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냐 존재냐

2012. 10. 9. 10:29人間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Erich Pinchas Fromm, Erich Fromm 1900.3.23.~1980.3.18.)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소유냐 존재냐'에서 말한다.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진술은 객체를 소유하고 있음을 빌려서 나의 자아를 정의하고 있다. 나 자신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그것이 나를 존재하게 하는 주체이다. 나의 소유물이 나와 나의 실체의 근거가 된다."

프롬은 소유형과 존재형으로 삶의 양식을 대비시킨다. 존재란 "무엇을 소유하거나 소유하려고 탐하지 않고 기쁨에 차서 자신의 능력을 생산적으로 사용하고 세계와 하나가 되는 삶의 양식"이다.

반면 소유형의 특징은 경쟁심 적대감 두려움이다. 많이 갖기 위해 경쟁하면서 나보다 많이 가진 자 혹은 덜 가진 자를 미워하고 가진 걸 빼앗길까 두려워한다. 소유 양식에 젖은 학생의 공부는 강의내용을 노트에 적어 암기하는 것, 남들의 주장을 기억창고에 보관하는 것이다. 존재 양식으로 임하는 학생은 강의 주제와 특정한 문제에 몰두하면서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대응함으로써 스스로 생각과 삶을 변화시키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을 한다. 독서도 존재 양식의 독서는 나를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된다.

원서가 나온 1976년이라는 시기가 범상치 않다. 전후 1960년대까지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성장 일로를 걸으며 대량생산·소비 시대로 질주했지만 고도산업화가 비인간화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대두되었고 유럽의 68혁명과 베트남전쟁 및 반전운동, 성장의 한계에 관한 로마클럽보고서(1972), 오일쇼크(1973)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등으로 경고등이 이어졌다. 풍요의 유토피아가 바로 앞인 것만 같은 순간 내리막으로 바뀐 길 위에 에리히 프롬이 세워놓은 이정표이자 질문이 '소유냐 존재냐'였던 것.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투기자본주의 또는 부채자본주의 종말의 금단현상이 불안과 불확실성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시대정신은 소유 양식의 길보다 존재 양식의 길을 가리킨다. '소유냐 존재냐'라는 오래된 이정표이자 질문이 새로워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소유 양식에 지친 이들을 위한 위로와 힐링이 유행이라지만 어느 사이 위로와 힐링마저 소유의 대상이 된 듯하다. 인간의 자기 혁신 가능성을 깊이 신뢰하는 근본적인 휴머니스트인 프롬은 "당신만이 당신 자신을 치유할 수 있다"고 일갈하지 않을까.

철학 심리학 사회학 정치경제학 종교학 신학 문학 그리고 역사를 교직(交織)시킨 직물 같은 책이기에 읽기가 만만치 않지만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점이 책 곳곳의 난해 지점들을 돌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속도 내며 내용을 정복하는 소유 양식의 독서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는 존재 양식의 독서가 필요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 잃어버리고 세 번째 구입한 책이다. 그 탓에 책을 향한 소유형 태도가 강해지고 말았다. 책 더 많이 갖기 위해 경쟁하면서 나보다 책 많이 가진 자를 시기하고 내 책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는 것. 책에서 읽은 대로 살기란 참 어렵다. 표정훈 한양대 교수·출판평론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07/2012100701703.html?related_all 입력 : 2012.10.0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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