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 한강 다리 이야기

2009. 12. 13. 15:00交通

혜은이 노래 ‘제3한강교’ 지금 이름은 뭐지?

한남대교 남단에 4층짜리 전망대가 문을 열었습니다. 전망대 카페에서는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남산과 서울타워가 손에 잡힐 듯합니다. 반포대교는 분수로 단장했고 광진교에는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졌습니다. 한강 다리가 변하고 있습니다. 열차와 자동차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서서히 사람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에서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까지 96㎞ 한강에 놓인 28개의 다리 얘기를 하겠습니다.

최초의 근대식 다리 한강철교

한강에 놓인 첫 근대식 다리는 1900년 7월 5일 준공된 한강철교다. 미국인 제임스 모스는 1896년 3월 고종에게서 한강다리와 경인철도 부설권을 얻어 공사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한강철교를 완공했다. 국내 최초의 근대식 토목공사로 ‘한반도 교통 혁명’에 비유되는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 경인철도합작회사는 “철교는 미국이 제작한 최신 공법이요, 천하에 드문 것이다. 마치 길이 3000척의 긴 무지개가 하늘에 걸린 것 같다”고 광고했다. 지금 한강철교는 모두 4개 선로다. 6·25 당시에는 3개였는데 국군이 북한군의 남하를 막기 위해 작전상 모두 폭파, 19년이 지난 69년 6월에야 복구됐다.

1917년 차는 물론 사람이 걸어서 건널 수 있는 한강대교가 개통됐다. 개통 당시의 이름은 ‘한강 인도교’였다. 한강대교는 완공 당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여름밤에는 화려한 장식 전등이 켜져 산책객이 몰렸다. 37년 10월 현재와 같은 아치 형식으로 개축됐는데 총독부 토목과 소속의 한국인 다리 기술자가 처음으로 교량 건설공사의 감독으로 참여했다. 6·25 전쟁 때 2, 3, 5번째 교각 사이가 폭파돼 58년에 복구됐다. 82년 2월에 한강대교가 한 개 더 생겨 쌍둥이 다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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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다리 방화대교, 숏다리 한강대교

가장 긴 다리는 한강 하류에 있는 2559m짜리 방화대교다. 강폭이 넓어 35개 교각이 다리를 받치고 있다. 둘째로 긴 다리는 김포대교로 2280m다. 이에 비해 한강대교는 840m에 불과하다. 한남대교의 폭은 상·하류교를 합쳐 51.2m 12차로로 잠실철교 도로(8.8m)의 5배가 넘는다.

대부분의 교각 간격이 50m 안팎인 데 비해 올림픽대교는 그 거리가 300m에 달해 가장 크다. 케이블이 다리를 들어주는 형식이어서 하중 부담이 작기 때문이다. 88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올림픽대교는 주탑의 높이가 88m이고, 주탑 꼭대기에서 뻗어 나와 다리 상판을 매달아 유지하는 케이블은 24회 서울올림픽을 의미하는 스물네 쌍이다.

다리가 버텨낼 수 있는 하중에도 차이가 있다. 잠실철교에 붙어 있는 2차선 도로교는 상행선은 승용차, 하행선은 자전거만 다닐 수 있다. 천호대교·영동대교·잠수교·원효대교·성산대교는 차량과 화물의 무게를 합쳐 32t까지 다닐 수 있다. 당산철교(37t)를 뺀 나머지 다리의 통행 기준은 40t이다.

28년 전 원효대교 통행료 200원

 

◀ 헬기에서 본 양화대교. [사진작가 이득영씨 제공]

2008년 1월 완공된 일산대교는 2335억 원의 공사비가 들었다. 2005년 다시 지은 마포대교는 상류 측 기존 교량을 개축하고 하류 측 다리를 새로 짓는 데 2154억 원이 들었다.

민간자본이 처음 투입된 다리는 원효대교. 서울시는 보상비 20억 원을 부담했고 시공사인 동아건설(주)이 225억 원을 댔다. 81년 11월 개통 후 차량 한 대당 200원의 통행료를 받았다. 당시로서는 한강 다리 중 돈을 받는 유일한 다리였다. 84년 동아건설에서 다리를 기부 받은 서울시는 무료 통행으로 바꿨다.

현대건설은 28개 교량 중 11개를 만들었다. 가양·성산·양화·서강·당산철도교·마포·한강·한남·성수·잠실·일산대교 공사에 주력 업체로 참여했다. 15일 개통한 막내 미사대교는 현대산업개발의 작품이다. 동아건설은 천호· 원효대교와 잠실철교 시공에 참여했고, 대림산업이 강동·영동대교를, 벽산건설이 행주·반포대교를 시공했다. 대우건설은 동작대교를 지었다.

