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28. 18:22ㆍ職業
그룹별 퇴직임원 대우 어떻게 다르나
SK 임원 퇴직 후에 ‘최고’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퇴직한 G모씨. 현재 직전에 머물던 회사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면서 퇴직 전 연봉 수준의 30% 남짓한 금액을 받고 있지만, 퇴직 이후 2년이 다 돼가면서 이런 혜택도 곧 없어진다.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이지만, 50대 중반의 나이로 퇴직 이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G씨는 “엔지니어나 구매 쪽 출신이 아니어서인지 관련 업체로 갈 곳이 생각보다 없다. 최근에는 취직보다는 지인과 함께 소규모 사업을 하는 것을 구상 중”이라며 “그래도 퇴직 이후 회사에서 기본적인 지원을 해줘 현실적인 도움은 물론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흔히 대기업 임원을 ‘직장인의 별’로 부른다.
기업 임원을 군대의 장성과 비교하는 말로 그만큼 오르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상무 이상 임원은 1700여명이다. 삼성그룹의 전체 직원이 17만 명을 넘어서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직원의 1%만 소위 ‘별’을 달 수 있는 셈이다.
임원이 되면 연봉 인상 등 수많은 혜택이 있다. 그중에서도 퇴직 이후 일정 기간 대우를 보장받는다는 점은 평직원들과는 큰 차이다.
삼성의 경우 사장급 이상은 1~2년간 고문역으로, 부사장급 이하는 자문역으로 위촉한다. 필요한 경우 5~6년 동안 상담역을 이어가기도 한다. 현대기아차는 전무 이상 임원들을 1~2년간 상임고문이나 자문역으로 둔다. LG그룹 또한 사장급 이상은 1~2년간 고문역, 그 이하는 자문역으로 위촉한다. 별도의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도 있다. SK는 1~3년간 퇴직임원을 고문으로 위촉한다. 상무급은 1년, 전무급은 2년, 부사장은 3년 정도다. SK에너지와 SK텔레콤은 퇴직임원모임과 지원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한다.
하지만 임원은 언제든 해고대상이 될 수 있다. 임원이 되면 일단 형식적인 퇴직절차를 밟고 퇴직금을 받는다. 임원부터는 사실상 계약직이다.
앞서 G씨는 “퇴직하는 임원은 개별로 통보받는다.”면서 “급작스런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지원의 많고 적음을 떠나, 1~2년 정도 시간을 갖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퇴직임원 지원제도가 개인적으로는 매우 유용하다”고 밝혔다.
퇴직 후 지원 및 임금은… 기업별로 임원 임금의 70%까지 지급
퇴직임원에 대한 관리는 대개 기업 규모가 클수록 잘 돼 있다. 삼성이나 LG, SK 등은 체계적인 퇴직임원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반면 포스코, KT 등 민영화된 공기업의 경우 별도의 프로그램이 없거나, 사장급만 예우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은 퇴직 후 관리 또한 최고 수준이다.
사장급에게는 상근 고문 자리가 주어진다. 임기는 통상 1~2년이지만 3년 이상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사무실과 비서는 물론 전용 차량, 학자금도 지원된다. 상담역의 경우 필요에 따라 5년 이상 장기간 위촉되기도 한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도 상임고문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상담역이 끝나더라도 비상근 자문역을 맡게 된다. 부사장급 이하는 1~2년 정도의 비상근 자문역으로 위촉된다. 설과 추석에 보너스도 지급된다. 별도의 사무실이나 비서 지원은 없지만, 현직에 있을 때의 50~70%까지 임금을 지급한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계열사별로 연봉 차이가 큰 데다, 이익분배금(PS)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출신의 한 퇴직임원은 “대외적으로는 고문으로 일하면서 연봉의 50~70%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3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고문이나 상담역도 회사에 대한 공헌도와 퇴직 당시 직급에 따라 예우의 차이가 있다”면서 “자문역 상담역도 계약직인 만큼 기간과 대우에 편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대외적으로 임원 예우에 대한 프로그램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고위 임원 퇴직 시에는 필요에 따라 자문역에 1~2년간 위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 당시 임금의 50~70%가 나온다.
