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기술

2009. 11. 26. 19:16受持

'부부싸움에도 기술이?'

부부싸움 잘 하려면? 싸움의 목적 '이기는 것'에 둬선 안 돼, 다툼 도중 잠시 휴식시간 갖고 되도록 과거 일 들춰내지 말아야

가정해체를 심화시키는 폭력은 제일 먼저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부부싸움을 안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어떻게 하면 부부싸움을 '잘' 할 수 있을까?

가정폭력 상담을 오랫동안 해온 이들은 우선 부부싸움의 목적이 '이기는 것'에 있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부가 싸우는 목적은 얽힌 관계를 풀어 바로잡기 위한 것이지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 이에 따라 상대를 물어뜯고 낮춰서까지 이겨야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얻는 것이 없으므로'. 또한 이기는 데에만 집중하다보면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감정싸움으로 이어져 심한 경우 폭력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왜 싸움이 시작되었고 싸움을 통해 각자가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싸움 도중에 감정이 격해지면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골치 아픈 상황을 피해가기 위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은 금물이다.

싸우다 보면 과거의 일도 생각나게 되는 법. 그러나 과거 일을 들춰내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기 마련이므로 싸움의 주제는 '현재의 사건'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제3자를 개입시키거나 동맹 관계를 맺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부부싸움은 두 사람의 문제. 네편 내편이 있을 수 없다. '편'이 생기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부부싸움의 장소를 친정이나 시댁으로까지 확대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의 싸움은 특히 금물. 부부에게 생긴 상처보다 자녀들에게 생긴 상처는 훨씬 오래 간다.

또한 싸우더라도 부부는 한 이불에서 자는 것이 좋다. 서로 얼굴을 안 볼 사이가 아니라면 떨어져 갈등을 장기화할 필요가 없다. 책임 회피, 말초적 표현, 빈정대기, 돈으로 무마, 불쌍한 척하기 등 유치한 전술을 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갈등을 '해소'하는 데만 집착하지 말고 갈등을 '경영'하는 데 중점을 둬야 현명한 부부 싸움이 된다.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newsId=20090217000133 5면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입력시간: 2009-02-17 [00:00:00]

부부싸움은 서로를 이기기 위해 하는 싸움이 아니다.

싸움을 할 때 왜 싸워야 하고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고 하라.

한 가지 주제만을 다루고 과거 문제는 들추지 말라.

싸우되 1m 이내에서 싸우라.(무대를 친정, 시댁으로 확대하지 말라)

싸움 도중 감정이 격해지면 잠시 휴식시간을 가져라.

싸움에 관중을 두지 말라. 특히 자녀들 앞에서의 싸움은 금물.

미봉책으로 끝내지 말라.(임시 휴전은 곤란)

제3자를 개입시키거나 동맹 관계를 맺지 말라.

같은 소리를 두 번 이상 반복하지 말고 상대에게 말할 기회를 주라.

집에 불이 났을 때 외에는 고함을 지르지 말라.

[가정폭력! 이젠 말하세요] 돈 때문에 손찌검 최다, 술 마시고 주먹질 60%

가해자 대상 설문조사 2명 중 1명꼴 "때릴 수 있다"

'가정폭력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됐다. 하지만 가정폭력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침체'가 가정폭력의 주요 원인이란 사실이 밝혀져 주목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피해여성이 아니라 폭력행위자를 중심에 두고 접근했다. 폭력행위자들이 왜 폭력을 행사하는지, 사회는 어떤 책임이 있는지,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하는 것들을 짚어봤다.

가정폭력행위자(이하 가해자)들은 폭력을 사용한 가장 큰 이유로 '금전문제'를 꼽았다. 경제난이 가중되면 가정폭력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16일 법원과 검찰로부터 가해자들에 대한 상담을 위탁받은 부산성폭력상담소와 부산여성의전화 등에 따르면 지난 2006~2008년 3년 동안 이들 단체에서 상담 받은 가해자 110명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전반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가해자들이 폭력을 사용한 가장 큰 이유로 26명(24.1%)이 '금전문제'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배우자의 잔소리'(20.3%)와 '처가 및 본가 가족들과의 갈등'(20.3%)이 뒤를 이었다. '배우자의 외도'도 18.1%로 나타났다. '자녀교육' 때문에 가정폭력을 행사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17.2%, 19명).

