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31. 10:01ㆍ一般
37세 경찰대, '로스쿨 방식'으로 순혈주의 깬다
[오늘의 세상]
軍복무대체·학비면제 없애고 정원 절반 편입생·현직경찰 선발
고위직 독점·기수문화 등 계속된 논란에 개혁추진위원회 발족
'엘리트 경찰 사관학교'였던 경찰대에 대한 수술이 본격화됐다. 기수 중심의 육군사관학교 모델에서 일반대 재학생·졸업생도 편입하는 로스쿨형으로 바뀔 전망이다. 학비 면제도 폐지돼 집안 형편 어려운 수재(秀才)들이 몰리던 풍경도 사라질 전망이다. 경찰청은 30일 '경찰대 개혁 추진위원회'(추진위)를 발족하고 올해 안에 개편 방향을 확정한다.
현재까지 나온 경찰대 개편 방향의 핵심은 순혈주의·기수 문화 타파다. 현재 경찰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21세 미만인 사람만 입학할 수 있다. 매년 100명이 입학해 기수 문화가 엄격하다.
추진위는 2020년도 신입생부터 고졸 모집 인원을 현재의 절반인 50명만 선발한다. 이들이 3학년이 되는 2022년부터는 매년 편입생 25명과 현직 경찰관 25명을 뽑아 이들과 함께 교육한다. 입학 연령 제한도 40세 미만으로 완화한다. 추진위는 재학생들의 나이와 경력이 뒤섞이면 '군대식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군역(軍役), 학비 제도도 완전히 달라진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찰 기동대 소대장을 하면 군역을 대체해 주던 제도는 내년 입학생부터 폐지된다. 군 미필자의 경우 일반 대학생처럼 휴학하고 입대를 하거나 졸업 후 장교로 복무해야 한다. 4년 전액 장학금 제도도 사라진다. 경찰대 관계자는 "경찰 인재 양성을 위해 국립대보다는 장학금 혜택 범위를 넓게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1981년 개교 당시 경찰대는 큰 화제를 모았다. 4년 전액 국비 교육, 군 면제, 재학 중 매월 교육수당, 졸업 후 경위로 임관돼 안정된 직장이 보장된다는 점 등 파격적인 혜택으로 지원자가 몰렸다. 경찰대 1기 입학 경쟁률은 224대1이었다. 준비한 입학원서 4만장이 동나 재인쇄를 하기도 했다.
경찰대 1기인 강경량 전 경찰대학장(퇴직)은 "동기 중엔 다니던 대학을 관두고 온 경우도 있었다."며 "전국 팔도의 똑똑한 친구들이 다 모인 듯했다"고 했다. 경찰대 1기 출신인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대학 예비고사 점수로만 따지면 경찰대가 서울대 법대 다음인데, 성적 외에 키와 용모·체력 테스트까지 종합적으로 통과했으니 우리가 대한민국 최고의 청년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대는 경찰 간부 구성도 바꿔놨다. 이전까지 매년 50명씩 간부 후보생을 선발해 왔지만 한 해 100명이 넘는 경찰대 졸업생이 쏟아져 들어왔다. 경쟁할 선배가 적었던 경찰대 1기의 경우 120명 가운데 76명이 총경 이상 계급을 달았다. 엘리트를 충원해 경찰 수사가 질적으로 좋아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찰대 독주는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을 독점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올해 5월 기준 전국 총경 583명 중 절반 이상인 320명이, 경무관 76명 중 51명이 경찰대 출신이다. 경찰대의 고위직 독점은 소위 '경찰대 라인 챙기기'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4년간 한 기숙사에서 동고동락하며 지낸 동기·선후배가 사회에서도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문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경찰 조직 내에서도 경찰대 라인과 간부 후보생 라인으로 간부들을 나눠 "라인을 잘 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현 정부와 여당은 이런 문제에 더해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의 하나로 경찰대 개혁을 요구해 왔다. 검찰이 1차 수사권, 수사종결권 등을 경찰에 넘기는 대신 경찰도 경찰대 개혁, 자치경찰제 도입 등 '개혁'을 하라는 것이다. 개혁안의 세부안을 확정하는 추진위도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위원장) 등 외부 인사가 절반 이상이다.
하지만 경찰대 출신 현직 경찰관들은 "고위직 독식은 경찰대 개교 초기 기수에서나 있었던 '허니문 기수' 이야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1~3기의 경우 졸업생 과반이 총경 이상 승진했지만 올해 50세인 7기의 경우 전체 120명 가운데 총경 이상 승진자가 39명 정도라는 것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한 해 총경 승진자가 85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찰대 출신이어도 승진이 쉽게 안 되는 구조"라며 "경찰대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13만 공무원 조직에서 차관급 고위 공무원 수가 1명뿐인 기형적 조직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사 인력 공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경찰대 출신 경찰관은 "검찰에서 1차 수사권을 넘겨받는 상황에서 경찰대 축소는 경찰 수사력의 하향 평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31/2018073100228.html? 김은정 기자 김수경 기자 입력 2018.07.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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