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21. 13:04ㆍ政治
[사설] 조현오 법정 구속, 말의 가벼움을 심판하다.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으로 불구속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법원이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성호 판사는 “조 전 청장이 지목한 계좌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조 전 청장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한 책임을 물었다. 가벼운 말에 대한 무거운 심판이다.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3월 수백 명의 일선 기동대장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그는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바로 전날 10만 원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렸다.”, “부인 권양숙 여사가 차명계좌를 감추기 위해 민주당에 특검을 못하게 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같은 해 8월 언론 보도로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그는 유족 등에 의해 고소 고발됐다. 경찰 최고책임자의 발언이기에 많은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조 전 청장은 “나보다 정보력이 훨씬 뛰어나고 믿을 만한 유력 인사한테서 우연히 차명계좌 얘기를 들었다.”, “검찰 관계자 2명에게서 더 자세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설사 그런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해도 많은 사람 앞에서 말을 옮기려면 신중했어야 옳다. 조 전 청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익명의 제3자를 끌어들여 책임을 모면하려 한 것은 비겁하다.
그는 법정에서 청와대 전 행정관 2명 명의의 시중은행 계좌 4개를 증거로 지목했지만 법원은 “거래 명세로 미뤄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증거로 말해야 하는 경찰 총수가 ‘카더라’ 수준의 유언비어를 발설한 꼴이다.
조 전 청장은 지난해 6월 발간한 자서전에서 “천안함 폭침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를 앞두고 각종 유언비어와 시위대의 폭력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법질서 확립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차명계좌) 관련 내용을 언급했는데 전체 맥락이 아닌 일부 내용만 편집돼 나간 탓에 오해를 샀다.”고 말했다. 구차한 변명이다. 법질서 확립과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가. 공인(公人)의 말은 천금같이 무거워야 하고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http://news.donga.com/Main/3/040109/20130221/53182903/1 기사입력 2013-02-21 03:00:00 기사수정 2013-02-2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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