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2011. 2. 6. 12:26一般

“해적 날뛰면 보험료 상승, 보험사엔 해적산업이 금광”

소말리아 해적 모니터링 그룹 ‘에코테라’ 인터뷰

소말리아 해적이 소말리아 북동부 호비요 해안가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2010년 1월 7일 해적이 그리스 화물선을 피랍한 직후 촬영했다. [AFP=연합뉴스]

“오면 바로 죽는다. 절대 오지 마라.”

소말리아 해적 모니터링 그룹인 ‘에코테라 인터내셔널’이 보내온 답이다. “삼호주얼리호 인질 구출 작전 성공 이후 소말리아 해적의 한국인에 대한 적개심은 극에 달했다”며 “한국인처럼 보이지 않거나 외국인 여권을 가져야 즉각 피살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소말리아의 이웃 케냐에 본부를 둔 에코테라는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구해 왔다. 이들의 관심사는 ‘해적 소탕’에 그치지 않는다.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의 평화를 추구한다.

에코테라 소속 활동가는 지난 1월 초 기자와의 첫 통화에서 “귀 언론사의 규모·독자층, 지금까지 해적 관련 보도 내용을 파악한 후 취재에 응하겠다.”고 했다. 이후 수차례 e-메일과 통화로 익명 취재에 응한 에코테라 관계자는 “유럽·중동을 아우르는 먹이사슬이 소말리아 해적 뒤에 숨어 돈을 벌어들인다. 소말리아 해적은 그들의 용병에 불과하다”고 했다. 영국 런던의 납치보험(K&R) 전문 보험사들, 돈을 세탁해 주는 두바이, ‘해적 컨설턴트’라며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하는 자들, 소말리아의 군벌 등이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투자자 역할을 하며 ‘소말리아 해적 국제 시스템’을 가동시키고 있다. 에코테라 측은 이들을 ‘국제 마피아’라고 했다. 또 소말리아 해적을 퇴치하겠다는 목표로 꾸려진 유엔 관련 기구 및 국제해사기구(IMO) 일부 관계자,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견된 연합군 해군도 수혜자로 꼽았다. “오늘날의 소말리아 해적 문제는 20년 동안 곪아온 상처가 터진 것이며 국제사회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 한국도 관련 있다는 건 무슨 말인가.

“독재자 무함마드 시아드 바르 집권(1969~91) 당시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원양 어선들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도둑 조업을 하고 바르 대통령과 해양부 장관에게 뇌물을 줬다. 소말리아 사람들은 똑똑히 지켜봤다. 하지만 조업 규모가 제한됐고 정부가 나름 기능을 하고 있어 별 충돌은 없었다. 문제는 소말리아 군벌들이 91년 바르 정권을 무너뜨리고 내전으로 무정부상태가 되면서 심각해졌다. 소말리아 바다는 무방비 상태가 됐다. 이때부터 한국·일본·이탈리아·그리스 선박들이 소말리아 바다에 독성 화학폐기물을 몰래 내다버려 어장이 망가졌다. 이에 반발하는 소말리아인들에게 외국 선원들 일부는 뜨거운 물을 부었고 급기야 총으로 사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소말리아인들도 무장을 시작했다.”

- 그래서 배를 나포했나.

“먼저 자기 해역에 들어오는 배들을 잡았다. 그런데 전리품 분배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다. 결국 일부는 소말리아 해역 밖의 외국 상선을 목표로 삼게 됐다. 소말리아 해적이 생겨난 배경엔 외국 선박들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수십 년간 자행해 온 잔혹행위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소말리아 해적들은 무고하다는 것처럼 들린다.

“국제사회가 암묵적으로 개입된 소말리아 내전이 20년간 지속되면서 아이들은 까막눈이 됐고 굶고 있다. 국제 마피아 같은 해적 배후 조직들이 이들을 해적으로 몰아간다. 그들이 살인자로 내몰리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어쨌든 소말리아 해적은 성장했다. 국제 안보 관련 미국의 비정부기구 ‘원 어스 퓨처(One Earth Future) 재단’의 ‘해적 관련 경제적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소말리아 해적에 지불된 석방금은 사건당 평균 540만 달러(약 60억 원)였다. 2005년 평균 15만 달러 보다 36배나 올랐다. 지난해 최고 기록은 한국의 삼호드림호 측에서 지불한 950만 달러였다.