가해자 2명 중 1명은 '배우자가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맞는 것이고, 배우자가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돼 배우자 폭력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못된 배우자는 때려서라도 버릇을 고쳐놔야 한다.'(18.8%), '배우자를 때리는 것은 사랑싸움이니까 문제시할 필요 없다'(17.9%), '여자와 북어는 두들길수록 맛이 난다는 옛말은 일리가 있다'(10.3%)라고 대답한 경우도 많았다.

가정폭력 유형별로는 배우자를 밀거나 물건으로 위협한 경우(34.6%)가 가장 많았다. 배우자의 뺨을 때리거나 발과 주먹 등으로 폭행한 경우(25.2%)가 그 뒤를 이었다. 배우자에게 물건을 던진 경우(24.1%)도 적지 않았고, 물건으로 때린 경우(9.6%)도 있었다. 칼과 흉기로 위협 또는 폭행하거나 담뱃불로 상처를 입힌 경우도 6.5%에 달했다.

특히 가해자 10명 중 6명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져 음주가 가정폭력에서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들이 생각하는 부부간의 갈등요인으로는 '성격차이로 인한 문제'가 14.4%로 가장 많았고 '의사소통 문제'가 12.3%로 뒤를 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애정 및 관심 부족(10.7%), 가치관 차이(10.2%), 가정의 재정관리 문제(9.4%), 친인척 문제(8.3%), 성생활 문제(8.1%), 직업문제(7.3%), 외도 및 불륜(6.5%), 자녀 문제(6.5%), 잠버릇 등 생활양식 문제(6.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이재희 소장은 "경기침체가 가정폭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가장 커다란 요인에 해당할 줄은 몰랐다"면서 "가정폭력의 경우 대체로 숨기거나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폭행 정도와 폭력에 대한 가치관은 조사 결과보다 더 심각한 수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sectionId=1010010000&subSectionId=1010010000&newsId=20090216000117 3면 김진성·전대식·이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9-02-16 [00:00:00] paperk@busan.com

"사소한 다툼이 결국 폭력으로"

가정폭력 원인은 경기침체로 다툼 많아 잔소리·외도도 적잖아

폭력은 어느 때 이뤄질까?

부산여성의 전화와 부산성폭력상담소 등에 따르면 가해자의 폭력은 부부가 '금전문제'로 다툴 때 가장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두드러진 현상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설명이다.

부산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금전문제는 남편이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 때문에 다툼이 시작될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남편의 벌이문제를 두고 불화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존심이 상한 남편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폭력남편 5명 중 1명은 배우자의 잔소리를 꼽았다. 예를 들어, 술을 먹거나 늦게 귀가했을 경우 남편도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계속된 아내의 잔소리가 너무 싫다는 것이다. 처가와 본가 가족들과의 갈등도 남편 폭력의 이유 중 하나로 나타났다.

폭력남편 100명 중 18명은 배우자의 외도 때문에 폭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아내가 살림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자녀교육을 등한시하는 데 대해 폭력을 행사했다는 남편도 100명 중 17명이나 됐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는 사실상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게 상담소 측의 설명이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이재희 소장은 "남편이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그 이유 하나 때문에 폭력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면서 "가정폭력은 아주 사소한 이유로 시작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확대되는 등 작은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면서 폭력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newsId=20090216000111 3면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입력시간: 2009-02-16 [00:00:00]

[가정폭력! 이제 말하세요] <상> 이유 있는 폭력?

장기간 계속된 가정폭력이 결국 살인미수 사태까지 불러 온 한 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현재 법원으로부터 '가정폭력 교정 및 치료' 처분을 받고 현재 프로그램에 참가 중이다. 이들 부부는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 가정폭력 당시의 상황과 가해자와 피해자의 솔직한 심정을 가감 없이 듣기 위해 부부를 따로 만났다. 결론은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축소,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가해자를 중심에 둔 교정 프로그램이 적극 가동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잔소리, 욕설 잦으니 주먹질", 배우자에 오롯이 책임 전가… 반성 없고 자기 잘못 정당화

○ 남편 A씨 입장

"생활비 적게 가져다 줬다고 술만 먹으면 잔소리가 너무 심합니다. 참다 참다 나도 모르게 주먹이 나가는 것이죠."

