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관리

[주간조선] 트위터·홈피 등에 글 잘못 올리면 취업 발목 잡힌다

▲ 일러스트 한규하

기업이 당신의 트위터를 엿보고 있다

<이 기사는 주간조선 211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김모(25)씨는 최근 미니홈피를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평소 여자 친구와의 애정을 공개적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해 여자 친구가 생길 때마다 미니홈피에 그녀와 함께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을 올렸다. 또한 그의 미니홈피에는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나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유머와 같은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그가 미니홈피를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최근 지인한테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기 때문. 입사를 희망하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미니홈피 등 사적인 인터넷 공간을 들여다보고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참고한다고 했다. 김씨는 이 소식을 듣고 불쾌했지만 이내 “이런 사진들만 있는 미니홈피를 보면 내가 너무 노는 것만 좋아하는 걸로 비칠 것 같다”며 걱정도 생겼다. 그는 불쾌하긴 하지만 이제 취직을 생각할 나이가 됐으니 올린 사진들을 지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실제 생활·인맥 파악한다."

기업들이 직원을 뽑을 때 지원자들의 싸이월드, 블로그, 트위터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이용하고 있을 법한 SNS에 함부로 글을 올리거나 자신의 정보를 무차별하게 공개하면 취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인사담당자 5명 중 1명은 취업 희망자의 블로그, 미니홈피, 트위터 등을 직접 확인하고 있었다.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539명을 대상으로 입사지원서에 홈페이지, 블로그, 미니홈피, 트위터 등 SNS의 주소를 기재하도록 하는지를 물었는데 전체의 21.5%(116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이 지원자가 이용하는 SNS를 입사지원서에 기재하게 하는 이유로는 (복수응답) ‘실제 생활모습이나 인맥, 사회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68.1%)가 가장 많은 응답자 수를 보였으며 ‘지원자의 신상을 자세히 확인해 보기 위해서’(40.5%), ‘SNS를 활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35.3%)가 그 뒤를 이었다. 또 이들 중 90.5%(105명), 전체 인사담당자의 19.5%가 지원자가 기재한 SNS를 직접 확인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그중 53.3%는 SNS를 통해 지원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받은 경우, 그것이 취업의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밝혔다.

기업의 인사채용 방식 중 하나로 SNS 조사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취업 준비생들은 입사 지원 전에 자신의 SNS에 불리한 내용을 정리하거나 심지어 아예 탈퇴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대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박모(27)씨는 평소 글쓰기를 좋아해 글쓰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는 블로그를 선택해 2009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얼마 전 인사담당자들이 SNS를 조사한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우선 다이어리에 쓴 ‘우울하다, 힘들다’와 같은 타인에게 보이기엔 민망한 개인적인 푸념을 친구에게만 공개하는 설정으로 바꾸거나 지웠다. 그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비판적으로 적어 놓은 몇몇의 글에 내 정치적 성향이 지나치게 드러나는 것 같아 걱정된다.”며 “지워야할지 고민 중”이라고도 말했다.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사는 대학생 이모(23)양은 올해 초부터 트위터를 즐기는 새내기 ‘트위터리언’이다. 그녀는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 트위터의 장점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 실시간으로 대화나 정보를 주고받는 트위터의 재미에 빠진 이 양은 처음에는 자신의 트윗을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하고, 트위터를 마치 친구와 대화하는 공간인 양 편하게 생각해 그녀의 생각이나 소재지 등을 활발하게 올려왔다고 했다. 이제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졸업반인 그녀는 인사담당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자신이 친구에게 푸념하듯 털어놓은 특정 기업에 관한 불평과 다른 몇몇의 트윗을 당장 지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최근 몇 년 동안 SNS에 드러난 정보가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서 조사되어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진 사건들이 일어남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지속적으로 표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기업마저도 SNS 사이트상의 취업 희망자 개인 정보를 탐색·수집하여 기업의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이용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점차 알려지자 인사담당자들이 SNS를 취업희망자의 성향 파악에 어디까지 활용해도 좋은지에 대한 논의와 SNS를 통한 성향 파악은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주장 또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SNS 이용자들이 SNS에 글을 쓰거나 프로필을 게재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부터 시작해서 온라인 평판관리 팁, 심지어 인사담당자에게 어필하는 SNS 관리 방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취업정보회사인 캐리어빌더(Career Builder)가 2008년에 미국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약 20%, 현재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5명 중 1명의 인사담당자만이 SNS에 나타난 취업희망자의 성향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 다음해인 2009년에는 2명 중 1명꼴로 SNS를 확인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아직까지는 20%에 불과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SNS의 보편화가 진행된다면 머지않아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사담당자의 취업 희망자 SNS 성향 조사로 인해 논란이 됐다. 일본은 실제로 ‘직업안정법’에 근로자뿐 아니라 예비 근로자에 대한 개인정보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어 SNS 조사를 통한 정보 수집을 위법한 방법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취업희망자가 액세스 권한을 제한한 정보에 대해 인사담당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접근한 경우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SNS 사이트상에 게재된 정보, 예를 들어 종교,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혼인여부, 임신 또는 병력 등에 기초해 채용 전형과정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한 경우에는 고용정책기본법이 적용되며, 채용 당사자가 공공기관인 경우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의 적용 등이 가능하다.

구직자들, 개인정보 관리 잘해야

그러나 이 모든 경우는 이론상 그렇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취업희망자들은 자신의 SNS가 인사담당자에 의해서 조사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는지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생활 침해 피해자가 그 사실을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실제 법정에서 증명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는 법률 제정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법률제정 외에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은 SNS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적절한 프라이버시 환경 설정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현재 대부분의 사이트는 가입 시 등록한 프로필의 초기 공개 설정이 ‘전체 공개’로 돼 있다. 이를 사이트 운영자들이 초기 값은 비공개로 해놓은 뒤 이용자들이 공개 여부를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 서비스업체, 정부와 더불어 SNS 이용자들도 인터넷상에 올리는 자기정보에 관한 인식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취업준비생들은 입사원서를 내기 전에 자신이 게재한 SNS의 정보들 중 불리하다고 여기지는 것들은 비공개로 하거나 삭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융합연구실 유지연씨는 “이용자들도 SNS에 올라가 있는 정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 혹은 기업에 의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공개 가능한 정보인지, 비공개로 해야 하는 정보인지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는 등 철저한 자기정보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31/2010073100390.html?Dep1=news&Dep2=headline1&Dep3=h1_08 안정민 인턴기자·연세대 4년 입력 : 2010.07.31 11:56 / 수정 : 2010.07.31 1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