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사라

2010. 6. 22. 12:07經濟

[박용선의 투자터치] 주식을 사지 말고 때를 사라

종목선정 못지않게 매매시점도 중요하다

단기급등 후 일시 조정국면 나타나, 초기에 팔면 오히려 손해 가능성, 상승폭 절반 반납 뒤 다시 오르기도

그리스 신화에 신의 노여움을 사서 형벌을 받는 탄탈로스의 이야기가 있다. 제우스의 아들인 탄탈로스는 신들의 먹을거리를 훔쳐 인간에게 준 벌로 지옥에 떨어져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발밑에는 물이 무릎 높이로 고여 있고 눈앞에는 과일나무가 있지만 물을 마시려고 몸을 굽히면 물은 땅 속으로 스며들고 과일을 따려고 손을 뻗으면 나뭇가지가 올라가버린다. 그는 시원한 물과 맛있는 과일을 눈앞에 두고도 항상 갈증과 굶주림에 시달린다.

주식시장에도 탄탈로스의 후예들이 존재한다. 주가가 꾸준히 올라가는 상승 장세에서도 주가 등락의 리듬과 매매 타이밍을 놓친 투자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 이미 팔아 버렸거나 사려고 노리던 주식은 가격이 자꾸 오르고, 팔려는 주식은 가격이 하염없이 떨어진다.

‘주식 투자는 타이밍의 예술’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주식 투자에서 종목선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매매시점의 선택이다. 주가의 움직임은 일정하지 않고 마치 파도치듯 불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한다. 하루에도 시간대별로 심한 등락을 보이게 되고 한 달 동안의 추세를 보아도 상승 또는 하락 과정에서 몇 차례 큰 기복이 나타나며 1년 또는 수년간의 장기 추세 속에서도 중간 중간 심한 반등이나 반락과정을 보인다.

따라서 아무리 장기적으로 대세상승 과정에 있는 우량종목을 매매하더라도 매매시점을 잘 잡지 못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우량종목도 상승과정에서 단기급등 후에는 일시적인 조정국면이 나타나는데 조정을 보일 때는 그동안 상승 폭의 절반가량을 반납하고 나서야 다시 상승하기도 한다. 이때 단기적으로 고점에서 주식을 매수하게 되면 조정과정에 진입할 때 추가 하락의 두려움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팔아치우기 쉽다.

필자가 아는 한 투자자도 자산 가치를 재료로 해서 대세상승 국면에 있던 어느 종목을 세 번 매매했었는데 1만 원대에 있던 주가가 10만 원 가까이 올라가는 과정에서 그때마다 매매 타이밍이 좋지 않아 안타깝게도 세 번 다 손해를 봤다. 그 주식이 처음에 자산가치가 뛰어나다는 것을 바탕으로 오르기 시작할 때에는 긴가민가하며 관망만 하고 있다가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니까 뒤늦게 추격매수를 한 것이었다. 결국 단기 고점에서 덜컥 매입을 했다가 조정국면에 들어가기 시작하니까 슬슬 겁이 나서 손해를 더 보기 전에 팔아치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손절매를 하고 나니 주가가 다시 오르는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그 주식의 매매 타이밍을 제대로 못 잡고 세 번 매매해서 세 번 다 손해를 본 것이다.

대세 상승국면에 진입하는 것 같은 주식이라도 주가가 단기간에 지나치게 급상승을 하면서 대량거래가 수반되면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주가가 어느 정도 조정을 보이면서 과열 기미가 식은 후에 매입하는 침착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 시장의 주도주가 아닌 종목이라도 매매시점만 잘 잡으면 예상외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매매시점을 잘 선택하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의 흐름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나름대로의 경험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투자 경험을 쌓은 후에 매매하고자 하는 종목의 주가 추이를 잘 관찰하고 기술적 분석을 이용해서 이동평균선이나 거래량 추이를 점검해 매매해야 한다.

주식 투자로 남다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도 필요하다. 이때 주도종목을 잘 고르는 것 못지않게 그 종목의 매입과 매도시점을 적절히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매매 타이밍을 잘 잡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주식을 사지 말고 때를 사라’는 증시 격언을 머리에 새기고 실전에서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국 월가의 최고전략가로 꼽히는 윌리엄 오닐은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책에서 그 나름대로의 매매시점 포착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좋은 매매시점을 자꾸 놓치고 꼬이기 시작하면 투자방식을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다.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신도 맞춰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탄탈로스가 물구나무를 섰다면 입으로 물을 마시고 발로 과일을 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주식 매매 타이밍이 잘 안 맞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에는 물구나무서는 식의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http://news.donga.com/Economy/Money/3/0102/20100620/29246272/1 2010-06-21 03:00 2010-06-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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