30대 중반 A씨는 아내를 폭행한 주된 이유가 아내에게 있다고 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아내가 술만 마시면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고 심지어 욕설까지 서슴지 않아 참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A씨는 "최근 경기불황으로 워낙 장사가 안돼 생활비를 조금 적게 가져다 줬더니 아내가 술만 마시면 나를 무시합니다. 술에 취해 흉기까지 들고 날 위협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습니까. 방어하기 위해서는 아내를 때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를 폭행한 게 아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아내가 미워서 때린 게 아니라고 시종일관 주장했다.

A씨는 또 "2년여 동안 아내와 함께 생활해 오면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고작 두 번밖에 없었다."며 자신이 가정폭력 교정, 치료프로그램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1월 쌍방폭행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당시 아내 B씨는 주방에 있던 흉기로 남편 A씨를 세 차례 찌른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사건 당일 A씨가 부부싸움을 하던 중 부엌에 있던 흉기로 자해를 하고 아내 B씨를 폭행했는데, 폭행을 견디다 못한 B씨가 흉기로 남편을 찔렀다고 밝혔다. 결국 법원은 이들 부부 모두에게 가정폭력 교정 및 치료 프로그램 상담 결정을 내렸다.

○ 아내 B씨의 입장

20대 중반인 아내 B씨는 남편의 이 같은 말에 '어이가 없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B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A씨와 함께 살 경우 형편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헤어지자고 말했더니 흉기로 자해를 하고는 나를 무려 1시간 이상 때렸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를 때렸다니 정말 할 말이 없네요."

B씨는 "만난 지 3개월 만에 폭행이 시작됐어요. 처음에는 말다툼하다 뺨 한 대를 맞았는데 갈수록 폭행정도가 심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년 가까이 살면서 모두 10차례 이상, 두 달에 한 번꼴로 폭행을 당했다면서 한 번 폭행이 시작되면 1시간 이상 얻어맞았다고 주장했다. "때리는 데에도 순서가 있어요. 뺨 때리는 것부터 시작해 발길질을 하다 나중에는 흉기까지 들고 위협을 합니다."

B씨는 남편을 흉기로 찌른 사실에 대해 "그날도 죽을 만큼 맞았습니다. 헤어지자고 한다는 이유로…. (남편이) 자해를 하더니 1시간 이상 나를 폭행했어요. 부엌에 있던 흉기로 같이 죽자며 내 손에 칼을 잡게 하고는 자신에게 찌른 겁니다."라고 주장했다.

헤어지는 걸 싫어해 남편이 자신을 폭행한다고 생각한 B씨는 지난해 3월 혼인신고를 하고 남편이 달라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B씨의 이 같은 바람은 또다시 반복된 폭행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B씨는 "부부싸움에서 단순히 뺨 한 대가 대수롭지 않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가정폭력은 작은 폭력에서부터 시작된다."면서 "어떠한 이유로든 부부지간의 폭행이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부산여성의 전화와 부산성폭력상담소의 입장

부산성폭력상담소는 가정폭력행위자 대부분이 자신의 폭력행위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남편 A씨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아내가 흉기를 휘둘렀다'는 경찰조사 결과가 나와 있음에도 남편은 폭력사실을 은폐,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담소 측은 경기불황 탓에 벌이가 적은 이유를 아내에게 전가하고 있고,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 등이 가정폭력행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배우자의 잔소리와 외도, 가정살림 및 자녀교육 문제 등 배우자가 잘못을 해 폭력을 행사한다는 폭력행위자가 전체의 55.6%나 됐다. 특히 가정폭력을 일삼은 남편들 중 상당수는 '배우자가 잘못 했을 때 폭력을 행사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등 폭력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어 의식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부산여성의 전화와 부산성폭력상담소에 신고 또는 접수된 가정폭력 건수는 4천560건으로 지난 2004년(3천240건)에 비해 1.4배가량 증가했다.

