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0. 18:27ㆍ常識
[Why] 5만 원 권 한 장에 특허가 5,000개?
위조방지 장치만 20여개재료비 60%가 특허 로열티
중국 상하이 푸단대(復旦大) 유학생 박대훈씨는 물건을 살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운다. 거스름돈 지폐 상당수가 가짜이기 때문이다.
유학생들은 그래도 사정이 낫지만 멋모르는 관광객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중국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도 위조지폐 안전지대는 아니다. 2002년 발견된 위폐는 3000장 정도였는데 3년 만에 1만장을 넘어선 후 2006년엔 총 2만1900여장의 위폐가 발견됐다. 2007~2008년은 약간 줄어 1만5000여장 정도였다.
비교적 고액인 5만 원 권이 발행된 작년부터는 위조지폐에 대한 경계가 훨씬 높아졌다. 육안으로는 물론이고 위폐감별기로도 구별이 어려운 '초정밀 위폐(슈퍼노트)'를 만드는 세력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조지폐가 모든 국가의 골칫덩이라는 점은 한편으로는 위조방지 기술이 뛰어나면 세계적 특허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폐뿐 아니라 수표, 상품권 등에도 적용될 수 있어 각국은 관련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조폐공사가 공개한 위조방지 장치는 15가지다. 이 중에서 으뜸으로 꼽는 것이 '모션(motion)'으로도 불리는 입체형 부분노출은선이다. 5만 원 권 앞면의 3분의 1 지점에 있는 4개의 점선처럼 돼 있는 부분이다.
거기에 여러 개의 태극무늬가 사방 연속으로 새겨져 있는데 5만 원 권을 좌우로 서서히 젖히면 태극무늬가 상하로 움직인다. 정면으로 서서히 젖히거나 눕히면 태극무늬가 좌우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치다.
청회색 특수 필름 띠에 담긴 이 기술 특허는 어느 나라 것일까. 조폐공사는 "모션은 미국이 특허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면 왼쪽 끝 부분에 은색 띠처럼 붙어 있는 홀로그램도 위조방지를 위한 것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상·중·하 3곳에서 한반도 지도, 태극, 4괘 무늬가 같은 위치에 번갈아 나타나는 방식이다.
특수필름으로 된 이 같은 띠형 홀로그램은 미국, 독일, 일본 등이 특허를 갖고 있다. 5만 원 권에는 국제 입찰을 거쳐 일본의 기술이 적용됐다. 앞면 왼쪽 빈 공간을 빛에 비춰보면 신사임당 인물초상이 떠오른다.
워터마크(watermark)라 불리는 숨은 그림 기술로 5만 원 권에 채택된 것은 조폐공사 특허다. 뒷면 오른쪽 하단의 '50000'이라는 숫자도 지폐 기울기에 따라 자홍색이나 녹색으로 변한다.
색 변환 잉크를 사용했기 때문인데 이것 또한 조폐공사 특허로 등록돼 있다. 앞면 오른쪽 신사임당 초상 옆에는 연꽃처럼 생긴 둥그스름한 문양이 있는데 지폐를 비스듬히 눕히면 무늬 안에 숨겨진 숫자 5가 드러난다.
이 밖에도 신사임당 초상과 월매도, 문자와 숫자 등을 만져보면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시각장애인을 위해 지폐 앞면 양쪽 가장자리에 다섯줄 무늬를 가로로 볼록인쇄한 것 도 조폐공사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금융기관 종사자 등 전문취급자가 위조 식별을 손쉽게 하도록 담은 기술도 있다. 앞면에 그려진 묵포도도(墨葡萄圖) 등은 형광염료로 만든 잉크로 인쇄해 자외선을 비추면 녹색형광 색상이 드러나도록 한 것이다.
특수 필터를 5만 원 권 위에 올려놓으면 액면숫자가 드러나는 '필터형 잠상' 기술도 있다. 조폐공사 이계재 사업·기술이사는 "이런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내지 않으면 로열티를 주고 다른 나라에서 사와야 한다."며 "외국에 기술유출을 막으려고 일부러 특허출원을 하지 않기도 한다."고 했다.
5만 원 권 공개된 위조방지 장치 외에도 비공개 장치가 7개 정도 더 있다고 한다. 각각의 위조방지 보안요소에는 여러 특허가 복합 등록된 경우도 많다. 그래서 지폐, 수표, 상품권 등의 유가증권은 특허 복합체로 불린다.
고정식 특허청장은 "5만 원 권 등 지폐의 보안요소와 관련된 특허가 5000건에 달하며 특허 로열티가 재료비의 60%에 달할 정도"라며 "독보적인 위조방지 기술을 개발하면 위조방지에 혈안이 된 각국이 서로 사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3/19/2010031901341.html?Dep1=news&Dep2=headline1&Dep3=h1_03 곽수근 기자 topgun@chosun.com 입력 : 2010.03.20 03:32 / 수정 : 2010.03.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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