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8. 12:54ㆍ生活
'진주냉면'
▲ 육전
▲ 물냉면
▲ 비빔냉면
▲ 물비빔
황덕이 할머니 직계 가족만 하는 진주냉면
부산 2, 사천 1,진주 5곳 등 전국 8곳, 하단은 큰딸, 대연동엔 외손자가 가게 열어
해물육수에 푸짐한 육전 얹은 그 맛의 오묘함이란…
여름이 되니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 생각난다. 아쉽지만 냉면으로 이름 깨나 난 집들은 거의 다 서울에 있다. 사람만 서울로 가는 게 아니라 냉면도 서울로만 가는 모양이다. 서울 가는 저 양반, 잠깐 기다려 보시라. 서울에는 없고, 부산·경남에서만 맛볼 수 있는 냉면이 있다. 바로 '진주냉면'이야기다. 냉면 하면 '평양'이나 '함흥'인데, 진주냉면이 맛이 있을까? 모르시는 말씀이다. 북한에서 출간된 '조선의 민속전통'이란 책에는 '랭면 가운데 제일로 여기는 것이 평양랭면과 진주랭면이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진주 권번가에서 야식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이병주가 쓴 소설 '지리산'을 보자. 일본인 교사 '구사마'가 "진주를 떠나면 영영 이 맛있는 냉면을 못 먹게 될 텐데"라며 아쉬워하는 대목이 나온다. 진주냉면이 얼마나 맛이 있기에….
기생을 관장하는 권번(券番)이 진주에 있었다. '북 평양 남 진주'라고 불릴 만큼 진주 기생은 조선 팔도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진주 기생의 가무는 조선 제일이었단다.
진주냉면은 지리산 인근의 풍부한 밀가루와 메밀, 풍요로운 식재료들이 결합해 탄생했다. 진주냉면은 가볍게 먹는 음식이 아니라 조선시대 권번가에서 야식으로 즐겨먹던 고급 음식이었다. 고관대작은 물론 일본 관료들까지 진주냉면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이렇게 전승된 진주냉면은 1930년대부터 진주 중앙시장을 거점으로 평화식당, 수영식당, 부산식당, 은하냉면 등 냉면 전문점이 생기며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1966년 진주 중앙시장에 큰 불이 나며 진주냉면의 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재개업한 곳이 부산식당(또는 부산냉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현재의 진주냉면 본점(진주시 봉곡동·055-741-0525)이다. 왜 이름이 부산식당일까. 부산은 서울보다 가깝고, 큰 도시였다. 부산을 동경해서 이름을 붙였단다. 창업주 황덕이(82) 할머니는 이곳에서 여전히 진주냉면을 만들고 있다.
제사 때나 성묘 때에도 냉면으로
진주냉면 맛을 보려면 진주나 부산에 와야 한다. 황 씨의 직계 가족만이 하는 진주냉면이 진주에 5곳, 사천 1곳, 부산에 2곳 등 전국에 8곳만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진주냉면을 맛보기 위해 부산 사하구 하단동으로 향했다. 진주냉면 '대연동점'을 찾은 지 보름 만에 였다. 지난 3월에 문을 연 대연동점은 아직까지 손님맞이가 서툴렀다. 식사시간만 되면 넘치는 손님들로 난리 북새통이 따로 없었다.
황 할머니 2남3녀 중 첫째인 하기연(62) 씨가 3년 전에 하단에서 진주냉면 가게를 열었다. 하 씨에게서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 하거홍 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는 하루에도 냉면을 몇 그릇씩 드시며 거의 냉면으로 사셨다. 육수가 항상 머리맡에 있어야 했다. 지금도 아버지 제사상에는 냉면을 올리고 성묘 때에도 빠뜨리지 않는다." 하 씨의 냉면 사랑을 자식들이 이어받아 모두 진주냉면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연동점은 하기연 씨의 작은 아들인 이한보(38) 씨가 맡아서 한다.
하기연 씨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번호표를 받고 길게 줄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보면 미안하다"고 털어놓는다. 사실 진주냉면은 명성만큼이나 손님들의 원성도 만만치않다. 겨우 기다려서 주문을 해도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는다. 하 씨는 "메밀이 많이 들어 삶는 데 시간이 걸려서 그렇다. 우리집의 면은 전분과 통밀가루가 들어가지만 메밀의 비중이 월등하게 많다"고 말한다.
푸짐한 재료 해물육수의 감칠맛
진주냉면에는 물냉면, 비빔냉면, 또 '물비빔'이란 게 있다. 골고루 하나씩 먹어보자. "와 이리 양이 많노?"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십상이다. "아무리 냉면이라도 한 끼 식사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는 게 창업주의 뜻이었단다. 냉면에는 각종 재료들이 푸짐하게 담겼다. 배, 오이, 무채, 편육, 지단, 달걀, 실고추, 석이버섯, 육전 이렇게 9가지가 들어가야 진주냉면이란다.
진주냉면의 고명 중에 가장 특이한 것이 육전이다. 육전은 우둔살에 밀가루를 약간 발라 계란을 입혀 구워냈다. 어떤 이는 "냉면과 육전은 참을 수 없는 언밸런스"라고 불평을 한다.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은 육전과 편육이 주는 든든함을 좋아한다. 고소하게 씹히는 육전의 맛이 좋다.
물과 비빔을 섞은 '물비빔'이 가장 많이 나가는 메뉴. 진주냉면을 처음 접한다면 무난한 물비빔이 괜찮다. 하지만 진주냉면의 진정한 매력은 해물육수 맛이 제대로 나는 물냉면에 있다. 진주냉면은 특이하게도 마른 홍합, 새우 등 해물 10여 가지가 들어간 해물육수로 만든다.
해물육수를 처음 먹을 때는 비릿했다. 그동안 알았던 맑고 깨끗한 냉면 국물과는 차이가 컸다. 이걸 무슨 냉면이라고 부르냐는 소리가 나올 만도 했다. 두 번째 먹으니 좀 괜찮게 느껴진다. 이렇게 먹다 돌아갈 때쯤이면 해물육수의 풍미가 자꾸 생각이 난다.
순수한 냉면이 아니래도 좋다. 누구 말처럼 냉면의 불모지에서 다양한 냉면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무김치도 의외로 맛이 있다. 식사시간에 맞춰 가서 식당 원망, 기자 원망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다. 부산 하단점 비빔냉면 8천 원, 물냉면 소 6천500 원, 물비빔 소 7천 원.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10시. 일요일에는 쉰다. 하단 오거리 복개도로 하단교회 맞은편. 051-207-6555.
대연동점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9시30분. 일요일에도 영업. 교통방송국 바로 오른쪽 일방통행로. 051-623-2777.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newsId=20100707000189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32면| 입력시간: 2010-07-08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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