상담소 등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가정폭력 건수 자체가 증가했다기보다는 가정폭력을 사회문제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산여성의전화 박미경 상담원은 "가정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여성보다는 폭력행위자 중심의 개선책 마련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면서 "현행법상 법원과 검찰이 폭력행위자에게 각각 상담위탁 처분 혹은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릴 수 있는데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sectionId=1010010000&subSectionId=1010010000&newsId=20090216000110 3면 김진성·윤여진 기자 paperk@busan.com 입력시간: 2009-02-16 [00:00:00]

[가정폭력! 이젠 말하세요] <중> 우린 이렇게 풀어나가요

"울화 치미는 순간 참고 또 참고…이젠 인내가 습관돼"

가정폭력의 가장 심각한 폐해는 단연 가정해체이다. 가정폭력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줘 가정해체를 심화시킨다. 가정폭력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비행청소년으로 클 가능성이 많다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도 나왔다. 가정폭력은 대물림 현상까지 빚어진다. 가정해체는 단순히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근간을 무너뜨려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15년간 가해자·피해자로 살아온 50대 부부, 가정폭력 교정·치료 캠프 함께 다녀온 후 서로의 역할·입장 이해… 생활습관도 변화

15년 동안 가정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살아온 50대 부부. 최근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들 부부를 취재진이 만났다. 남편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이들 부부 사이에는 작지만 큰 변화가 일고 있다고 했다.

△ 남편 C씨의 변화

15년 전부터 아내를 폭행해 온 남편 C씨는 요즘 자신의 변화가 무척 놀랍다. 예전 같으면 아내와의 사소한 다툼에도 주먹이나 발길질이 먼저였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일이 거의 없다. C씨는 다툼이 심해진다 싶으면 아예 자리를 떠 버린다.

C씨는 "되도록이면 아내와 다투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혹시 다툼이라도 벌어지면 담배라도 피우려 밖에 나갔다가 들어옵니다. 울화가 치미는 그 순간만 넘기면 싸우지 않게 됩니다"고 말했다.

C씨의 이 같은 변화는 지난 2007년 부산성폭력상담소에서 운영하는 가정폭력행위자 교정·치료 프로그램 중 하나인 부부캠프에 다녀오면서 시작됐다. "부부캠프에 가보니 나 같이 못 배운 사람만 오는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데요. 나 보다 잘 난 사람도 오는 것을 보고 가정폭력이 나만의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C씨는 부부캠프에서 배운 대로 화가 날 때 한 번만 참아보기로 했다. 효과가 있었다. 아내와의 갈등상황에서 폭력보다는 참아야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 것이다. 그는 "한두 번 참다보니 술을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디다. 술만 먹으면 아내에게 몹쓸 짓을 많이 했는데 그게 걱정이 되더라구요." 부부캠프에 다녀 온 이후 C씨는 단 한 번도 아내를 폭행한 적이 없다. 특히 그는 아이들 앞에서는 부부싸움은 물론 언성조차도 높이지 않는다. "가정폭력은 대물림된다는 사실을 상담을 통해 알았습니다. 내 아이가 커서 나처럼 몹쓸 짓을 한다고 생각하다 정신이 아득했습니다." 그는 "이제껏 아이들에게 정말 몹쓸 것을 보여줬다는 생각에 한동안 괴로웠다"고 했다.

△ 아내 D씨의 변화

아내 D씨도 남편과 함께 부부캠프에 다녀 온 이후 작지만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남편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 예전에는 "아빠랑 더 살란 말은 나보고 죽으라는 얘기다"고 하면서 자식들 앞에서 울기도 했다. 이혼도 수차례 생각했다. D씨는 "자식들이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저런 아빠는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할 때 정말 죽고 싶은 생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상담이후 변화된 남편의 모습에서 안도감마저 느낀다. D씨는 "남편 스스로도 상담이후 폭력이 고쳐지는 것 같으니까 어디 모임에 나가서도 교육프로그램을 받아보라고 얘기하고, 그러면 고쳐야 할 점도 많이 알게 되고 가정도 정말 편해진다고 말한다."며 "돈 몇 푼 생기면 술로 의지하던 남편이 이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남편의 변화에 아내 스스로도 변했다. "예전보다 남편을 대할 때 많이 부드럽게 대합니다. 예전에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말을 하더라도 신경질적이었는데 요즘을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남편과 다툴 일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그는 자식들이 남편을 진정한 아버지로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다른 가정들처럼 화목하게 지낼 수 있다는 욕심까지 부려 본다고 했다.