“20년 전 소말리아서 한국 선박 도둑질”

판이 커진 데는 ‘돈 냄새’를 맡은 유럽·중동 각지 ‘투자자’들이 큰 역할을 했다. 정부 당국자는 “해적 관련 ‘투자자’들이 ‘주주총회’를 여는 방식으로 모여 피랍 선원 석방금 협상을 조종한다.”고 했다. 삼호드림호 협상 과정에서도 석방금액 타결 과정에서 한때 700만 달러 선에서 합의됐으나 런던 측의 ‘투자자’들이 “삼호드림호에 실린 원유값만 얼마인데 그 정도냐”며 올렸다는 것이다. 에코테라는 이렇게 설명한다.

- 보험사들이 주요 투자자라는데 이들도 피해자 아닌가.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높여 받을 수 있다. 게다가 해적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에서 더 많은 선박 회사들이 보험에 가입한다. 보험료를 높여도 소비자들은 그 보험을 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보험사들은 특수를 누리고, 소비자들만 피해를 본다. 보험업계에서 소말리아 해적은 금광이다.”

- ‘투자자’들이 판을 벌이는 곳이 런던이라는데.

“보험사, 보안업체, 소말리아 해적을 조종하는 소말리아 군벌들이 모이고 배후 조종하는 무대로 관련 업체들이 모여 있는 런던이 효율적이다. 이들을 통해 유통되는 석방금은 두바이를 거쳐 돈세탁이 된다. 그 외에도 선박회사가 고용하는 변호사들, 해적 사건 담당 컨설턴트들도 제 몫을 챙긴다. 해적 퇴치를 위해 파견된 연합함대나 유엔 등의 소말리아 해적 관련 단체도 정부의 예산을 더 올려 받을 수 있다.”

- 소말리아 해적은 어떻게 항해 정보를 얻나.

“국제해사기구 관계자나 유엔 기구 관계자들 중 일부가 돈을 받고 정보를 흘려준다고 봐야 한다. 최근 소말리아 해적 추세를 볼 때 한두 명이 아닐 것으로 본다. 해적 관련 국제 마피아의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광란의 소용돌이’ 같다. 시스템상의 모든 이들이 돈을 벌고 이득을 보며, 피해는 고스란히 소말리아의 일반인들과 세계의 무고한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소말리아 해적이 낳은 새로운 직업이 ‘해적 컨설턴트’다. 삼호드림호 피랍 사건 당시 피터 애스트베리라는 영국인 컨설턴트가 주요 역할을 했다. 애스트베리는 삼호드림호가 피랍된 217일 동안 매일 하루에 1500달러(약 167만원)를 받아 모두 약 3억 원을 챙겼다고 정부 당국자는 말했다.

- 해적 컨설턴트는 누구인가.

“해적 투자자들, 소말리아 해적들과 피해 선박 선주 및 그 정부들 사이에서 협상을 조율하고 성사시켜 대가를 받는 사람이다. 소말리아 해적이 기승을 부릴수록 이들의 몸값도 높아진다. 이들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수요자들에게 되팔아 이득을 챙긴다.”

-애스트베리를 알고 있나.

“그는 영국의 해적 산업의 중심에서 오래 활동한 인물이다. 케냐·예멘·소말리아 등을 드나들며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벌어들인다. 컨설턴트들은 피해 정부와 선사엔 협상력을 제공하고, 해적 투자자들에겐 정보를 제공하며 이중 또는 삼중으로 스파이 노릇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애스트베리는 수차례 e-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해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중앙선데이 http://news.joinsmsn.com/article/278/5014278.html?ctg=1000&cloc=joongang|home|top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입력 2011.02.06 01:36 / 수정 2011.02.06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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