상임고문에게는 차량과 비서를 지원한다. 자동차회사인 만큼 차량 구입 시 비용 30%가 별도로 나온다. 실제로는 전무 이상 고위 임원 출신에게만 혜택이 집중된다. 상무 이하 임원들에게는 퇴직 당시 기본급과 퇴직 위로금을 일정 기간 지급한다. 최근에는 협력업체에 기술지도 및 컨설팅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퇴직임원들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SK그룹은 퇴직 시 직급에 따라 고문으로 위촉한다. 직급별로 상무는 1년, 전무 2년, 부사장 이상 3년 순이다. CEO 출신은 최대 5년 동안 고문으로 위촉된다. 고문으로 있는 기간 중에는 퇴임 직전 연봉의 80%가량을 받는다. 전용 사무실 및 일부 퇴직임원들은 차량도 지원된다. 특히 1년 차의 경우 사무실, 비서, 차량, 골프 회원권 등 현직에 있을 때와 혜택이 동일하다. 이후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SK에너지와 SK텔레콤 등 대형 계열사들의 경우 퇴직임원들의 모임도 활발하다. SK에너지의 ‘유경회’는 CEO 출신들의 모임으로 사무실과 비서 등이 제공된다. SK텔레콤에도 비슷한 ‘상우회’가 있다.
LG그룹은 사장급과 부사장급 이하의 차이가 있다. 사장급 이상 임원은 퇴직 후 곧바로 상근직 ‘고문’으로 위촉된다. 고문의 임기는 1~2년 정도. 상임 고문에게는 독립 사무실과 차량, 비서 등이 지원된다. 고문 임기가 끝나면 다시 비상근 자문역으로 이어진다. 자문역은 통상 2년 정도. 부사장급 이하 임원들은 바로 비상근 자문역을 맡는다. 퇴직임원의 급여는 현직의 7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부사장급 이상은 최소 1년 이상 고문으로 위촉하고 전무 이하는 자문으로 위촉한다. 출신 계열사나 직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현직 연봉의 40~60%가 지급된다. 고문에게는 비서와 기사, 차량이 지원된다. 유통회사답게 생일이나 명절에 선물도 제공된다.
GS그룹은 재직 중 업적이나 근무 기간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대우한다.
사장급 이상은 고문으로 위촉된다. 재직기간은 상이하지만 통상 2년 안팎이다. 고문 기간에는 비서, 사무실, 차량 등이 지원된다. 부사장급 이하는 1~2년간의 자문역이 주어지지만 별도의 복리후생이나 사무실 지원은 없다.
포스코는 퇴직임원을 고문 또는 자문역으로 위촉하고 퇴직 전 연봉의 50~70%를 1~2년간 지급한다. 사장급 이상 퇴직자에게 주어지는 상임고문에게는 차량, 사무실, 비서가 제공된다.
한화그룹은 대표이사 이상에게는 상근고문, 일반 임원에게는 고문 직위가 주어진다. 상근고문에게는 비서, 사무실, 기사, 차량을 제공한다. 두산그룹은 일반 임원으로 퇴직하면 2년 동안 직전 연봉의 70%를 준다. 부사장 이상은 3년 동안 연봉의 70% 정도를 받는다. CJ그룹은 1~2년간 고문이나 자문역으로 위촉한다. 고문이나 자문역이 끝나면 CJ클럽에 가입한다. 직위와 공헌도를 감안해서 차량이나 비서가 지원된다. 신세계는 퇴직임원들에게 1~2년간 비상임 고문직을 부여하고, 퇴직 시 기본급 수준의 임금을 지급한다.
KT의 경우, 퇴직임원에 대한 별도의 관리는 없다. KT 관계자는 “일부 자회사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별도의 혜택은 없다”고 밝혔다. 그밖에 10대 그룹 외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별도의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기타 지원
퇴직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키고 새로운 인생 설계를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속속 도입되는 추세다.
LG의 경우 일찌감치 아웃플레이스먼트(잠깐용어 참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퇴직임원들의 창업이나 구직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LG전자가 2002년 문을 열었다. 6개월간 진행되며 정리, 탐색, 새출발 등 단계를 나눠 관리한다. 초기 단계에는 심리 상담도 진행된다. 새출발 단계에선 구체적인 직장 정보와 새로운 직장을 알선한다. 창업 희망자들에게는 별도의 정보가 제공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퇴직임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고, 단순한 임금 지원이나 사무실 제공 등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또 다른 기업으로는 롯데가 있다.