‘무너지는 아픔’ 성수대교, 신행주대교

79년 완공된 옛 성수대교는 특수 공법이 적용된, 맵시 있는 다리였다. 다리를 지탱하는 부분들을 삼각형으로 연결해 만드는 게르버 트러스(Gerber Truss)라는 공법이었다. 그러나 건설만 있을 뿐 유지·관리라는 개념은 없었다. 94년 10월 21일 갑자기 무너져 내려 여중·고생 9명 등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설계·시공·관리에서 총체적 부실이 빚은 참사였다. 이 사고 이후 시설물 유지·관리의 개념이 우리나라 건설 분야에 본격 도입됐다. 사고는 95년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아픈 사연을 간직한 또 하나의 다리는 행주대교다. 78년에 건설된 옛 행주대교는 교량 폭이 10m에 불과했다. 늘어나는 통행량을 소화하기 위해 신행주대교를 짓기 시작했는데 완공을 앞둔 92년 7월 31일 일부 구간이 무너져 내렸다. 신행주대교의 준공이 지연된 3년 동안 일대는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시달렸다.

서울대교→마포대교, 제2한강교→양화대교, 제3한강교→한남대교

마포대교의 원래 이름은 서울대교다. 68년 시작된 한강개발계획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돼 70년 5월 16일 개통됐다. 당시까지 ‘서울 안의 시골’이었던 마포는 이 다리 덕분에 교통의 요지로 바뀌었다. 마포대교는 여의도를 ‘한국의 맨해튼’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가수 혜은이의 노래 ‘제3한강교’로 유명한 제3한강교는 한남대교의 옛 이름이다. 85년 한강종합개발공사 때 교량 이름을 정리하면서 새 이름을 갖게 됐다. 제2한강교는 양화대교 구교의 옛날 이름이다. 신교가 만들어진 뒤 신·구교를 합쳐 양화대교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제2한강교는 해방 후 국내 기술진이 세운 최초의 한강 다리이기도 하다. 제1한강교는 한강대교의 옛 이름이다.

15일 개통한 미사대교는 남양주와 하남시 간의 신경전 끝에 이름이 정해졌다. 당초 공사를 맡은 현대산업개발 측이 가칭 ‘남양주대교’로 이름을 짓자 하남시가 이름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남북을 잇는 다리의 경우 남쪽 도시가 관리를 맡기 때문에 하남시와 관련된 명칭이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시설물명 선정 자문위원회의를 열어 남양주시가 주장한 덕소대교와 하남시가 주장한 미사대교를 놓고 표 대결을 벌여 6대 3으로 미사대교로 결정했다.

자살 소동 많은 한강대교엔 기름칠도

종종 자살하려거나 사회의 이목을 끌려는 사람들이 다리를 이용했다. 80~90년대 경찰은 하루에 서너 번씩 다리를 순찰하면서 머뭇거리는 사람이 눈에 띄면 빨리 지나가도록 재촉했다. 특히 한강대교가 순찰 대상이었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의 순찰활동으로 불청객들을 막을 순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아치 위에 미끄러운 기름을 칠하는 것. 한강 교량을 관리하는 서울시 건설안전관리본부는 95년 한강대교 24개 아치 위에 폭 90㎝, 길이 2m 크기의 기름판을 설치해 사람들이 아치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이 방법도 아치 위로 올라가는 것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볼베어링판. 한강대교 12개 아치 위에 폭 90㎝, 길이 2m의 개당 800만 원짜리 볼베어링판 24개를 2000년 설치했다. 아치의 경사면에 볼베어링판을 설치해 사람이 올라설 경우 균형을 잡기 어렵도록 했다.

보행자를 자살 기도자로 의심해 통제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요즘은 시민들을 모으는 장소로 다리가 이용된다. 서울시는 광진교 4차로 중 2차로를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 휴식공간으로 바꿨다. 양쪽에 각각 폭 2m의 자전거 전용도로와 3개씩의 발코니형 돌출 전망대를 설치했다. 전망대 바닥에 3중 강화유리를 설치해 발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했다.

광진교~행주대교 20곳 서울시가 관리

28개의 다리 가운데 서울시가 관리하는 곳은 광진교부터 행주대교까지 행정구역상으로 서울시 관내에 있는 20곳이다. 경기도에 위치한 팔당대교는 하남시가, 강동·김포대교는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한다. 한강철교는 코레일, 당산철교는 서울메트로가 관리하고 방화대교는 (주)신공항하이웨이가 관리 책임을 맡고 있다. 민영회사가 지은 일산대교는 ‘일산대교주식회사’가, 미사대교는 ‘서울~춘천고속도로주식회사’가 관리한다. [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8> http://rainbow.joins.com/newsclip/article.asp?total_id=3689948 박태희 기자 2009.07.17 00:03 입력 / 2009.07.17 00: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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