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휴양림

2010. 9. 2. 12:24旅行

산 좋고 공기 맑은 '숨쉬는 집'에서 느긋한 여름 갈무리

[일상탈출] 자연휴양림

 

산 좋고 공기 맑은 '숨 쉬는 집'에서 느긋한 여름 갈무리

덕유산 자연휴양림에서 만날 수 있는 초록빛 세상. 광활한 자연의 품에 안겨 있는 집과 벤치가 포근함을 전해준다.

"도심에서 벗어나 숨을 쉬고 싶다"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 있다. 자연휴양림, 웅장한 산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고 산세 좋은 곳에 위치해 있는 곳. 게다가 산림청에서 운영해 다른 숙소에 비해 가격까지 저렴한 국립 자연휴양림이다. 대개의 여름 휴양지가 좁은 계곡과 바다를 많은 사람들이 나눠가지면서 밀도가 높아지는 곳이라면 이곳 휴양림들은 거대한 자연 속에 사람이 점처럼 군데군데 찍혀들어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곳들이다. 숲속의 집, 야영장에 들어서 짐을 풀라치면 잠시라도 이 위대한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다는 게 호사스럽게까지 느껴진다. 사람보다 자연이 주인인 곳이기에 잠시 다니러 온 사람이 이들을 해친다는 생각도 할 수 없다. 휴양림은 지난 7월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 중인 '구석구석 카페'에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고 싶은 여름여행 테마' 1위로 꼽히기도 했다. 부산에서 멀게 느껴지지만 달려보면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곳, 전라북도 자연휴양림 세 곳을 다녀왔다.

▲ 진안군 운장산 자연휴양림

부산에서 3시간여를 달리자 무주·진안·장수 지역 근처 운장산에 들어설 수 있었다. 드디어 휴양림 도착. 휴양림 '숲속의 집'의 시설은 새로 생겨난 콘도와 리조트에 눈높이가 맞춰진 사람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다. 덩그러니 방 하나가 있고 싱크대와 냉장고, 이불장이 있는 것이 전부.

하지만 간소한 차림새 덕에 집은 더욱 숲에 동화된다. 창문을 가득 열어두고 나뭇잎이 서걱거리며 만들어내는 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집이 숨을 쉬고 있는 것만 같다. 통나무집이 바깥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셔 집 안 곳곳으로 다시 풀어놓는 느낌이랄까. 나무가 만들어내는 산소는 숲의 기온을 3~4도 정도 떨어뜨린다고 했는데, 집을 둘러싸고 있는 통나무들은 공기를 통과시키며 집 안팎의 온도·습도차를 좁히는 역할을 했다. 세 곳 휴양림 중 집이 숨을 쉰다는 느낌이 가장 강했던 곳이다. 누군가는 처음 집에 들어서 "왜 여긴 에어컨이 없느냐"며 투덜거리기도 했는데 1시간도 안 돼 "왜 에어컨이 없는지 알겠다."며 수긍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이곳에서는 이불을 꽁꽁 싸매야 했다.

· 주변 관광지: 마이산 국립공원, 전주 한옥마을, 전주 전동성당 등.

▲ 순창군 회문산 자연휴양림

회문산은 골이 깊고 산이 깊은 곳이다. 이 때문에 회문산은 한국전쟁 당시 700여 명의 빨치산이 주둔하며 사령부 막사까지 설치했던 곳. 실제로 숲속의 집을 찾아 올라가는 길 또한 가팔라 올라가는 내내 차가 고생을 좀 했다. 또한 회문산은 구한말 최익현 선생과 임병찬 의병대장 등이 일제에 맞서 치열한 항일투쟁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회문산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빨치산사령부에 들어가볼 수 있다. 당시 사령부 막사의 모습을 최대한 재현해놨고 빨치산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돼있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에도 좋다.

산림문화휴양관 근처에 있는 편백나무 산림욕장도 놓칠 수 없는 장소 중 하나. 곧게 뻗은 편백나무 사이로 시원하고 촉촉한 바람이 불어와 폐 속 가득 생기를 불어넣는다. 숨을 최대한 크게 쉬었다 크게 내뱉으니 몸 구석구석까지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 나가기가 싫어진다. 대부분의 휴양림에서 진행하고 있는 숲 해설 프로그램도 참여해볼 만하다.

· 주변 관광지: 순창 고추장마을, 담양 죽녹원, 담양 소쇄원, 임실 치즈마을 등.

▲ 무주군 덕유산 자연휴양림

덕유산 자연휴양림은 앞서 다른 두 곳에 비해 비교적 산이 완만한 곳에 위치해 있다. 산책길 또한 완만하게 펼쳐져 있고 운동시설 등 각종 시설물도 많아 다른 산들에 비해 거친, 야생의 느낌은 덜하다.

덕유산에서는 특히 다람쥐와 잠자리를 많이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가던 길을 멈춰 신기하게 쳐다봤던 다람쥐를 나중에는 너무 많이 봐 발 옆에 두고도 그냥 지나쳐 갈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덕유산 자연휴양림의 반딧불이 생태복원지와 온실, 반디별천문관에서는 또 반딧불이도 만나볼 수 있다.

숲에는 나무만 사는 것이 아니라 숲속 동물들도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곳. 숲 속의 귀족이라 불리는 자작나무의 하얀 자태도 놓치기 아깝다. 

· 주변 관광지: 덕유산 칠연폭포, 거창 수승대 등.

 

휴양림 갈 때 이 정도는 챙겨야죠~

휴양림에 다녀왔을 즈음, KBS 오락프로그램 '1박2일' 재방송을 보며 개그맨 강호동이 했던 말에 십분 공감했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건 날파리"라고. 물지는 않지만 얼굴 주변을 '웽웽'거리며 도는가 하면 눈이며 코며, 구멍이 있다 싶은 곳에는 다 들어가 눈물 콧물을 자아냈다.

또 대부분의 휴양림은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식량을 현지에서 조달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하다못해 라면 하나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자연 속으로 들어온 만큼 '소박한 밥상'을 실천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래도 계곡에서 소진해버린 체력을 보충하고 싶다면 숙소 앞마당에 설치된 바비큐 그릴을 이용하면 된다. 단 고기와 석쇠, 숯 등은 미리 준비해 가야 한다.

전국 36곳 국립자연휴양림 예약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경우 전달 1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며 경기도와 강원도는 전달 3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 예컨대 10월 이용 예약을 하고 싶으면 9월 1일이나 3일부터 국립자연휴양림 홈페이지(www.huyang.go.kr)로 들어가면 된다. 이용요금은 '숲속의 집'이 비성수기, 주중에는 2만 1천 원(3인실)~9만 원(12인실)이고 성수기와 주말에는 3만 9천 원(3인실)~15만 원(12인실)이다. 야영장은 텐트 1동당 2천~1만 원(입장료와 주차료별도). 1588-3250.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newsId=20100901000228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27면| 입력시간: 2010-09-02 [1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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