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설계

2011. 1. 10. 09:16一般

흔들림 없는 선박 만들기 위한 피나는 노력

1985년 5월. 당시 국내 최고 높이의 빌딩인 서울 여의도 63빌딩이 완공되자 사람들이 앞 다퉈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런데, 전망대에 올라온 사람들 중 민감한 성격의 사람은 건물 바닥이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는 혹시라도 건물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대나무가 강한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는 이유는 바람에 맞춰 휘어지는 것처럼 고층 빌딩도 약간의 휘어짐 현상이 있다는 건데, 높은 건물을 처음 접해 본 국민들을 위해 이러한 이야기는 저녁 9시 뉴스 메인 기사로 보도된 바 있다.

성격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선박도 마찬가지다. 선박은 해상에 떠 있는 부체이며, 항해하는 동안 끊임없이 파도를 만나게 된다. 아무리 거대한 선박이라도 망망대해 위에서는 그저 작기 만한 존재에 불과한 것. 강한 파도를 완벽히 견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파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목적지까지 운항하는 상황에서 선박은 ‘종동요(Pitching)’, ‘상하동요(Heaving)’, ‘횡동요(Rolling)’는 물론 이러한 동요가 복합적으로 이어져 총 6방향의 동요를 받아 선체 변형이 일어나게 되며, 이러한 현상이 매우 심할 경우 선체가 마치 꽈배기처럼 꼬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좌우 흔들림은 배 멀미의 원인

선박의 뒤틀림 현상은 해상에서 전진하는 선박은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파도와 상호 운동에 의해 좌우, 상하로 끊임없이 흔들리며 동요한다.

그중에서도 선박의 양현으로 흔들리는 횡동요는 배를 타고 가는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횡동요는 감쇠계수가 다른 운동 방향에 비해 매우 작아 파랑에 대한 응답각이 상당히 크다. 쉽게 없어지지 않고 속도가 높아지면 동요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또한 선박의 자세가 더욱 불안정해질 뿐만 아니라 승선자의 배 멀미를 유발하는 진동을 발생시킨다. 이는 횡동요의 운동 주파수가 사람의 배 멀미를 유발하는 범위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사들은 선박이 이러한 파도와 해풍에도 영향이 없도록 약간의 뒤틀림 현상을 감안해 선박을 설계한다.

그중에서도 여객선은 극도의 안락성을 요구되며, 함정은 거친 해상환경에서도 운용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승객 또는 승조원의 승선감을 증대하고 이를 통하여 임무 수행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횡동요 안정화 장치(Anti-rolling device)’를 사용하고 있다.

횡 동요 안정화 장치는 제어방식에 따라 외부 에너지를 사용하는 ‘능동형’과 선박의 횡 동요 운동에너지를 거꾸로 사용하는 ‘수동형’으로 구분된다. 현재까지 선박에 장착돼 사용되는 안정화 장치로는 ▲빌지 킬(Bilge Keel) ▲질량 이동형 장치(Movingweight stabilizer) ▲감요 탱크(Anti-Rolling Tank) ▲핀 스태빌라이저(Fin Stabilizer) ▲러더 스태빌라이저(Rudder Roll Stabilizer)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빌지 킬’과 ‘핀 스태빌라이저’가 각각 수동형, 능동형 안정화 장치를 대표한다.

◆ 물고기 지느러미 원리 이용

빌지킬과 핀스태빌라이저는 모두 물고기의 지느러미 원리에서 착안해 개발된 기술이다. 상어와 고대 등 해상 생물은 육상 동물의 팔다리 대신 다양한 형태의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는데, 지느러미는 물속에 사는 어류나 포유류가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발생하고, 방향을 틀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헤엄치거나 거센 물살 속에서도 물고기가 균형을 잃지 않고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빌지킬은 선박 하단의 양 옆에 장착된 사다리꼴 모양의 얇고 긴 철판으로 배의 전폭보다는 짧은 것이 보통이다. 정면에서 보았을 때 선저와 선측이 이어지는 빌지 반경에 선 체 종방향으로 길게 설치돼 횡 동요에 대한 저항을 발생시켜 감쇄시킨다. 지난 2009년 2월 문을 연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의 10번째 독 수문에도 빌지킬이 적용된 바 있다.

선체의 각 부분(블록)을 모아 조립하고 선체가 완성되면 물을 채워 배를 띄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 독은 물을 완전히 채워서 배가 뜨면 수문을 열고 배를 밖으로 빼낸다. 이때 수문은 종종 바람이나 파도에 균형을 잃는데, 이럴 경우 수문이 독이나 배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었다. 때문에 바람과 파도가 없는 날을 기다려 수문을 열어야 했다. 하지만 독의 수문에 빌지킬을 채용하면서 이런 불편과 위험이 없어졌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빌지킬 설치 이후 파도나 물살에 의한 수문의 흔들림이 20%가량 줄었다. 덕분에 진수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돼 독의 회전율을 높였음은 물론 작업의 안정성도 매우 높아졌다.

핀 스태빌라이저는 물고기가 물살의 방향에 따라 빠르게 지느러미를 움직여 자세를 잡는 것처럼 선박의 밑바닥 양쪽 뱃전에 달린 소형 날개를 말한다. 선박의 자세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물살의 방향에 따라 날개의 각도를 제어해 횡 동요를 감쇄시킨다. 고급 크루즈 선박이나, 빠른 속도로 달리는 군함에는 거의 필수적으로 장착된다.

최근에는 방향타를 빠르게 좌우로 움직여 자세를 바로잡는 기술이 개발돼 군함에 적용되고 있다. 거친 해상에서 운항하거나 선속이 빠른 선박들은 횡 동요 감쇄 장치는 구세주 같은 존재이나 설치 공간이나 유지 보수의 어려움 때문에 적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횡 동요 감쇄 장치 기술은 조금 더 작고 효과적인 기능을 가지도록 진보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함정용 핀 스태빌라이저는 해외에서 설계해 국내에서는 기계장치만을 생산하고, 제어 로직을 포함한 제어반도 외국에서 수입했으나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거친 해상에서 운항하거나 선속이 빠른 선박들은 횡동요 감쇄 장치는 구세주 같은 존재이나 설치 공간이나 유지 보수의 어려움 때문에 적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서는 더 작교 효과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횡 동요 감쇄 장치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2011.01.10] <자료 : STX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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