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20. 11:35ㆍ日記
내가 태어나서 성장하고 학창생활을 했고, 40여 년간의 교편생활을 마감했던 고향인 항도 부산을 떠나 경북 칠곡군 동명면의 해원정사에서 혼자 몇 개월 지내다가 마누라와 함께 처가 고향인 밀양에 정착한지도 벌써 4년이 흘러가고 있다.
30대, 아니 40대까지만 해도 시간은 영원히 내 앞에서 머물러 있을 줄 알았는데, 벌써 지는 해를 바라보아야하는 나이가 되었다. 눈 깜짝하고 나면 일주일 지나고, 고개 한 번 들면 한 달 지났고, 좀 덥다고 느끼면 바로 추워지면서 달력을 통째로 바꾸어 달아야 한다.
세월이 갈수록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전의 모습이 떠오르고, 그리워지면서 꼭 한번 어머니의 자애로운 손길과 음성을 가까이 하고 싶다. 어쩔 수 없다 체념할 때마다 과거 어머니의 심사를 편하게 해드리지 못한 것만이 가슴을 후벼 파고 들고 있다.
여기 밀양에 정착하여 좋은 점은 길을 걸을 때도 누가 나에게 부딪치면서 가는 사람이 없어 좋고, 텃밭을 가꾸면서 신선한 채소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것도 좋다. 공기가 맑아서 좋기는 하지만 우리 집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통행하는 자동차 매연이 역겹기는 하다.
한편 불편한 의료문제와 교통문제로 인해서 귀촌을 후회할 때도 가끔 있다.
병원이나 도서관에 가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자가용승용차만이 능사가 아니고 정말 대중교통이 필요할 때가 많다. 시에서는 시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 생각해서 예산만 탓하지 말고, 시민들의 부담과 편의를 고려하여 획기적인 교통정책과 응급후송 체계를 세워주기 바란다.
응급을 요하는 분들을 인근 대도시의 대형병원들과 연계하여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는 생명존중 응급후송 체계를 더욱 주도면밀하게 세워서 필요한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란다.
언젠가 밀양시장의 페북에 <밀양아리랑 고갯길> 조성사업이 소개되어 있었다. 여기서 밀양읍내까지 약 7km 정도밖에 되지 않는 멀지 않은 지역인 산외면이지만, 그곳 출발점인 영남루까지도 걷기에는 부담스러운 길이기에 거기로 가려고 하면 정류장까지 가서 얼마를 기다리다 버스를 두 번이나 타야하고, 환승제도가 없으니 교통비만 왕복 5,000~5,200원 정도가 소요된다.
한편 방역이 부실하여 해충도 많다. 파리와 모기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지네와 깔다구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모기에 물리면 30분 정도만 지나면 가려움도 통증도 끝인데, 깔따구는 딱 붙어서 침을 찌르면 가렵기보다 따끔하다, 일단 깔다구에 물리면 긁지 않으려도 긁지 않을 수 없다. 밤에 자다가도 심한 가려움이 있어서 자기도 모르게 피가 날 때까지 긁지 않고는 도리가 없다. 그러면 일주일간 통증을 동반하고 진물이 계속 난다. 그러고 나면 커다란 흠이 생기고 만다. 처음에는 모기에게 물린 줄 알고 시골 모기는 독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곳 사람들의 말로는 깔다구의 소행이라고 하였다.
지네한테 물리면 그 통증도 통증이지만 지네의 모습이 더 무섭다. 아무리 문단속을 잘 해도 어떨 때는 실내로 들어와서 사람을 물고 재빠르게 숨어버린다. 무섭다.
내가 좋아 시골로 귀촌하였는데 이제 다시 고향으로 또 이주할 수는 없고,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있지만 산도 좋고, 물도 좋고, 정자까지도 좋은 곳은 없다 하던데, 불편한 것이 쾌적함이라 생각하고 여기서 더욱 정을 붙이고, 더 적응하면서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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