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의 기술

2010. 11. 2. 14:54生活

나를 중심에서 내려 놓으면 집이 편안해져요

현명한 부부싸움의 기술

나를 중심에서 내려놓으면 집이 편안해져요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이처럼 부부라면 '누구나' 싸운다. 30대고 60대고 예외가 없다. 최근에는 모 TV프로그램에서 행복하게만 비춰졌던 연예인 부부들이 나와 자신들의 부부 갈등 문제를 솔직하게 내보이면서 시청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어낸 바 있다. 이는 아무런 문제없어 보이는 부부들도 저마다의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문제가 상당부분 우리 부부의 문제와 유사하다는 걸 보여주면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

'자기중심적 기대'가 다툼의 원인, 불만 해소 못 하면 우울증 등 초래, 전문가 상담·부부 모임 참석이 해법

·부부는 어떻게 만나 사랑하게 됐을까

대개 부부가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는 상대의 장점을 보고 매력에 빠진다. 자상해 보여서, 당당한 모습이 좋아서, 돈이 많아서, 예뻐서 등. 이것이 상대방의 핵심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결정하게 되는 이유는 어린 시절 결핍을 극복하고 채우기 위한 것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 아래에서 자란 자녀는 술을 적게 마시고 자상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며 의존적이고 힘없는, 매일 당하기만 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자녀는 당당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여성에게 끌린다. 박노해 원장은 "심리학에서는 이를 정신역동이론이라고 하는데 정신역동은 부부관계에 있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며 아동기에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만으로도 부부관계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사랑에 빠지는 현상 자체를 일시적인 정신병적 상태로 보기도 한다. 흔히 "사랑에 빠졌어요."라고 하면 상대와 나 사이에 경계가 없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뇌의 화학작용에 의한 착각현상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결혼을 하게 돼 그 착각에서 빠져나왔을 경우 실망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특히 결혼을 하게 되면 배우자는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평생을 그 환경 속에서 산다고 생각하면 평생이 행복해지느냐 불행해지느냐가 배우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싸우는 부부는 세상에 없다. 그런데 왜 싸우지?

박노해 원장은 "세상에 아무리 사이좋은 부부라도 안 싸우는 부부는 없다"면서 "10년 동안 한 번도 싸우지 않은 부부가 있다면 그 부부는 10년 후 이혼한다고 보면 된다."고까지 단언했다. 부부싸움은 부부가 평생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의 결과이자 숙제라는 것이다.

부부는 특히 정서적 호감과 신체적 밀착으로 강력한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부모 다음으로 친밀한 정서여서 개인을 아동기 감정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결국 부모에게나 통하던 유치한 어리광이나 투정, 의존심, 이기심 등이 발동하게 되고 심해지면 부부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게 심리학에서 말하는 한 원인.

박영숙신경정신과의원 박영숙 원장도 "부부가 싸우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이런 문제는 어쩔 수 없지만 너의 그런 문제는 네가 고쳐야 하는 것이라는 식의 자기중심적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부가 싸우는 원인을 정신과 질환에서 찾을 수도 있다. 정신과 질환이라고 해서 어느 한쪽만의 문제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 우울증을 예로 들면 갑작스런 변화보다는 꾸준히 축적된 감정에 의한 것인 경우가 많기 때문. 남편, 혹은 아내에 의해, 자녀에 의해 불만이 쌓이지만 이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예민함, 우울증 등으로 이어져 싸움으로 번지기 쉽다. 또 처음에는 애정이라고 생각했으나 차츰 심해지는 집착과 그 추궁을 피하기 위한 거짓말은 편집증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밖에 알코올중독, 게임중독, 도박, 낭비벽 등도 배우자를 소외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외도는 이러한 문제들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평생의 과제 부부싸움, 어떻게 현명하게 다스릴까.

박영숙 원장은 "부부는 함께 세월을 보내면서 다양한 두 사람만의 상호작용 방식을 만들어내는데 이 상호작용 방식이 욕하기, 흠집 내기 등 부정적인 것으로 굳어져 잘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럴 때는 양쪽 아니면 어느 한쪽이라도 전문가를 찾아가 변화를 유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상담 쪽에서는 부부학교나 부모학교를,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해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부부는 어떻게 사는지를 배워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권하기도 한다. |25면|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newsId=20101029000252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입력시간: 2010-11-02 [15:55:00]

도움말: 박영숙신경정신과의원 박영숙 원장, 박노해부부가족상담센터 박노해 원장.

<세대별 대표적 부부갈등 유형>

20대 중반~30대 : 신혼 초 1개월~3년은 성격차이로 인해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시기. 시댁이나 처가의 문화 차이, 며느리나 사위로서의 역할 문제, 육아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아버지나 어머니로서의 역할 문제로도 많이 다투게 됨. 이 시기에는 대체로 남편은 일, 아내는 아이에게 집중함으로써 갈등이 일시적으로 덮이는 경우가 많음.

