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유효기간이 있을까?

2011. 2. 15. 09:54一般

사랑의 과학… 당신의 천생연분, 유전자는 알고 있다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을까?

면역체계 다른 이성 만나면 평생 설레며 행복할 수도… '유전자 짝짓기 업체' 등장

사랑은 마약이다?

욕구 충족 호르몬 '도파민' 넘쳐… 약물 중독 때와 닮은꼴

'모든 사랑이 시험에 드는 날.' 밸런타인데이인 매년 2월 14일 세계 연인들은 사랑의 설렘과 실연의 아픔으로 몸살을 앓는다. 그런 소동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는 누구라도 한마디할 것이다. "사랑이 뭐기에…."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은 지난 수천 년간 예술가들의 몫이었다. 사랑은 연금술로도, 양자역학으로도 어찌해볼 수 없는 추상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급속한 발전을 이룬 뇌 과학과 유전공학 덕분에 사랑을 과학적으로 정의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룻밤 정욕과 수개월간의 폭풍 같은 사랑, 평생을 가는 지순한 사랑을 구분하는 뇌 호르몬의 신비를 풀고 유전자 분석을 통해 누구나 쉽게 천생연분을 찾을 수 있게 하려는 도전들이다. 물론 과학의 이런 도전은 수많은 예술적 영감의 산실이었던 사랑을 한낱 '화학물질의 부산물'로 격하시키는 일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 리츠칼튼 서울 제공

◆ 사랑의 샘은 가슴이 아닌 뇌에 있다

사랑은 심장을 뛰게 하고 가슴을 덥힌다. 사랑은 가슴에서 샘솟는 것인가?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는 '사랑의 샘은 가슴이 아니라 뇌에 있다'고 말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에선 충동을 억제하는 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급감한다. 대신 도파민이 흘러넘친다. 어떤 욕구가 충족됐을 때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보상중추'를 자극하는 호르몬이다. 사랑에 빠진 뇌의 모습은 약물 중독 때 뇌가 보이는 모습과도 닮았다고 뇌 과학자들은 말한다.

'사랑의 샘'은 세월이 가도 처음처럼 펑펑 쏟아나는 것일까? 아니면 수많은 커플들이 경험하는 대로 사랑의 열병은 유효기간이 있어, 차츰 말라버리는 것일까? 미국 뉴욕 스토니브룩 대학의 사회·신경학자인 아서 에이런은 결혼한 지 10~29년 된 기혼자 17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그들은 자신을 "지금 이 순간도 아내(혹은 남편)가 좋아 죽겠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었다.

연구팀은 실험자들에게 배우자의 사진과 여러 지인의 사진을 차례로 보여줬다. 실험이 이뤄지는 동안 이들의 뇌 반응은 자기공명장치에 전부 기록됐다. 연구팀은 이들 '오래된 사랑'의 주인공들의 뇌 반응과 이제 갓 사랑의 열병에 빠진 사람들의 뇌 반응을 비교했다. 놀랍게도 두 그룹 모두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볼 때 뇌에서 도파민 분비가 촉진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도 아내를 사랑한다."는 중년의 말들은 진실이었다.

하지만 오래된 커플들의 뇌는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라고 불리는 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했던 것이다.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은 일부일처제와 관련된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포유동물 중에 한 명의 배우자에게 충실한 동물들은 불과 3% 안팎. 그 중 하나가 초원들쥐(prairie vole)다. 초원들쥐의 암·수컷은 처음 만나 하루 내내 힘들게 교미를 한 뒤 평생을 반려로 산다. 수컷은 암컷을 지켜주고 새끼도 정성껏 기른다. 반면 초원들쥐의 사촌뻘인 산들쥐 수컷은 난봉꾼이다. 하룻밤 풋사랑 이상의 지속적인 사랑엔 관심이 없다. 평생 여러 마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하고 새끼도 거의 돌보지 않는다. 초원들쥐와 산들쥐가 유전적으로 99% 같은데도 그렇다. 차이를 만드는 것이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다. 초원들쥐와 달리, 산들쥐의 뇌에는 두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없어 호르몬이 분비되거나 주입돼도 아예 작용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경우도 사랑하는 남녀가 스킨십을 나눌 때 이들 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된다. 특히 두 물질은 신뢰와 친밀감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에른스트 퍼 교수가 행한 모의투자 실험에서, 옥시토신 스프레이를 흡입한 투자자의 절반 이상은 잘 모르는 대리인에게 자신의 투자금 전부를 선뜻 맡기는 결정을 내렸다.

◆ 천생연분은 하늘 아닌 과학이 내린다?

그렇다면 평생을 행복하게 함께 할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날 확률을 높일 수는 없을까? 스위스 베른 대학의 클라우스 베데킨트 교수는 여성들에게 땀에 젖은 티셔츠 여러 장을 주고 냄새를 맡게 한 뒤 가장 끌리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 티셔츠는 이 여성들과 비슷한 연배 남성들이 입었던 것이었다. 클라우스 교수는 여성들이 저마다 선택한 티셔츠의 주인공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자신과 다른 면역시스템을 가진 남성이 입었던 티셔츠를 선택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체취가 어떻게 면역체계를 반영하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들은 자신과 다른 면역체계를 가진 배우자를 선택함으로써 건강한 후손을 낳을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선택한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아이디어를 활용한 '유전자 짝짓기 업체'들이 미국과 스위스에 등장했다. 미국 플로리다의 '사이언티픽매치(ScientificMatch)'와 스위스 취리히의 '진파트너(GeneParter)'. 두 회사는 남녀의 유전자를 분석, 두 사람의 면역시스템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비율을 알려준다. 클라우스 교수의 아이디어에 따르면, 불일치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좋은 커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2/14/2011021402018.html?Dep1=news&Dep2=biz&Dep3=biz_news 이길성 기자 atticus@chosun.com 입력 : 2011.02.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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