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6. 18:04ㆍ受持
아빠와의 친밀한 관계가 당당한 여성리더 만든다.
'알파걸'이라는 말이 등장한 지도 꽤 오래 지났다.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기에 눌려 남녀공학을 기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학생들이 득세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우리 딸들이 자라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글로벌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여성 글로벌리더로 키우기 위해 딸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영어실력 뒷받침해줄 문화적 소양 키워야
글로벌리더가 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가장 기본이다. 지금 많은 엄마들이 영어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도 '글로벌리더'로 성장하는 데 영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단순히 영어실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국내 최초 국제회의 동시통역사로 30여 년 간 세계 정상들을 만나온 최정화 한국외대 교수는 "영어실력도 중요하지만 그 뒤를 받쳐줄 문화적 소양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처음 일정기간 동안에는 오로지 영어실력을 높이는 것만을 목표로 삼을 수 있어요. 하지만,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영어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되죠. 다양한 지식과 교양, 우리와 다른 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 등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어요."
여성 리더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유럽 등 서구사회에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제무대에서 여성은 소수를 차지한다. 최 교수가 처음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20~30명이 자리에 있으면 그 중 여자는 최 교수 혼자뿐일 때가 많았다. 최 교수는 "여자라서 부족하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한 번 발언하더라도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늘 다른 사람들보다 2~3배 더 열심히 공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성이라고 해서 늘 불리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국제 협상 자리에 여성대표들이 많이 나온다. 이는 대화를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능력이 남성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여성 특유의 풍부한 감수성과 자신 있고 당당한 태도가 조화를 이루면, 국제무대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리더십센터 김경섭 대표는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여성은 말을 아끼는 것이 미덕'이라는 분위기 팽배했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단순히 영어만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정에서 생각할 수 있는 토론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유태인이나 북유럽의 가정에 보편적으로 퍼져있는 문화다. '지시'가 아닌 '질문'하는 형태의 토론이 자리 잡아야 한다. "너는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그렇게 하면 이런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그에 대한 해결책은 생각해 봤니?" 등 아이들이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질문을 던진다. 가족토론은 일상생활에서 아이의 사고력을 키워줄 뿐 아니라 자기 생각을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훈련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하나 중요한 요소가 필요하다. 반드시 '아빠'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 특히 딸에게는 아빠의 개입이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빠와의 관계가 친밀할 경우, 딸들은 남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펴거나 주도적으로 일을 이끌어나가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그래서 세계에서 활동하는 여성리더들 가운데 아버지와 사이가 좋은 경우가 많다.
▲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대표(왼쪽),최정화 한국외대 교수 그래픽=이동운 기자 dulana@chosun.com
모든 것 챙겨주는 '과보호'를 끊으라
아이들에 대한 '과보호'도 과감히 끊어야 한다. 요즘에는 "너는 공부나 해. 나머지는 엄마가 알아서 해줄게"라고 말하는 엄마들이 많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키우는 데 '경험'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김 대표는 "아이 뒤를 따라다니며 다 챙겨주지 말고 무엇이든 직접 경험하게 하라"며 "리더가 되는 데는 고난과 역경, 경험에서 배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얼마 전 공항에서 유학을 가는 대학생을 봤는데, 어머니가 입국수속을 일일이 다 해주더군요. 그렇게 해서 과연 글로벌리더가 될 수 있을까요? 북유럽 여성들 중에는 집이 가난하지 않아도 미국으로 건너와 보모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하면서 돈을 벌고 야간대학에서 공부하는 거예요. 한국 엄마들에게 과연 그렇게 할 용기가 있는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강점 강화' 교육을 하라
아무리 똑똑한 아이라도 모든 영역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아이가 어떤 재능을 타고 났는지 잘 살펴 이를 집중적으로 키워줘야 한다. 하지만 정작 아이가 잘하는 것은 내버려두고 못하는 것을 잘하게 하려고 애쓰는 부모들이 많다. 김 대표는 "아이가 오리라면 수영 연습을 시켜야지, 달리기 연습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못하는 달리기를 학원에 보내서 가르쳐 봐야 조금 나아지는 수준에 그칠 뿐, 월등해질 수는 없어요. 문제는 달리기에 매달리는 동안 수영까지 못하게 된다는 거예요. 아이가 타고난 강점이 무엇인지 발견해서 이를 강화하는 교육을 하세요."
아이를 믿고 긍정적으로 대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부모의 이런 태도는 말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 그런데 엄마들 중에는 아이들이 잘한 것은 속으로만 뿌듯해할 뿐 칭찬하지 않고, 잘못된 것만 찾아내 야단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이가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을 하나 깨뜨렸다고 해보자. "너는 왜 그릇 하나도 제대로 못 씻니?"라며 타박부터 하는 엄마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은연중에 '아, 나는 그릇 하나도 제대로 못 씻는 아이구나'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릇은 실수로 누구나 깰 수 있어. 그리고 어쩌면 이렇게 그릇을 깨끗이 닦고 하나하나 잘 정리했니"라고 칭찬해 주는 것이 좋다. 김 대표는 "말 한 마디가 아이의 자신감을 살릴 수도, 평생의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며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딸들에게는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23/2008112300265.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1&Dep3=headline1_01 오선영 syoh@chosun.com 입력 : 2008.11.24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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