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9. 19:31ㆍ生活
온 가족 똘똘 뭉쳐 집터 다지고 벽 쌓고! "좀 어설퍼도 사람 모이는 우리집이 제일 좋아"
'내 손으로 흙집 짓기' 성공한 박성재·정순이씨 부부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말이면 놀러 오는 자식 부부와 손주를 맞고 틈틈이 텃밭을 일구며 유유자적하게 살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박성재(64)·정순이(61)씨 부부도 지난 2006년 귀촌했다. 그런데 여느 귀촌 가정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우리가 여생을 즐길 집이니 우리 손으로 지어보자'는 결심 아래 부부가 직접 건축에 나선 것. 전문 지식 하나 없이 열정만으로 '두 번째 집(second house) 짓기'에 성공한 이들 부부의 사연을 취재했다.
◇ '포대공법'으로 전문가 도움 없이 집 완성
박씨는 처음 귀촌을 결심하면서부터 "내 집은 내가 짓겠다"고 결심했다. 더 이상 남과 똑같은 집에서 살고 싶진 않았기 때문. 물론 그가 직접 벽돌을 쌓고 지붕을 올린 건 아니었다. 대략적 집 모양과 방 배치 구조,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을 고려해 '밑그림'을 완성한 후 전원주택 전문 건설업체를 골라 공사를 맡겼다.
그는 공사 시작일부터 현장을 찾아 인부들과 어울리며 집 짓는 데 필요한 기술을 어깨 너머로 익혔다. 젊었을 적 원양어선 기관사로 근무하며 전기 계통 지식을 익혀둔 것도 도움이 됐다. "일단 해보니 별로 어렵지 않겠더라고요. '별채는 꼭 내 손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별채 구조 구상을 끝낸 박씨는 인터넷을 뒤져 '흙집' 짓기 관련 정보를 모았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직접 집을 완성하는 게 목표였으므로 비교적 시공이 간단하다고 알려진 '포대공법(포대에 흙을 담아 벽을 쌓는 기법)'을 택했다. 이후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인근 목재소를 찾아 기둥·대들보·서까래 등 집의 '뼈대'가 될 나무를 신중하게 골랐다.
재료가 얼추 확보된 후엔 '집터 다지기'에 착수했다. 기둥 세우기, 대들보 얹기처럼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은 휴일에 놀러 온 지인과 아들·딸의 도움을 받았다. 기둥을 세운 후엔 양파망에 황토를 채워 벽돌을 만들었고, 기둥 사이에 벽돌을 하나씩 올린 후 모양이 잡힐 때까지 사방을 두드려 흙을 다졌다. "벽 쌓기가 제일 까다로웠어요.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려면 계속 두드려야 하는데 집사람과 둘이서 하루 종일 매달려도 1㎡나 겨우 올릴까 말까였으니까요. 그 작업을 완성하는 데만 보름은 족히 걸린 것 같네요."
◇ 주말마다 '북적', 입소문 타고 명물로
이렇게 완성된 박씨의 집은 이내 동네 명물이 됐다. 마을 사람들은 박씨에게 "전직이 목수 아니었느냐"며 신기해했다. 등산로 입구에 자리한 덕분에 등산객 사이에서도 알음알음 입소문이 났다. 하지만 정순이씨는 "사람들의 관심보다 집 덕분에 온 가족이 뭉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예전부터 길 가다 정원 예쁜 집이 보이면 그냥 못 지나갔어요. 마당 있는 집에서 아이들이 맘껏 놀게 해주고 싶었죠. 요즘은 집에 놀러 온 손주들이 집 마당을 뛰노는 모습을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납니다. 텃밭과 화단엔 손주들의 이름을 붙여줬어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더군요."
박씨는 "직접 만들어 그런지 지금 사는 집에 유난히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창문이 좀 삐딱해요. 마루도 네모반듯하지 않고 마름모꼴로 나왔죠. 그래도 내 눈엔 이 집이 제일 예뻐요. 수억 원 들인 좋다는 집 하나도 안 부럽습니다."
박씨의 세컨드하우스는 부부의 고향인 남해까지 차로 불과 2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박씨 집은 주말만 되면 부부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고향 친구들로 북적거린다. 부산에 살고 있는 큰아들과 딸 가족도 틈틈이 찾아온다.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 배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통에 같이 있어준 기억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자식, 손주들이 자주 찾아오는 요즘이 제겐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랍니다."
