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箱… 김해경

2010. 9. 17. 16:07人文

李箱은 아방가르드 건축가

건축학도 김해경’ 재조명, 오늘 서울대서 심포지엄

시인 이상은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 건축 실무 작업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텍스트를 재료로 문학 작품 속에서 새로운 공간을 탐구했다. 사진 제공 경기대 건축대학원 ▶

“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

시인 이상이 1932년 발표한 ‘건축무한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Au Magasin de Nouveaut´es(신식 상점에서)’의 첫줄이다. 올해 탄생 100년을 맞은 이상의 본명 김해경은 서울대 건축학과 동창회가 발행하는 동문록 첫 페이지에 올라 있다. 그가 서울대 공대 전신인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학과 1929년 7회 졸업생이기 때문이다.

시인 이상의 작품 세계를 ‘건축학도 김해경’의 자취에 초점을 맞춰 재조명하는 ‘이상, 그는 건축가인가?’ 심포지엄이 오늘 오후 3시 서울대 건축학과(39동)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권영민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김승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가 이상이 남긴 텍스트를 건축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주제 발표와 토론에 나선다.

김승회 교수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상은 건축회지 ‘조선과 건축’ 표지도안 디자인과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기사로서 서울 서대문 옛 전매청 건물 현장감독 일을 한 것 외에는 건축가로서의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문학 작품 속에 건축적 상상의 흔적을 짙게 남겼다”고 말했다. ‘건축무한육면각체’ ‘오감도’ 등에서 보듯 무한히 분열하고 변형하는 네트워크 공간을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동문인 건축가 박길룡과 박동진이 각각 화신백화점과 고려대 등의 작업을 통해 서구 모더니즘에 몰두할 무렵 이상은 새로운 텍스트를 구축하며 기존 질서를 부숴낸 새로운 개념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모더니즘은 양식이 아니라 태도’라는 명제가 유효하다면 그는 진정한 의미의 아방가르드 건축가로 볼 수 있다.”

권영민 교수는 “이상은 하나의 텍스트 안에 다른 텍스트를 인용하며 상호 텍스트적인 공간을 구축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대를 적극적으로 ‘학습’한 반면 근대의 실체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상의 건축적 상상력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안창모 교수는 “학적부 기록으로 봤을 때 이상은 매우 뛰어난 건축학도였다”며 “하지만 그가 일본 도쿄에서 토로했던 ‘모더니즘에 대한 좌절’은 서구 모더니즘의 실질적 현장을 보지 못한 인텔리의 오판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혁명 이후 유럽 도시가 직면했던 문제를 해결한 건축의 위상을 알았던 당대 지식사회에 건축을 전공한 문필가의 존재는 당연히 소중했을 것이다. 다만 건축 영역에서 그의 가치를 실체 이상 부풀려 보는 시선은 경계해야 한다.”

주제발표 후 토론에는 배형민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 건축가 최욱 씨가 참여한다. 02-880-7051 http://news.donga.com/3/all/20100915/31202150/1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2010-09-15 03:00 2010-09-15 03:30

이상을 품어라 새 문화 창조의 날개 돋으리니…

문화유산 지킴이 ‘아름지기’ 李箱탄생 100주년 앞두고 강연-시낭독 행사

16일 오후 ‘이상의 거리를 거닐다’ 행사에서 소설가 한유주 씨(마이크를 든 사람)가 이상의 문학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쓴 산문을 낭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920년대 말 경성고등공업학교 재학 당시 교내 화실에서의 이상. 사진 제공 소명출판 ▶

“이상(1910∼1937)은 일본 학자들도 ‘문학적 천재의 영웅전설’이라고 표현합니다. 당시 일본의 모더니즘 문학을 모방했다기보다 오히려 뛰어넘었으니까요. 그는 아시아를 대표했던 시인이었습니다.”

1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통인동 대림미술관 4층 전시장.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 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강연에서 박현수 경북대 국문학과 교수는 시인 이상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상의 거리를 거닐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단체 아름지기가 이상 탄생 100주년(9월 23일)을 앞두고 그가 주로 살았던 통인동 일대에서 그의 문학과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했다.

박 교수의 강연에 이어 스티븐 카프너 서울여대 영문학과 교수가 ‘20세기를 사는 19세기식 모던 보이’, 김승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날개 달린 식물의 공간’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카프너 교수는 “서양에서도 이상과 같은 선각자는 드물며 한국 사회가 그의 훌륭한 문화적, 정신적 유산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이상의 작품 속에서 다양한 공간의 오디세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실험정신은 이 시대 건축가들에게 영감의 저수지로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2시간여의 강연을 마친 일행은 인근 통의동의 ‘보안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1930년대 문을 연 보안여관은 서정주 김동리 오장환 등의 문인들이 기거했던 곳으로 현대문학사의 상징적 공간 중 한 곳이다.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이 여기서 발간됐다. 현재 여관은 전시업체 메타로그아트서비스가 인수해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서울대 국문과에서 이상 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독일인 기테 초흐 씨가 이상의 시를 낭독했다. 무용가 정영두 씨는 이상의 실험정신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서양에도 드문 선각자… 그 에너지 잘 활용을”

행사에 참가한 KTX 기장 강은옥 씨는 “강의를 들으니 이상이 왜 천재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다. 상상력의 빈곤에 빠진 문화계는 그에게서 새로운 문화적 키워드를 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부 정은숙 씨는 강연을 듣고 이상의 가치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이상의 문학작품을 다시 읽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아름지기는 통인동 154에 있었던 이상의 집을 복원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이 집은 이상이 1912∼1933년에 기거했던 곳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2009년 7월 이 땅을 매입해 아름지기에 복원 및 활용을 맡겼다. 건축가들이 매주 모여 설계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름지기는 이곳에 내년 말까지 ‘이상의 집’을 만들어 그와 관련한 기록을 보관하고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집은 서촌 일대의 문화적 거점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 종로 집터 복원해 전시-기록보관 계획

이 밖에도 올해 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는 다양하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은 11월 6일까지 ‘2010 이상의 방(房)’ 전시를 통해 그의 육필원고 27점과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50여 점을 선보인다. 극단 오늘은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소재를 얻어 위성신 씨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연극 ‘오감도’를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4가 축제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은 이상 관련 사진자료 등을 선보이는 ‘木3氏의出發’전을 17일∼10월 13일, 대산문화재단은 17일∼10월 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부남미술관에서 ‘이상, 그 이상을 그리다’를 주제로 문학 그림전을 연다. http://news.donga.com/Culture/3/07/20100917/31259047/1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2010-09-17 03:00 2010-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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