D씨는 "남편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지난해에도 남편을 데리고 부부캠프에 다녀왔는데 상담을 받을 때마다 내 가정이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며 "주위에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가정이 있으면 반드시 함께 데리고 가 상담을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 "자신의 행위 인정해야"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한 상담을 맡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는 "폭력행위자들이 상담을 받으면 제일 먼저 변하는 게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담 전 자신의 폭력행위를 은폐, 축소하거나 정당화하던 경향은 사라지고 폭력행위 자체의 문제점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

부산성폭력상담소 이재희 소장은 "현재 가정폭력행위자 교정, 치료프로그램은 가정법원이나 검찰의 상담 위탁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본인과 가족의 협의에 의해 자발적인 참여도 가능하다"며 "가정폭력을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이제는 과감히 드러내 치유할 때"라고 말했다.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sectionId=1010010000&subSectionId=1010010000&newsId=20090217000110 5면 김진성·이현정 기자 paperk@busan.com 입력시간: 2009-02-17 [00:00:00]

[가정폭력! 이젠 말하세요] <하> 교정 프로그램 통해 치료

부부가 함께 참여해 올바른 성역할·대화법 모색

가정폭력을 특정인에 국한된 행위로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누구나 가정폭력을 행사할 수 있고, 가정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정폭력행위자 교정프로그램에 법적인 절차를 거친 가정폭력범 뿐만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부부 상담·캠프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 역할극·영화 관람 등 진행… 전액 무료

교정프로그램에는 부부간 집단상담과 캠프 등도 포함돼 있다. 부부가 서로에게 편지를 쓰고 공동작품을 만드는 시간을 가지면서 부부가 아닌 남녀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간극을 좁히고 공통점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가정폭력에 노출돼 있지 않더라도 부부, 연인, 예비부부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다.

△ 교정 프로그램 왜 필요한가?

가정폭력의 경우 혈연중심의 가족구조인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미명 하에 공공연하게 묵인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가정폭력 행위자는 자신의 행동이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설령 안다 하더라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 합리화하기 일쑤다. 또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이 가정폭력행위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폭력에 노출된 가족들은 경제적으로 구속돼 발언권이 없는 경우가 많고, 폭력을 보고 자란 아동들의 가치관이 왜곡되기도 한다. 이렇듯 가정의 해체와 폭력의 대물림을 부를 수 있는 가정폭력을 뿌리째 뽑기 위해서는 가정폭력행위자 교정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교정 프로그램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신체적·정서적·심리적·경제적인 폭력 등 모든 폭력행동을 없애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프로그램은 가정폭력의 원인을 파악하고, 폭력이 가족과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바르게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가정폭력이 재발되지 않도록 비폭력적인 방법을 탐색하고,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 여기에서 배운 내용이 실생활에서도 적용 가능하도록 해 준다. 개인의 문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가족과 함께 가정폭력 문제를 풀어가고, 나아가 가정폭력 행위자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부산여성폭력예방상담소 홍명희 소장은 "자신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이런 과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상담자를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어떻게 진행되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 반드시 거치는 것이 사전면접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경위나 가족상황 등을 미리 파악하며, 원할 경우 알코올 중독 진단도 받게 한다. 개인적인 성격·알코올 중독여부·스트레스 등을 먼저 살펴보고 상담·치료를 개인사에 맞게 조정하기도 한다.

사전면접 다음에는 크게 개별상담과 집단상담, 부부상담 그리고 부부캠프가 기다리고 있다.

