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거래

테마株 가장해 주가 올린뒤 `먹튀`

주가조작 수법 갈수록 지능화

장면증권가 작전 경험이 풍부한 정 모씨는 하루 평균 거래량 100만주 정도인 A종목을 하루 50만주 사들이는 수법으로 단기간에 주가를 갑절로 끌어올렸다. 일반투자자들이 추격매수를 시작할 무렵 다른 종목 B로 넘어가 똑같은 수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A종목 매도차익을 순식간에 챙긴 뒤 곧이어 B종목에서도 부당이득을 챙겼다. 바로 신종 `메뚜기형` 주가조작이다.

18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 불공정거래 접수 건수와 처리 건수, 위법사항이 발견돼 검찰에 고발ㆍ통보 조치된 건수 모두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불공정거래 혐의로 신규 접수된 건수는 235건으로 전년 대비 30건(14.6%)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과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파생상품 관련 불공정거래 사건 접수가 21건으로 전년 6건 대비 250% 급증해 눈길을 끌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은 각각 71건과 143건으로 전년보다 각각 12.70%, 5.1% 늘었다. 금감원은 그동안 접수된 불공정거래 혐의 가운데 지난해 총 199건을 처리했다. 처리 건수는 전년 183건보다 8.7%(16건)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처리한 199건 가운데 유형별로는 허위공시 등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올린 행위 등 부정거래 행위 21건, 시세 조종 45건, 미공개 정보 이용 49건, 대량ㆍ소유 주식 보고 의무 위반 57건, 단기 매매 차익 등 4건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199건 가운데 혐의를 확정한 176건은 검찰 고발ㆍ통보(142건ㆍ71.4%), 단기매매 차익 반환(16건ㆍ8.0%), 경고(18건ㆍ9.0%) 등 조치를 취했다.

메뚜기형 주가 조작, 허수 주문 수법 외에 전환사채(CB) 편법 발행, 허위 공시 등 다양한 수법이 주식 불공정 거래에 동원되고 있다.

재무구조가 극도로 부실했던 B사는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감자(자본감소)를 하더라도 전환비율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사채업자에게 소액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줬다. 즉 주당 500원에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를 회사 측이 10분의 1로 감자하더라도 전환가격 5000원이 아닌 500원을 유지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약정에 따라 사채업자들은 앉아서 10배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유사 수신업체인 A사는 자원 개발 테마 바람을 악용해 주가 조작을 한 사례다. A사 대표는 상장사 C를 인수한 뒤 자원 개발 사업이 계속 진행되는 것처럼 허위 공시하고 증권방송(정보채널) 등에 보도해 주가 상승을 유도했다.

이어 본인 자금으로 주식 시세를 조종해 부당이득을 취했다. 회사가 상장 폐지에 도달하자 미리 주식을 팔아 손실을 모면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허위공시와 주식가치 평가, M&A 등을 이용한 복잡한 불공정 행위가 증가하고, 파생상품을 활용한 현ㆍ선물 연계 시세 조종 등 신종 불공정 거래도 급증했다"며 "투자자들은 상장사 경영ㆍ재무상태 공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테마형 불공정 거래 등 중대 사건에 대해 우선 심리하고, 불공정 거래 혐의 위탁자 매매양태를 시스템에 의해 분석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파생상품 불공정 거래 유형별 데이터베이스화, 연계 불공정 거래 분석 프로그램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http://news.mk.co.kr/v2/view.php?sc=30000001&cm=헤드라인&year=2010&no=30303&selFlag=&relatedcode=&wonNo=&sID=502 이한나 기자 / 이소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