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9. 11:36ㆍ常識
신문지, 가로 세로 788*545㎜의 '비밀'
신문지는 '조연'이다. 일상 어디서나 보이고 다양하게 쓰이지만 그 자체로 주목받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신문지는 새 소식을 담는 본 임무에 충실함은 물론, 깔개로도 좋고 물건을 포장하거나 창문을 닦을 때도 유용하며 노숙자에게 한 겹 바람막이가 돼 주는 등 다재다능하지만 그만큼 흔하게 쓰이고 버려진다. 그러나 가로 788㎜ 세로 545㎜의 신문지에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이 집약돼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항상 '조연'에 머물렀던 신문지의 숨은 이야기를 신문의 날을 하루 앞둔 6일 제지업계 관계자 등을 통해 알아봤다.
◇ 얇고 가볍지만 강하다
신문용지의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의외로 '튼튼함'이다.
신속함이 생명인 신문을 인쇄하는 윤전기는 시간당 16-18만부를 인쇄할 정도로 속도가 빠른데 신문용지는 윤전기의 엄청난 회전속도를 견딜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강도를 지녀야 한다. 물론 튼튼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운반하기 쉬워야 하고 18-24장을 두세 번씩 접어야 하는 신문의 특성상 신문용지는 최대한 얇고 가벼워야한다.
현재 신문용지의 무게는 1평방미터(㎡)당 46g정도인데 1986년 이전에는 54g/㎡ 수준이던 것이 신문 면수가 늘어나면서 점차 줄었다고 한다. 신문용지가 무조건 얇을수록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앞면에 인쇄된 글자가 뒷면에 비치면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종이의 '불투명도'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제지회사들은 특수처리를 통해 종이 섬유의 결을 거칠게 하거나 섬유조직의 밀도를 낮추는 등의 노하우로 인쇄잉크가 뒷면으로 배어나오지 않게 한다. 신문용지는 이처럼 최대한 가볍고 얇으면서도 동시에 튼튼하고 덜 비쳐야 하는 까다롭고 상반된 조건을 만족시키는 '예민한 종이'다.
◇ 한국 신문지가 가장 하얗다
신문지 하면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잿빛의 거친 종이를 떠올렸지만 현재의 신문지는 예전에 비해서는 물론 외국 것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흰 편이다. 종이가 백색에 가까울수록 인쇄했을 때 글자가 눈에 더 잘 띄고 컬러사진도 선명하게 나오는데 한국 신문용지의 경우 ISO백색도가 78-79% 수준인데 비해 일본이나 미국은 40-60% 수준이라고 한다.
신문용지를 더 희게 만들기 위해서는 종이섬유를 염소 등으로 탈색하거나 형광염료를 넣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다. 살굿빛을 띠는 신문지는 원료배합 시 따로 염료를 첨가해서 만드는데 바탕색상 때문에 컬러사진 인쇄가 까다롭고 글자도 눈에 덜 띌 수 있지만 시각적 피로는 흰 종이보다 덜하다고 한다.
◇ 신문지 안에 '환경'
현재 한국에서 쓰이는 신문용지는 대부분 폐지를 원료로 한 재생지다.
신문지의 원료는 94-97% 가량이 폐지를 가공한 재생펄프이고 나머지는 원목(기계펄프)이다. 신문용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 등지에서 수입한 폐지를 물에 푼 뒤 잉크입자를 빼는 탈묵과정을 수차례 거친다.
폐지를 재생하는 기술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세계적으로 뛰어나다고 알려졌는데 원목을 100%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여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폐지를 재활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기술이 발달하게 됐다고 한다.
◇ 신문용지 전망은?
신문 구독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바람에 신문지의 앞날도 그리 밝지 않은 편이지만 제지업체들은 수출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내 신문용지 생산량은 10여 년 전부터 150만-160만t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수물량은 월드컵 때인 2002년 129만9천t 수준을 기록한 이후 계속 줄어들어 작년에는 103만t 가량에 그쳤다. 반면 수출량은 2000년대 이후 꾸준한 늘어나 작년에는 59만7천t 가량을 기록했다. 주로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 신문용지 제작기반이 취약한 국가를 상대로 수출하며 신문용지를 따로 코팅 처리해 잡지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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