개별상담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면서 변화하고 싶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프로그램의 개인적인 목표를 공유한다. 인생 곡선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전문적인 심리검사로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이른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자기폭력에 대한 진단을 내리고 스트레스 다스리는 법 등을 살펴보는 등 3~5회에 걸쳐 개별상담이 진행된다.

집단상담에서는 자신의 행동양식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며 성평등의식을 높이고 가정폭력의 사회적인 문제를 살펴본다. 가정폭력에 대한 정의와 원인, 그리고 자신이 행한 폭력의 내용과 피해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진다. 부부·가족대화법을 찾고 갈등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나간다. 또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훈련을 통해 성평등적 인식을 갖게 한다. 8~13회에 걸쳐 실시하며 1회에 2시간정도 소요된다.

부부상담에서는 여성 또는 남성으로서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부부간의 의사소통방법을 찾아 서로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며, 폭력 없는 가정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역할극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배우자가 아닌 본인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등 폭력에 대한 자세가 조금씩 변화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정폭력관련 영화 등 비디오를 통해 폭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이재희 소장은 "부부 집단상담을 받는 경우는 가정폭력에 대한 상호 이해가 대단히 높은 편이라 갈등해결도 쉬운 편"이라며 "양쪽 다 폭력을 행사한 경우가 많은 만큼 성과도 크다"고 말했다. 보통 4~5회에 걸쳐 실시하고 1회에 2시간 정도 할애된다.

부부캠프에는 보통 3~4쌍이 참여하며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평등부부를 찾는 등 서로 존중하는 법을 찾는 시간을 갖는다. 대개 1박 2일 코스로 진행되는데 가정폭력행위자의 태도변화가 가장 뚜렷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부산여성의전화 성·가정폭력상담센터 허지영 소장은 "가해자가 폭력에 대해 인지하고 교정하려는 의지가 커지는 시기인 만큼 부부간에 의사소통법도 적극적으로 익히는 편"이라며 "이후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부부 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어떻게 신청하나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와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의 ㈔부산여성의전화 성·가정폭력상담센터 등에서 가정폭력행위자 교정·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있는 ㈔부산여성폭력예방상담소는 특히 연 2회 행복결혼 예비학교를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 가족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1년 내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 집단상담 등의 경우 다른 참가자들과 시간을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복권기금사업 후원으로 진행되는 교정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전액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어 부담이 없다.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설 가정폭력상담소는 전화 051-558-8832 인터넷www.wopower.or.kr이며 ㈔부산여성의전화 성·가정폭력상담센터는 전화 051-817-6464 인터넷 www.pwhl.or.kr, ㈔부산여성폭력예방상담소는 전화 051-752-0871, 인터넷 www.women114.co.kr이다.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sectionId=1010010000&subSectionId=1010010000&newsId=20090218000058 5면 윤여진기자 onlypen@busan.com 입력시간: 2009-02-18 [00:00:00] -끝-

㈔부산성폭력상담소 가정폭력 교정 프로그램

1단계(1회)

■ 프로그램 받게 된 경위(사건내용) 및 가족상황 등 내담자 정보 파악

■ 배우자 상담

2단계(5회)

■ 관계형성과 프로그램 소개

■ 나는 누구인가(인생곡선/성격 검사)

■ 자기 폭력에 대한 진단

■ 스트레스 다스리기

3단계(8회)

■ 관계형성과 프로그램 소개

■ 사건이야기/목표정하기

■ 가정폭력의 실태와 대책 이해하기(폭력의 책임, 영향 등)

■ 가족간 의사소통 증진(부부 및 가족대화법)

■ 갈등해결 기술향상(통제와 지배의 수레바퀴)

■ 심리상담(분노 조절하기, 다스리기)

■ 성평등적 인식의 함양(남성, 여성이란? 성역할 고정관념 깨기 등)

■ 편지쓰기

4단계(5회)

■ 관계형성과 프로그램 소개

■ 가족에 대한 이해

■ 부부대화법

■ 역할극

■ 서로에게 편지쓰기

5단계(1회)

■ 부부레크레이션

■ 평등부부란?

■ 부부편지쓰기 / 공동작품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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