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1. 11:32ㆍ歷史
균형 잃은 교과서… 北인권 눈감고, 美원조 나쁜 면만 부각
http://news.donga.com/rel/3/all/20130930/57904624/1 김희균·신진우 기자 foryou@donga.com 기사입력 2013-09-30 03:00:00 기사수정 2013-09-30 17:08:00
“역사교과서 8종 모두 ‘분단 南책임론’ 등 수정하라”교육부 총 829건 수정-보완 권고 “집필진 거부 땐 장관 명령권 행사”
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829건을 수정·보완하라고 21일 출판사에 통보했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8월 말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사를 통과했지만 교학사 교과서가 우편향됐다는 논란이 전체 교과서의 오류 공방으로 확대되면서 교육부가 8종 전부를 재검토했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지난달 12일부터 현장 전문가와 역사 교사 등 25명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5차례에 걸쳐 모든 교과서의 사실 오류와 서술상 불균형 여부를 점검한 결과 틀린 점이 다수 발견됐다”며 “출판사와 집필진은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 사항을 반영해 11월 1일까지 수정 대조표를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출판사별 수정·보완 건수는 교학사가 2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리베르 112건 △천재교육 107건 △두산동아 84건 △비상교육 80건 △금성출판사 69건 △지학사 64건 △미래엔 62건이었다.
8종 교과서 모두 수정토록 권고를 받은 대목은 일본군 위안부와 남북 분단의 원인에 대한 내용이다. 일본군 위안부가 1940년대부터 동원된 듯이 모든 교과서가 기술했고, 정부 수립 과정에서 남한 때문에 남북이 분단된 듯이 서술해서 수정 권고를 받았다. 교학사 두산 미래엔의 교과서는 독도가 한국의 고유 영토인데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교학사 금성 미래엔은 동해를 ‘Sea of Japan’으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출판사가 교육부 권고를 받아들여 수정하면 일선 고교에서는 12월 중 교과서 채택 절차를 마칠 수 있다. 하지만 진보 좌파 진영에서는 8종 교과서 모두를 수정하라는 교육부의 지시가 교학사의 우편향 교과서 감싸기라며 반발했기 때문에 수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출판사와 집필진이 합당한 이유나 근거 없이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면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26조에 따라 수정명령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합당한 이유나 근거에 대해서는 나중에 구체적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앞서 2008년에 교육과학기술부는 6종의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253건의 수정·보완 권고를 내렸다. 당시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일부 저자가 이를 거부했지만 교육부는 김일성 정권에 대한 우호적 기술, 분단의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한 부분을 포함해 206건을 수정토록 했다. http://news.donga.com/rel/3/all/20131022/58369718/1 김희균·신진우 기자 foryou@donga.com 기사입력 2013-10-22 03:00:00 기사수정 2013-10-22 09:52:38
4개 교과서 “주체사상은 인민위한 혁명”… 北 선전 그대로
[한국사 교과서 8종 수정 권고]
■ 교육부 829건 수정-보완 권고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편향성 논란은 교과서 검정 시스템과 8종 교과서 모두에 상처를 남겼다.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통과했는데도 교육부에서 3주 정도 검토했더니 오류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나 독도처럼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틀리게 정리한 곳이 많아 검정 교과서에 대한 불신을 부를 개연성이 크다.
공방의 시발점이었던 교학사 교과서는 251건의 수정·보완 권고를 받았다. 전체 지적 건수의 30%를 차지한다. 인명, 지명, 연도 등 기초적 사실 관계에서 틀린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제1단원인 ‘우리 역사의 형성과 고대국가의 발전’에서는 본문, 지도와 도표, 삽화, 사진 등 거의 모든 자료에서 오류가 지적됐다. 단원명을 빠뜨리거나 자료 출처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기도 했다.
우편향이라는 공격을 받았던 제5단원 ‘일제강점과 민족운동의 전개’에서는 57건, 제6단원 ‘대한민국의 발전과 현대세계의 변화’에서는 41건이 수정·보완 권고를 받았다. 일제가 조선인의 요구를 수용하여 조선교육령을 개정한 듯이 기술한 부분, 경찰의 개입이 반일 민족 운동에 중요한 계기가 된 듯이 서술한 부분, 5·18민주화운동의 유혈 사태 원인이 시민에게 있는 듯이 서술한 부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교학사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한국사 교과서를 제작한 리베르는 112건의 수정·보완 권고를 받아 교학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구석기와 신석기 지도에서 울릉도 및 독도의 위치가 틀리는 등 연도나 지도 오류가 많았다. 단체나 기관명을 틀리거나 교과서 편수용어를 지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조선총독부를 총독부로, 한국광복군을 광복군으로, 주석을 위원장으로 기재한 식이었다.
