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28. 10:31ㆍ健康
[인터넷 중독으로 멍드는 아이들 (下)] 컴퓨터에 빠진 '외톨이'… 조금만 감정 상해도 욕하거나 폭력행동
심하면 우울증도 발병…
"스킨십 자주 시도하고 작은 변화에도 칭찬을"
경기도 성남에 사는 ○○○(15·가명)양은 초등학교 3학년 무렵부터 조금이라도 감정이 상하면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욕을 퍼붓거나 폭력행동을 일삼았다. 화가 나면 1시간 내내 큰소리로 울며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실 창문에서 바깥으로 뛰어내리려고 하는 등 위험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반면 홀로 빈집을 지키는 시간의 대부분은 컴퓨터에 빠져 지냈다. ○○의 이런 이상행동은 '우울증'에서 온 것으로 밝혀졌다.
◆ 인터넷 중독에 우울증, ADHD도 '공존'
최근 아동·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이 심해지면서 우울증과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정신건강 질환까지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가 처음 실시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선별검사에 따르면, 중·고교생의 17%가 우울증 고위험군, 초등학생의 11%가 ADHD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실시한 '2009년 학생정신건강 선별검사 보고서'에서는 초등생의 15.6%, 중학생의 17.8%, 고교생의 17.6%가 우울·불안·ADHD 등 정신건강 문제로 정밀검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성윤숙 연구위원은 "인터넷 중독을 앓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우울증이나 ADHD 등도 앓고 있다"며 "세 가지 모두 돌봐주는 양육자가 없는 경우 발생 빈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기 우울증의 증상은 성인과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서울대 신민섭 교수(소아정신과)는 "아이들 우울증은 어른들의 우울증과 정반대 증상을 보인다."며 "어른들은 불면증이 따르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잠을 많이 자고, 어른들은 식욕이 떨어지는 반면 아이들은 폭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는 지난 3년간 성남시 정신보건센터를 찾아 상담 치료 등을 받았고, 센터는 가정방문을 통해 가족들이 양육태도를 바꾸도록 했다. 컴퓨터 사용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치료과정 중 하나였다. 노남훈 팀장은 "주변 사람들이 아이에게 애정을 쏟는 게 중요한데, 학교와 가족이 ○○를 이해하게 되면서 현아는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된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 ADHD를 앓고 있는 아이가 놀이치료실의 장난감을 닥치는 대로 헤집어 놓았다. 따뜻한 양육자가 없는 아동은 ADHD나 우울증, 인터넷 중독 등에 노출되기 쉽다.
◆ ADHD, 약물치료로 75% 극복 가능
경기도 수원에 사는 ○○○(10·가명)군은 지난해 5월부터 ADHD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부모는 몇 년 전부터 아이가 공격적이고 산만하다며 상담을 권유받았지만 크면서 괜찮아질 거라 생각해 미뤄왔다. ○○이가 유일하게 집중하는 시간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였다. 소아청소년정신보건센터에서는 ADHD 진단을 내렸다.
ADHD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중독과 ADHD와의 선후관계는 규명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산만한 아이들이 치료받지 않았을 때 인터넷 중독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본다.
ADHD를 방치하면 아동기에 대인관계 형성 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나이가 들면서 주의산만·충동성이 남는 경우가 많아 학습에 문제가 따를 수 있다. 성신여대 채규만 교수(심리학)는 "ADHD는 행동을 통제하는 신경전달 물질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받으면 75% 정도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아이들 정신건강에는 무엇보다도 부모의 일관된 양육태도와 따뜻한 관심이 중요하다"며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고, 스킨십을 자주 시도하고, 작은 변화에도 칭찬을 해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1/28/2010012800016.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1&Dep3=h1_05 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입력 : 2010.01.28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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