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9. 12:33ㆍ政治
치열한 첩보 경쟁
러시아 SVR, KGB 명성 물려받고, 중국 MSS 산업스파이에 집중, 모사드는 납치·암살 일가견
냉전은 막을 내렸지만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각국의 첩보기관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반테러전과 경제전쟁 등 새로운 차원의 싸움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 인터넷 판은 22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경쟁상대로 부상한 6개국 정보기관을 소개했다.
◇ 부활한 KGB
러시아에선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 블라디미르 푸틴이 권좌에 앉은 뒤 KGB의 후신인 해외정보국(SVR)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졌다. 미국 국제스파이박물관의 피터 어니스트 이사는 “러시아의 미국 내 스파이 활동은 냉전 시기와 다름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SVR은 2006년 영국 런던에서 자행된 전 KG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암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GB의 전직 요원들은 크렘린의 요직을 독차지하며 권력의 핵으로 부상했다.
◇ 인해전술 중국
중국 국가안전부(MSS)의 해외 첩보 활동은 미국의 첨단 산업과 군수 기술에 집중돼 있다. 소수 요원에 의존하기보다 ‘인해전술’을 쓴다는 게 MSS의 특징. 해마다 수천 명의 중국 외교관·학생·기업가들이 저인망식으로 각종 정보를 끌어 모은다. 이런 식으로 중국은 지난 수년간 미국 첨단 무기들을 모방할 수 있었다. MSS는 사이버 스파이 활동에도 열심이다. 최근 미국 국방부와 영국·독일 정부의 전산망을 해킹한 의혹을 받고 있다.
◇ 제임스 본드의 명성 되찾자
냉전 이후 예산이 급감하며 영국 해외정보국(MI6)은 기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9·11 이후 반테러전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인 캠페인에 돌입했다. 사상 처음으로 신문과 온라인 컴퓨터 게임에 광고를 내 대원을 모집하고 나섰다.
◇ 변함없는 명성의 모사드
1951년 설립된 이스라엘의 모사드는 기술과 공격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60년 나치 지도자 아돌프 아이히만 납치, 72년 뮌헨 올림픽 테러 사건 용의자 암살, 84년 에티오피아에서의 유대인 집단 탈출 작전 등이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 ‘눈에는 눈’ 인도 vs 파키스탄
인도의 대외정보기관(RAW)은 파키스탄에서, 파키스탄 정보부(ISI)는 인도 내에서 각종 테러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AW는 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방글라데시가 독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ISI는 인도 펀자브 주에서 분리독립운동을 벌이는 시크교도를 지원하고 있다. ISI는 미국과 함께 파키스탄 내 알카에다·탈레반 소탕작전도 벌인다. 중앙일보 신예리 기자 shiny@joongang.co.kr 2008.01.24 04:34 입력 / 2008.01.24 07:08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