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7. 17:56ㆍ職業
범수의 복수
네이버 키웠지만… 네이버에서 밀려나… 이제 네이버 잡으러 나선다.
김범수의 카카오톡, 다음과 합병… 네이버 이해진과 決戰 눈앞에, 대기업 다니던 엘리트 출신
PC방 차리고 고스톱 게임 만들더니 카톡으로 대박, 그의 꿈 어디까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한게임을 창업하고 네이버와 합병했으며, 다시 카카오를 창업한 그가 이번엔 다음과 합병을 통해 포털을 손에 넣었다. 국내 벤처기업인으로서는 드물게 두 번의 창업에서 모두 '대박'이라 할 성공을 거둔 그가 또 모험적인 사업에 나서는 것이다. 이제 그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포털 '다음'이라는 양 날개를 달고 친구이자 '창업 동지'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운명의 결전을 앞두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86학번)를 졸업하고 첫 직장인 삼성SDS에 다니다 1998년 독립했다. 첫 아이템은 PC방 사업. 일반적으로 대기업 출신 엘리트라면 번듯한 사업을 생각했겠지만 그는 달랐다. 일단 돈을 번 다음에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가 서울 한양대 앞에 2억4000만원을 들여 만들었던 PC방은 당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PC방은 수익성이 좋은 신종 사업 아이템이었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PC방 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다른 PC방에 파는 사업을 벌였다. 김 의장은 "PC방보다 PC방 관리 프로그램이 더 이익이 많이 났다"고 회고했다.
점점 돈이 더 모이자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 바로 인터넷으로 즐기는 고스톱과 포커 게임이었다. 이른바 '회색(grey) 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회색 사업이란 불법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비즈니스를 말한다.
당시 수많은 사람이 게임을 개발했지만 도박 게임에 손을 댈 생각을 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천성적으로 게임과 승부를 즐기는 그는 실제 돈이 아니라 사이버머니로 즐기는 온라인 '고스톱' '포커'를 만들었다. 김 의장은 PC방의 컴퓨터 바탕화면에 한게임 게임을 깔면 PC방 관리 프로그램을 무료로 주는 영업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결과는 대성공. 불과 1년 반 만에 1000만명이 한게임에서 고스톱을 치기 시작했다.
성공은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았다. 마땅한 수익모델은 없는데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바람에 회사 운영 비용을 대기가 힘들었다. 그는 대학과 직장 동기였던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회사를 합쳐 NHN을 만들었다. 네이버는 당시 100억 원대 투자를 받아 상대적으로 자금이 넉넉한 상태였다.
그러나 합병 후 NHN을 먹여 살린 것은 오히려 한게임이었다. 2001년 게임은 무료로 제공하되 게임에 사용할 아이템을 파는 모델이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반면 네이버의 검색 서비스는 계속 적자에 시달렸다.
이해진 의장은 당시 상황을 "한게임으로 번 돈으로 검색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03년쯤 네이버가 검색광고로 큰돈을 벌어들일 때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졌다.
정작 네이버가 돈을 벌기 시작하자, 한게임과 김 의장의 입지는 좁아졌다. 고스톱·포커 같은 도박 게임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커졌기 때문이다. 지분으로도 김 의장은 이 의장에 이은 2대 주주였다. 사람들은 '이해진의 네이버'로만 기억했다.
김 의장은 결국 2007년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는 사직서를 남기고 회사를 떠났다. 이후 남궁훈·김정호 등 한게임 대표를 맡았던 주요 임원도 줄줄이 사임했다.
NHN을 떠나며 거머쥔 500억원가량의 자금으로 그는 계속 새로운 벤처기업에 도전했다. 그러나 계속 고배를 마셨다. 동영상·사진 공유 서비스 ‘부루닷컴’, 네이버 ‘지식인’과 비슷한 ‘위지아’ 등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하지만 이런 실패 끝에 카카오톡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 인터넷 벤처 업계에서 큰 성공을 두 번 이상 거둔 사례는 거의 없다.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싸이월드 등 수많은 서비스가 명멸했지만 창업자가 그에 걸맞은 후속 사업을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한게임과 카카오톡을 성공시킨 김범수 의장, 네이버와 라인을 성공시킨 이해진 의장 정도에 불과하다.
카카오톡으로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평정한 김 의장은 포털 사업에 진출해 유·무선 인터넷 생태계를 완성한다는 더 큰 그림을 그렸다. 이를 위해 옛 ‘친정’ 식구들을 대거 데려오기도 했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 홍은택 카카오 부사장 등은 모두 네이버 출신이다.
김 의장에게 네이버는 ‘애증(愛憎)’이 짙은 회사다. 이제 그는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 전 영역에서 네이버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다음은 2000년대 네이버와 가장 치열하게 경쟁했던 라이벌이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26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서 IT 모바일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며 다가오는 네이버와의 결전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5/26/2014052603740.html 백강녕 기자 강동철 기자 입력 : 2014.05.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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