나머지 6종의 교과서에 대해서는 균형 잡힌 서술을 하라는 취지의 권고가 많았다.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비상교육, 천재교육 등 4종은 주체사상을 설명하면서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고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이라고 기술하는 등 북한의 체제 선전 자료를 사용했다. 금성, 미래엔, 리베르, 두산, 비상교육, 천재교육 등 6종은 북한이 농민에게 실질적 토지가 아니라 경작권만 줬는데도 이를 토지개혁처럼 서술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부실하게 서술한 3종(두산 비상 천재), 한반도에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됐다는 식으로 기술한 2종(금성 천재), 천안함 피격 사건 등 도발의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하지 않은 2종(두산동아 지학사)도 마찬가지.
사실 오류나 오탈자도 많았다. 천재교육은 일본의 지명인 ‘나가사키’를 ‘나가시키’로 잘못 표기했다. 만국우편연합 가입 시기는 1900년이 아닌 1899년으로, 김일성 전집에 실린 김일성의 발언 시기는 1955년이 아닌 1995년으로 틀리게 썼다. 금성출판사는 무단통치를 무단총치라고 했고 고조선 건국 연대의 근거를 동국통감이 아닌 삼국유사로 잘못 서술했다.
8종 교과서 모두가 부실한 수준으로 드러나자 검정 교과서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 교과서들은 8월 국편의 최종 검정 심의를 통과했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없었다면 내년 3월에 일선 학교에서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전에는 교과서를 사용하는 첫해에 여러 기관에서 수정을 요청해서 1년 뒤 정오표를 내려 보냈는데 이번에는 검정 통과 직후 바로 논란이 돼 상황이 달랐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로 교과서 문제가 일단락될 가능성은 적다. 당장 민주당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긴급 성명을 내고 “교육부의 교과서 수정 권고는 교학사 교과서 살리기에 불과하다. 서남수 장관은 교과서의 사실 오류만 수정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사관까지 손을 대 혼란을 키웠으니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교과서의 집필진도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조만간 공동으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학사 측은 “출판사와 저자 모두 교육부의 수정 지시를 존중하는 입장”이라면서 “내일 당장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수정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과서 8종에 대해 수정, 보완하도록 통보한 조치는 당연하니 해당 출판사와 집필진은 반드시 이를 수용해야 한다.”면서 “이런 전철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교과서 검정 시스템을 강화하고 교육부의 장학 편수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news.donga.com/3/all/20131022/58369661/1 김희균·신진우 기자 foryou@donga.com 기사입력 2013-10-22 03:00:00 기사수정 2013-10-22 09:23:53
7종 한국사 교과서, 교육부 수정권고 대체로 수용했지만
집필진 자체수정안 살펴보니
교학사를 제외한 7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가 만든 자체 수정안은 당초 예상과 달리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안에 가까웠다. 그러나 일부 교과서는 김일성 전집에서 주체사상 관련 부분을 인용해 싣거나 북한의 토지개혁이 ‘무상 몰수, 무상 분배’가 옳다며 교육부의 권고안을 거부했다.
○ 주체사상-토지개혁 수정 거부
집필진이 수정을 거부한 교육부 권고안 65건 중 근현대사 관련 항목은 22건에 이른다. 이 중에는 북한의 주체사상과 김일성 우상화, 토지개혁 등과 관련된 항목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체사상이나 김일성 우상화와 관련된 교육부 권고에 대해 금성출판사 미래엔 천재교육 집필진은 권고 사유에 문제가 있다고 맞섰다. 천재교육 집필진은 본문은 아니지만 ‘주체의 강조와 김일성 우상화’ 자료 읽기 코너에 ‘김일성 전집’에 나온 구절을 실었다. 이 집필진은 “주체사상의 등장 배경을 알 수 있는 직접적 자료”라며 수정을 거부했다. 교육부는 북한의 주체사상 부분을 체제 선전 자료인 김일성 전집을 인용한 것은 교과서 집필기준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북한의 ‘무상 몰수, 무상 분배’는 경작권만 지급한 것으로 수정하라고 했으나 미래엔을 제외한 금성 두산동아 리베르스쿨 천재교육 비상교육 집필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성 두산 천재교육 비상교육 집필진은 김성보 연세대 교수(사학과)의 ‘남북한 경제구조의 기원과 전개’를 근거로 “북한이 단순하게 경작권만 지급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북한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편협한 이해”라며 반박했다.
