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2010. 7. 24. 17:44LEISURE

[Weekly BIZ][SERI CEO와 함께하는 창조경영]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다… 이창호의 '끝내주는 바둑경영'

이창호는 1990년대 초반 한·중·일 바둑계를 처음으로 평정한 인물이다. 1992년, 만16세의 나이로 국제 기전인 동양증권배를 차지한 이후 10년 이상 세계 최고수 자리를 지켰다. 그 무렵 그가 세운 41연승의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창호의 바둑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답답한 바둑이라 생각했다. 예전의 고수들은 면도날 같은 수읽기, 제비같이 빠른 행마, 잡초 같은 근성과 이중허리의 끈덕짐 같은 강점을 보였지만, 이창호의 바둑은 너무나 평범하고 느릿느릿하며 아무런 묘수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창호는 왜 강할까?

우리는 흔히 바둑의 포석과 중반 전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끝내기라면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창호의 최대 강점은 끝내기에서 발휘된다. 그는 바둑의 마지막 승부는 끝내기에서 가려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럼 이창호가 자랑하는 끝내기 비결은 무얼까.

첫째, 변화를 최소화했다. 바둑은 수많은 변화를 숨기고 있는 게임이다. 여기서 이창호는 언제나 가장 쉽고, 평범한 길을 택한다. 수읽기가 얕아서가 아니다. 프로 기사들은 이창호가 누구보다 수를 깊게 읽고 머릿속에서 모든 변화를 다 그려낼 수 있는 기사라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이창호가 선택하는 다음 수는 언제나 가장 간명하고 알기 쉬운 수다.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그는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았다.                                                    이창호 9단

둘째, 기다림이다. 이창호는 상대의 실수를 끝없이 기다리는 인내심을 발휘한다. 바둑이 시작되면 이창호의 페이스는 대개 상대방보다 느리다. 실수 없이 두텁게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상대가 작은 실수라도 하면 바로 정확히 응징을 가하고 그의 뒤를 쫓아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창호가 반걸음이라도 앞서 나가면 그 시점에서 바둑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는 계산력이다. 보통 기사들은 중반전이 끝날 때쯤부터 집 계산을 시작하는데 이창호의 집계산은 그보다 훨씬 빨리 시작된다. 중반전 전투 단계에서 돌들은 흐트러지고 대부분의 기사들은 전투 자체에 몰입하지만, 이창호는 그러한 혼미한 상황 속에서 정확히 집계산을 하고 종국까지의 수순을 빈틈없이 예견한다.

이렇게 본다면 이창호의 바둑은 결코 느린 게 아니다. 그는 느림으로 빠름을, 평범함으로 비범함을 제압해 상대방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야구에서 정말 수비를 잘하는 야수는 펜스로 뛰어오르거나 몸을 던지는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아니다. 공이 날아오는 방향을 미리 알고 그 방향에 가서 안전하게 공을 잡아내는 선수가 정말 훌륭한 야수다.

이창호의 바둑에는 좀처럼 눈에 띄는 묘수가 없다. 바둑에서 묘수가 나오는 것은 대개 바둑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이다. 바둑의 전판을 내다보는 이창호는 스스로를 그러한 위기에 처하도록 하지 않기 때문에 묘수를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은 때로 묘수나 극약 처방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긴급 수단이 필요하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경영자야말로 진정한 고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한창수 수석연구원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23/2010072301363.html?Dep1=news&Dep2=biz&Dep3=biz_news 입력 : 2010.07.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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