관이 자신의 차량번호를 알고 있다는 점만 믿고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리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 간혹 피해자와 사이에 사고발생 책임을 놓고 언쟁을 벌이다가 구호의무나 신원확인의무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사고 당시 감정적인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뺑소니의 책임까지 부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쌍방과실로 인한 사고의 경우에는 사고 당사자 모두에게 사고 후 조치의무가 있으므로 혹시 자신의 과실이 적다는 이유로 구호의무나 신원확인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한다. 이데일리 조용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