◇ 쉽게 보면 안 돼… 전문가와 상의 필수
귀촌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되는 게 바로 집이다. 여전히 대부분은 완성된 형태의 주택을 구매하지만 최근 박씨 부부처럼 직접 공들여 전통 가옥을 만드는 사람도 증가 추세다. 이시화(57) 전국흙집짓기운동본부(이하 '본부') 회장은 "베이비붐 세대가 속속 은퇴 시기를 맞으며 (귀농과 맞물린) 흙집 시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본부도 지난해까지 월 1회 진행하던 관련 강좌 개설 횟수를 월 2회로 늘렸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본부가 개설, 올해로 7년째 운영 중인 '흙집학교'는 올 상반기까지 총 13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대학 차원에서 관련 강좌가 이뤄지기도 한다. 10년째 '전통흙집짓기강좌'를 개설해 오고 있는 경성대학교가 대표적 예. 경성대 강의를 맡고 있는 윤원태(57) 한국전통초가연구소장은 "전통 가옥은 구조가 단순한 편이어서 공사도 쉬울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각 외로 전문 기술이 많이 필요하므로 관련 단체〈아래 표 참조〉를 찾아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28/2012082801867.html 김구용 에듀&라이프 기자 사천=글·사진 kky902@chosunedu.co.kr 입력 : 2012.08.29 03:08
[피플] 전원주택 짓기 가이드북 낸 연세대산악부 OB 박종수씨
“경량목구조주택+별채 통나무집이 정답”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을 남에게 널리 전하고자 하는 욕망은 작가나 기자만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이 가진 본능임을 박종수(56)씨를 보면 알 수 있다. 대학산악부 시절 그의 별명은 곰이었다. 누가 곰이라고 놀리면, “그래 나 곰이다, 어쩔래”하고 대꾸하며 실실 웃었다. 그렇게 ‘미련퉁이의 대명사 곰’을 자처하던 박종수씨가 책을 냈다. 그의 연세대산악부 동기들은 “곰이 재주 부린다더니, 박종수가 책을 다 썼단다”며 낄낄거리고 웃는다.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기에, 연세대산악부OB들은 조촐하나마 그의 출간기념모임도 가졌다. 책 이름은 <전원주택-집짓기의 모든 것>(도서출판 열린세상 간).
박종수씨는 연세대 전기공학과 출신이다. 부친이 철물점을 했고, 때문에 어릴 적부터 전기선이며 전등을 가지고 놀았다. 대학 졸업 후엔 대우전자에 입사, 역시 유달리 오래 전기를 가지고 논 경력자(?)답게 발군의 능력을 보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대구에 내려가 건축업을 하다가 IMF 외환위기 사태로 망한 뒤 그는 2000년 2월 눈이 쌓여 있던 겨울, 평창의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이화여대산악부 서포트를 해주다가(과거 여자대학산악부는 남성 대학산악부원이 지원을 해주는 관례가 있었다) 인연이 된 이대산악부 출신의 부인 김진숙(50) 여사도 흔쾌히 전원생활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는 평창 박지산 아차골 입구에 자리잡고 전기설비를 전문으로 하다가 대구에서 건축업을 하던 경험을 살려 전원주택 건축 대행도 시작했다.
“그간 목조주택 7채, 통나무집 10채 정도 지어봤지요. 대개 보면 전원주택을 예쁘게만 지으려고 해요. 그리고 평당 건축단가만 따지고, 지역 사람 못 믿고 외부 업자 데리고 와서 지으려 하지요. 그러면 나중에 집수리하다 세월 다 갑니다.”
그는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우리나라에 통나무집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결론은 ‘경량목구조주택’이라는 것. 건강에는 좋되 관리가 크게 필요치 않다고 한다.
“통나무집은 손이 많이 가요. 짓고 나서도 최소 3년간은 잔손질을 많이 해야 합니다.
편히 살자고 지은 집인데, 주객이 전도되는 거죠. 흙집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저는 전원주택 지으려는 이들에게 항상 이렇게 권하죠. 일단 경량목구조주택으로 너무 크지 않게 25평 정도로 주 거주처를 짓고, 별채나 사랑채 개념으로 통나무집이나 흙집을 대여섯 평으로 작게 하나 지으라고 말이죠. 그러면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하지요. 크게 지어야 많이 남을 텐데, 작게 지으라고 하니.”
그는 별채까지 동시에 같이 지으려면 부담스러우니 일단 주공간부터 마련하고 별채는 살면서 차차 지으라고 조언한다. 그 자신 그럴 작정으로, 현재 평창 진부면 마평리 모리재 아래로 이사해 목조집을 짓고 만 3년째 살고 있으나 “남의 집 짓느라 바빠 흙집 별채는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책을 쓴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선후배들이 중년에 접어들며 너도나도 전원주택에 관심을 가지고 물어와, 그간 나름 터득한 전원주택에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망라한 책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원주택지는 최소 몇 평 정도여야 할까, 평당 건축비는 얼마나 들여야 제대로 지을 수 있을까 등등, 전원주택의 꿈이 있는 이라면 ‘오랜 전원생활 경험자&목조주택 전문가&전기설비 전문가’인 박종수씨의 책을 필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08/2012080802287.html 글·안중국 기자 사진·염동우 기자 [514호] 20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