이런 항목에 교육부가 구성한 전문가심의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남은 수정 절차의 전개 과정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심의위원회가 이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결론 내리면 교육부 장관은 수정명령권을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집필진이 소송 제기로 대응하면 일선 학교의 교과서 채택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일부 교과서의 검정 취소나 발행 정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교육부 안팎에서는 협의회의 자체 수정안이 크게 무리가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어서 예상외로 순조롭게 수정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일부 민감한 부분은 권고 수용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남한과 북한을 대등하게 서술했던 교과서의 집필진들은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표현을 고쳤다.
비상교육은 ‘남과 북에 서로 다른 정부가 들어서다’라는 문장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다.’로 바꿨고 ‘주체사상은 북한의 실정에 맞추어 주체적으로 수립한 사회주의 사상으로’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미래엔도 ‘유엔총회에서는 선거가 가능했던 한반도 내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승인했다’는 문장에서 ‘선거가 가능했던’ 구절을 삭제했다. 천재교육은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썼던 표현을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로 수정했다.
북한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두산은 ‘북한 내부의 인권 문제 등이 국제 사회의 쟁점이 되었다’는 문장을 ‘사상 통제, 정치범 수용소, 공개 처형 등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라고 구체화했다. 천재교육은 ‘3대 세습’ ‘심각한 인권 문제’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리베르는 분단의 책임이 남한에 있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수정 권고를 받은 ‘대한민국 정부의 출범’ 단원에서 ‘북한에서는 이미 실질적인 정부의 성격을 띤 북조선 임시 인민 위원회가 조직되었다.’는 문장을 새로 넣었다. http://news.donga.com/rel/3/all/20131101/58608698/1 김희균 foryou@donga.com·전주영 기자기사입력 2013-11-01 03:00:00 기사수정 2013-11-01 03:00:00
고등학교에서의 교육이란 보편적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품격을 함양하는 과정으로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면서도 국가가 요구하는 보편적인 고정이다. 대학과 달리 개인의 특정 학자의 학설을 교수하는 것이 아닌 검증된 보편적인 학설을 통해 공민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국가정책과 관련있는 국어라든가 국사교과서를 검인정 교과서로 한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논란의 소지를 조장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본래 취지대로 다양성을 교육한다는 취지는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았던가? 소탐대실이다.
또한 이러한 논란이 없었더라면 명확한 오류로 밝혀진 사실도 그냥 묻혀서 넘어갈 뻔 했는데, 그렇다면 그러한 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의 지식의 오류는 누가 책임질 것이며,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가? 더불어 과거에도 이러한 오류가 없었다고 어떻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며, 다른 과목의 문제는 또 어떻다는 말인가?
교과서는 금과옥조(金科玉條)이다. 보편적 학술을 기술하며, 한치의 오류도 없는, 꼭 알아야 할 기본서이지 아직 검증되지 않은 학자 개인의 학설을 기술한 전문서가 아닌 것이다. 과연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총체적으로 다시 점검해볼 문제 중의 문제라 아니 할 수 없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홍찬식 칼럼]한국사 교과서 집필자의 수준 문제
소련군 포고문, 북한 토지 개혁… 반복되는 역사 왜곡
새 자료와 증언을 반영 안하는 집필 능력에도 의문
실력과 안목 있는 학자들이 사명감 갖고 나서야
1945년 광복 직후 발생한 일 가운데 역사적 평가가 이미 내려졌으나 교과서에는 왜곡된 채로 반복되어 나오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북한의 토지 개혁이다. 새로 출간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도 전체 8종 가운데 6종이 북한 토지 개혁에 대해 ‘무상 몰수 무상 분배’를 강조하고 있다. 비상교육이 펴낸 교과서에는 ‘북조선 인민위원회는 친일파를 축출하였으며 무상 몰수 무상 분배 방식의 토지 개혁을 했다’고 나와 있다. 북한이 친일파를 내쫓고 그들의 토지를 빼앗아 농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긍정적 의미로 읽힌다.