퇴직임원들에게 전직과 창업지원을 위해 6개월 동안 사무공간 제공은 물론 전직지원, 생애설계, 창업지원, 건강 및 노후관리 등의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한화그룹은 퇴직임원들의 끈끈한 모임을 통해 결속을 유지한다. 95년 만들어진 퇴직임원들의 모임 ‘한화회’를 통해 친목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그룹의 자문역할도 일부 담당한다. 그룹은 한화회에 사무실을 내주고 각종 행사도 지원한다. 한화그룹 계열사의 현직 임원은 “한화 그룹의 문화도 그렇지만 끈끈한 선후배 의식이 남아 있다”면서 “한화회를 통해 자부심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성우회, 전자사랑 등의 모임을 통해 퇴직임원 간 정보교류와 사무실 등을 지원한다.
항공사들의 경우, 퇴직임원들의 직급에 따라 항공편 할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각종 물품의 납품이나 대리점 개설 등의 특전을 주기도 한다. 대리점 시스템을 갖춘 경우, 퇴직임원들에게 대리점 개설에 우선권을 줘 노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C그룹 이사 출신의 한 인사는 “생산 공장에서 사용하는 장갑이나 작업복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사실상 출신 임원들이 맡고 있다”면서 “2~3년간 사업을 맡으면서 노후 준비를 하고 이후에 나오는 후배들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방식”이라고 귀띔했다.
일부 대기업 임원들은 협력업체로 가는 경우도 많다. 구매나 기술 개발 관련 부처 출신들은 자신들이 현직에서 쌓은 인맥이나 기술력으로 중소기업에 임원자리를 꿰차는 것이다. 현대차 임원 출신으로 협력사에서도 임원을 하고 있는 K씨는 “갑작스레 퇴직 통보를 받고 6개월 동안 상당히 고민했다”면서 “다행히 현직에 있을 때 다져놓은 인맥으로 비교적 손쉽게 재취업에 성공했다. 잘 아는 업무를 이어갈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퇴직 후 임원 관리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보다 ‘관리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임원들은 기업의 주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거나 정보를 직접 다루는 위치에 있다. 그만큼 퇴직자들에 의한 정보 유출이나 경쟁 기업들의 악용 가능성이 상존한다.
퇴직임원들의 노하우를 썩히는 것도 기업 입장에선 아쉽다.
기업을 위해 쌓아온 아이디어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거나, 다른 곳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 스타 CEO 출신의 경우, 현장을 떠나더라도 존재만으로도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 삼성전자 퇴직임원 A씨, 퇴직 이후 전직 지원 아쉬워
▶ 퇴직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비서실, 홍보실 등에서 27년간 재직하고 퇴직한 지는 1년 됐습니다. 1년간 자문역으로 활동하다 최근 홍보기획사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 퇴직하고 회사로부터는 어떤 지원을 받았나요.
직책에 따라 고문이나 자문역으로 위촉되는데, 저는 자문역으로 위촉돼 기존 연봉의 3분의 1 정도를 받았습니다. 사무실은 퇴직임원들이 함께 사용하는 곳이 역삼동에 있습니다. ‘전자사랑’ 퇴직임원 모임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를 교류한다고는 하지만 저는 잘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 전직을 하는 데는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임원 퇴직 여부는 대개 3일 전에 통보받기 때문에 퇴직 이후의 삶을 설계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다만, 자문역으로 있는 1년간 준비할 시간을 가졌고,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일을 찾게 됐습니다. 다른 분들은 퇴직임원들의 모임에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 계열사나 협력사로 옮겨가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는 지인의 권유로 일을 시작했고, 전공이던 홍보 분야는 계열사로 가는 경우가 드뭅니다.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전직(轉職)지원서비스. 퇴직 예정자나 퇴직자를 대상으로 경력진단과 진로상담 등을 통해 재취업이나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컨설팅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총칭한다. http://news.mk.co.kr/v2/view.php?sc=40000008&cm=_오늘의 화제&year=2010&no=103395&selFlag=&relatedcode=&wonNo=&sID=501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2010.02.27 20:12:37 입력[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5호(10.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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