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9. 11:57ㆍ職業
참 나쁜 직장상사도 칭찬하면 춤춘다
“우리 상사에게 가장 효과적인 아부는 그의 라이벌을 깎아내리는 거죠. ‘기획실장이 멍청한 발언을 했을 때 사장님 표정 보셨나요.’라고 말하면, 단숨에 상사의 얼굴에 미소가 퍼집니다.”
다혈질 상사의 비위를 잘 맞춰 사무실 분위기가 험악해질 때마다 ‘십자가를 진다’는 한 직장인이 들려주는 ‘아부의 기술’이다.
직장생활 3년차인 오○○(26) 씨는 “상사들은 까마득히 어린 내가 ‘밥 사드린다’고 말하는 것을 최고의 칭찬으로 여긴다. ‘당신도 우리만큼 젊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인 듯하다”고 말한다.
직장생활 16년차인 ㈜벅스○○○○ 서○○ 이사는 “윗사람에게 아부하는 데 귀신이 됐다”고 말한다. “보스도 사람이므로 인간적 호소가 가장 효과적이고 끝도 좋더라고요. 나 스스로 아부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자존심도 덜 상하고요.”
직장이야말로 칭찬과 아부로 굴러가는 공간이다. 휑한 사무실엔 가족 사이의 끈끈한 정도, 연인들처럼 눈에 씔 콩깍지도, 약이 될 만한 개똥도 없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관심 절대적 효과 발휘
지난 2월 취업사이트 파워잡과 휴먼네트워크연구소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을 떠나야 했거나 떠나려 하는 가장 직접적 이유’로 인간관계가 1위(35.6%)를 차지했다. 그러나 음모 속에서도 표면적으로는 ‘칭찬’과 ‘감사’의 표현이 일상화한 외국(혹은 외국계 직장)과 달리, 한국식 직장 문화에서 상사를 칭찬했다가는 동료들의 미움을 받기 쉽다. 따라서 ‘전략적 아부’는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의 모습을 띠기도 하고, ‘밥값 내기’나 ‘인류애에 대한 호소’가 되기도 한다.
또한 이 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인 30.3%는 상사와의 가장 강력한 관계형성 요소로 ‘관심’을 꼽았다. 상사와의 인간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일, 외모, 자동차, 가족 등 상사에 대한 ‘전략적 관심’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전략적 아부 혹은 전략적 관심은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서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합니다. ‘동안이시다’라거나 ‘이번 일 처리 보고 감동받았다’ ‘아드님이 잘생겼다’는 식의 표현들은 상사에게 관심과 존중을 보여주는 것이죠. 단, 과장하기보다 있는 ‘사실’에 대해 적절하게 칭찬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양광모, 휴먼네트워크연구소장)
불행하게도 칭찬할 만한 상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헤드헌팅업체 아인스파트너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6%가 상사 때문에 퇴사 또는 이직 충동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즉 직장인 10명 중 7~8명은, 마조히스트가 아니라면, 자신의 상사가 ‘나쁘다’고 생각한다. ‘나쁜 상사와 일하는 10가지 기술’(황금부엉이 펴냄)의 저자 존 후버는 대부분 직장인들이 자기 상사는 나쁘고 다른 직장 상사는 좋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지는 ‘푸른 초원 증후군’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기 상사만 나쁜 것이 아니라 ‘자기 상사도 나쁘고 다른 직장 상사도 나쁜’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세상에서 나쁜 상사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나쁜 상사에게 전략적으로 아부(혹은 대처)함으로써 상사가 사라지는 날까지 유쾌하게 직장생활을 하라는 것. 주술이라도 기대했던 직장인들에게는 다소 맥 빠지는 결론이지만, 슬그머니 가장 효과적인 전략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 서점에서 ‘칭찬’이나 ‘아부’라는 말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관련 서적들이 쏟아진다. 칭찬에 대한 책들과 주장이 나오고 또 나오는 건, 이것이 마지막 장면에 ‘내’가 등장하는 비극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에 대한 책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 이상 칭찬할 상대를 찾을 필요가 없다. 필요한 건 아부의 ‘전략’과 ‘기술’뿐이다.
당신의 상사는 어떤 타입인가 - 이런 상사에겐 이렇게 아부하라
- ‘상사와 유쾌하게 일하는 10가지 기술’, ‘상사사용설명서’ 등 발췌 정리
■ 유능한 상사
。분명하고 간결한 정보를 일관되게 제공함으로써 팀원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게 한다.