광복 직후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은 토지 분배를 서둘렀다. 주민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해 준비를 마치고 이듬해 3월 시행했다. 남한은 북한보다 늦은 1950년 3월 ‘농지 개혁’에 나선다. 교과서는 북한의 경우 ‘무상 몰수 무상 분배’였고 남한은 ‘유상 매수 유상 분배’였다고 대비시킨다. 학생들은 북한 쪽이 잘된 것이고, 남한 쪽은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북한의 토지 개혁 법령은 분배 받은 토지의 매매와 임대를 금지했다. 본인만 농사지을 수 있으며, 남에게 팔거나 빌려줄 수 없는 제한적인 권리 이전이었다. 친일파 토지를 빼앗아 나눠줬다는 표현도 올바른 기술이 아니다. 직접 농사짓지 않고 소작을 주었던 농지에 대해서는 소유주가 누구인지에 상관없이 무조건 몰수했다.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을 친일파로 몰아 토지를 빼앗기도 했다. 그나마도 1954년 협동농장 도입과 함께 모든 토지는 국유화되고 말았다. ‘무상 몰수 무상 분배’ 표현은 학생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크다.
소련군이 북한을 점령한 직후 내놓은 포고문도 단골 메뉴다. 이 포고문은 ‘여러분은 자유와 독립을 찾았다. 붉은 군대(소련군)는 조선 인민이 자유롭게 창조적 노력에 착수할 만한 모든 조건을 만들어 놓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 교과서 중에서 2종이 이 포고문을 자료로 싣고 있다. 남한에 진주했던 미국 맥아더 사령관이 발표한 포고령 1호와 비교하는 형식이다.
두 글을 근거로 소련군은 조선을 해방하러 온 군대로, 미군은 점령군으로 규정하는 시도는 꽤 오랜 역사를 지닌다. 맥아더의 포고령은 ‘38선 이남은 당분간 본관의 권한 아래 있다’로 시작한다. 소련군의 글은 우호적으로, 미군의 글은 위압적으로 느껴진다. 광복 직후 남한의 좌익 세력과 김일성은 두 포고문을 내세워 소련군을 해방군으로 치켜세웠다.
6월 민주항쟁 직후인 1987년 9월에도 한 명문대 총학생회가 ‘민주광장’이라는 유인물에서 ‘점령군인가 해방군인가’라는 제목으로 두 포고문을 나란히 싣고, 소련군을 해방군으로 부각시켰다가 비판을 받았다. 2008년 좌편향 논란을 빚은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도 두 포고문을 함께 실었다. 이 교과서는 ‘두 글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자.’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소련군이 해방군 아닌 약탈군이었음은 북한 주민의 수많은 증언으로 당시 이미 밝혀졌다. 옛 소련 붕괴 이후 공개된 소련군 내부 보고서는 더 적나라하게 전한다. 1945년 8월부터 북한에 있었던 소련군의 페드로프 중좌는 ‘우리 군인의 비도덕적 행태는 끔찍한 수준이다. 사병 장교 할 것 없이 약탈과 폭력을 일삼고 비행을 자행하고 있으나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썼다. 사정이 이렇다면 소련군 포고문은 교과서에 실릴 가치가 없다.
1948년 12월 유엔이 대한민국을 승인할 때 채택한 결의문에 대한 엉터리 기술도 되풀이되고 있다. 결의문은 대한민국을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분명히 밝혔으나 2종의 새 교과서는 ‘선거가 가능했던 한반도 내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결의문을 제대로 읽어보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광복 이후 7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자료들이 나와 있고 수십 년 전에는 불분명했던 일들이 지금은 확연히 드러나 있다. 그 변화가 교과서에 반영되지 않고 매번 엉뚱한 서술이 실리는 것은 편향성 탓이 크지만 동시에 집필자들의 역량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 논란을 거치며 교과서에 오류가 많다는 점이 새롭게 밝혀졌다. 국사편찬위원회의 교과서 검정 기능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집필자의 낮은 수준 문제도 심각하다. 실력과 안목 있는 학자들이 미래 세대의 역사인식에 사명감을 갖고 교과서 집필에 나서야 한다. http://news.donga.com/Column/3/040171/20131106/58705289/1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기사입력 2013-11-06 03:00:00 기사수정 2013-11-06 0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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