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네이버는 무엇인가

2013. 10. 15. 12:59INFORMATION&TECHNOLOGY

[기고/이상래]우리에게 네이버는 무엇인가

최근 국회의원들이 기업인들을 무차별적으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흥미로운 이야기가 섞여 있었다.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국감장에 불러내는 민주당이 유독 네이버 대표의 증인 채택만은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서민을 위한다는 민주당이 갑 중의 갑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네이버를 굳이 싸고도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보도를 계기로 잠시 ‘우리에게 네이버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네이버는 단순히 e메일 계정을 무료로 제공하고 우리가 필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이웃 같은 존재인가? 아니면 우리의 사고를 자신의 의도대로 상당 부분 지배하는 빅 브라더의 하나인가?

답변은 간단하다. 즉, 네이버는 전자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후자라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불편하다고 하는 이유는 첫째, 네이버를 빅 브라더로 키운 것은 바로 이용자 우리 자신이고, 둘째, 네이버에 의해 상당 부분 우리의 의식과 사고를 부지불식중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놓고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가진 근본적 문제는 포털사이트로서의 본분을 망각했다는 점과 지나친 탐욕에 빠졌다는 점이다. 검색과 광고가 구분이 안 된다든지, 검색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검색 결과가 아니라 네이버가 보여주고 싶은 결과가 우선 노출되도록 조작을 가하는 행위 자체가 바로 포털로서의 본질을 망각한 행위다. 네이버가 탐욕에 빠졌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느 기업이든 일정 정도의 욕심 없이 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탐욕은 ‘타인과 공공의 정당한 이익을 해하지 않는 수준까지’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네이버는 끊임없는 탐욕으로 비판을 받아 왔다. 더욱이 네이버는 한게임이라는 사실상의 도박장에서 오늘날의 네이버로 도약하는 밑천을 벌어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수개월 전부터 필자는 10여 년을 사용하던 네이버 메일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당연히 홈페이지도 바꾸었다. 개인적 취향의 문제도 있지만 ‘잘나가는 네이버의 지나친 오만함’에 대한 소시민으로서의 반감이 작용한 탓이기도 하다. 필자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 네이버를 바꿀 수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네이버가 이용자를 자신의 진정한 이웃으로 대하지 않고 단지 지나가는 뜨내기 취급을 하며 무시한다면 일순간 깨어난 이용자들의 반발에 직면치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하나로 성장했고 또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는 네이버가 자신들의 우매함과 탐욕 속에 무너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필자가 네이버 메일 계정을 다시 애용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래 사회공헌네트워크 (www.csrn.kr) 대표 http://news.donga.com/List/Column/3/04/20131015/58215964/1 기사입력 2013-10-15 03:00:00 기사수정 2013-10-15 03:2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