。문제 있는 규칙이라도 모든 직원에게 형평에 맞게 적용한다.
。자신이 상사에게 바라는 것과 똑같이 부하들을 대한다.
。부하들의 옷차림에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 하늘에 감사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라.
■ 전지전능한 상사
。기업 소유주 혹은 그 자녀들
→ 무조건 믿는 척하라.
→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라.
→ 늘 극존칭을 써도 좋다.
→ e메일 쓰는 형식에서부터 사무실에 걸린 액자까지 상사의 규칙에 맞춰라.
→ 도넛이라도 한 상자 선물해라.
→ “괜찮으시다면”, “전적으로 부장님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같은 말을 자주 써라.
■ 교활한 상사
。아는 게 많고 똑똑해 다른 사람들의 실수를 유도한다.
。언제나 전전긍긍하며 불안감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한다.
。자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타인의 행복과 조직 목표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간다.
。팀의 목표는 단 하나, 즉 자신의 성장뿐이다. 새로운 정보를 빨리 전달하라.
→ 상사의 초대를 거절하지 말라.
→ “부장님, 제가 한 일이 이사님 마음에 들었으면 합니다.”보다 “부장님, 이 일은 이사님도 흡족해하실 겁니다.” 같은 표현을 써라.
→ 복도에서 마주치면 옆으로 물러서라.
→ 상사의 부인이나 애완견, 자동차를 칭찬하라.
■ 자학적 상사
。처음부터 부서의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지레짐작한다.
。직원들이 상사가 만족할 만한 일을 하려 하면 비아냥거림으로 그들을 괴롭힌다.
。부정적인 기분으로 꽉 차 있다.
→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부정적 가능성들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라.
■ 가학적 상사
。그의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원동력은 다른 사람의 고통과 수난이다.
。반대의 근거를 찾고 이를 통해 직원들을 압박하기 위해 실적 평가에 임한다.
。실적 평가를 합법적으로 부하를 괴롭히는 기회라고 믿는다.
。취약하고 쉽게 손에 넣어 괴롭힐 수 있는 대상을 물색한다.
。부하 직원이 즐거움을 찾아 밖에 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면 다음 날부터 무지막지한 일거리가 쏟아진다.
→ 호출에 빨리 응하라.
→ 상사의 독촉이 일 처리에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하라.
→ 일이 너무 많아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줘라.
→ 헐렁하게 옷을 입어 일에 찌든 듯한 인상을 줘라.
■ 망상증 상사
。직원들이 자신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생각을 반박하기 위해 일한다고 믿는다.
。음모를 발견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으며, 없는 음모를 만들어낸다. 모든 정보를 먼저 제공하라.
→ 비밀을 상사와 공유하라.
→ 비밀스럽게 보일만 한 행동을 삼가라.
→ 검은색 옷을 입지 말라.
→ 휴대전화를 들고 사무실 밖으로 나가지 말라.
■ 친구 같은 상사
。유순한 상사에 해당한다.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해 늘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려 한다.
。부하들의 패셔너블한 옷차림을 좋아한다. 어떤 경우든 상사를 초대하라.
→ 회의를 요청하라.
→ e메일 등을 자주 보내라.
→ 상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책상 위에 올려놓아라.
→ 단체 티셔츠를 주문하자고 제안하라.
■ 멍청한 상사
。스스로 열정적이며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
。무의미한 계획안을 자꾸 작성하라고 한다.
。유행을 아무 생각 없이 추종한다.
。무미건조한 농담의 대가다.
。타인의 눈물, 비명 등 감성지표를 포착하지 못한다.
。늘 지루한 일상 속에 살아간다.
。상사의 엉뚱하고 기괴한 아이디어에 요란하게 맞장구쳐주면 좋아한다.
。모두 함께 나누고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개념조차 갖고 있지 않아 대인관계가 빈약하다.
→ “부장님과 논의했다시피” 같은 표현을 쓰라.
→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과장하라.
→ 제삼자, 즉 더 멍청한 직원을 통해 우회 칭찬하라. 화장실 잡담을 활용하라.
→ 상사가 자주 쓰는 표현이나 관심사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관련 서적을 산 뒤 “부장님 말씀을 듣고 세계적 ○○○의 책을 샀다”는 식으로 말하라.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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