40대~50대 중반 : 부부가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시기. 남편의 경우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에 오르면서 목표가 사라져 상실감이 커지게 되고 아내 또한 자녀가 자라 부모로부터 독립하면서 상실감이 커지게 됨. 특히 이 때 외도의 유혹이 많은데 외도로 이어질 경우 부부관계는 아주 위험해질 수 있음.

50대 중반~60대: 자녀를 분가시킨 후 부부관계나 가족관계에 큰 변화가 찾아오는 시기. 남편은 퇴직 후 바깥 지위를 상실하면서 집에 들어와 아내에게 의지하거나 집에서 대접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아내는 해방감을 느끼며 바깥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함. 남편의 존재감 상실과 아내의 "지금까지 해준 게 뭐 있느냐"는 식의 묵은 감정이 충돌할 경우 황혼이혼에까지 이를 수 있음.

70대~80대 : 몇 십 년 동안 쌓아온 해묵은 감정이 폭발하면서 소소한 일로도 싸우게 되는 경우가 많음. 그러나 상대방을 미워하고 탓하면서도 상대가 없으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헤어지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마음이 약해져 하지 못하고 실제로 헤어지게 되면 우울증이나 병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음. -박노해부부가족상담센터 박노해 원장-

부부싸움 현명하게 하는 실전 화법은 "당신이 ○○했을 때 내 기분이 □□했어"

결혼 4년차 주부 임 모(35) 씨. 임 씨는 집에 들어오면 TV를 보거나 인터넷만 하고 있는 남편이 못마땅하다. 집에 들어왔으면 하루 동안 있었던 얘기도 하고 아이와도 놀아주면 좋으련만 아무리 봐도 남편이 자신과 아이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참다못한 임 씨는 폭발했다. "당신은 아이한테 처음부터 관심도 없었어. 이 아인 내 아이니까 혼자 키울 거야. 당신은 TV랑 살아." 그 얘길 듣자 남편도 버럭 했다. "나도 스트레스 좀 풀어야 할 거 아냐. 당신과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당신은 왜 그렇게 속이 좁아." 부부는 언성을 높이다 결국 냉랭한 채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임 씨는 싸움의 원인이 뭘까를 곰곰이 생각하다 남편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나는 당신이랑 오순도순 얘기도 나누고 아이와 함께 재밌게 놀고 싶은데 당신이 집에 오면 TV와 인터넷에만 너무 빠져 있어서 속상해서 그랬어." 그러자 남편의 답장문자. "미안해. 그런 줄 몰랐어. 내가 더 노력할게."

처음부터 이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 나중에라도 싸움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려고 했으니 이 부부는 건강한 편에 속한다. 실제로 부부싸움은 어떤 현상에서 빚어지기도 하지만 '말'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부부싸움을 잘 할 수 있는, 누구 한쪽이 이기고 지는, 물고 뜯고의 싸움이 아닌 현명한 싸움이 되게 하는 화법은 없을까?

"나는 당신이 어제 △△해서 속상했어." / "그랬구나. 당신은 내가 △△했을 때 속상했구나. 몰랐어. 미안해. 이제 안 그러도록 노력할게." →"당신이 OO한 건 잘못한 거야"라고 비난하는 유 메시지(You-message) 화법이 아닌 "당신이 OO했을 때 내 기분이 □□했어"라는 식의 아이 메시지(I-message) 화법으로 말하기. 상대방 또한 기분 나빠한 상황을 문구 그대로 따라 읊으면서 이해하고 동조해주기.

"당신이 술 먹고 들어올 때마다 내가 화를 냈던 건 당신이 술 먹는 게 싫어서가 아니야. 어릴 때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올 때마다 때리셨기에 그 기억 때문에 무섭고 불안해서 그랬어." / "몰랐어. 진작 말을 하지. 당신이 그렇게 화를 냈던 게 이해가 되네." →상대방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몰아세우지 않고 상처 드러내기. 상대방도 "당신 부모는 왜 그래"라며 핀잔주지 않고 이해해주고 감싸주기.

"우리 둘 다 너무 감정이 격해진 거 같으니까 잠시만 시간을 갖자." →평상시 사이가 좋을 때 이렇게 하자고 규칙을 정해두는 것이 좋음. 대신 떨어져 있는 시간동안 싸움의 원인에 대해 생각하고 감정을 식힌 뒤 다시 만나기.

④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말하기→상대방의 얘기에 집중하지 않고 건성으로 흘려들어 싸움이 커지는 경우가 많음. 손까지는 못 잡더라도 싸우고 영영 안 볼 사이가 아니라면 눈은 바라보고 이야기하기. 이현정 기자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newsId=20101029000253 이현정 기자 |25면| 입력시간: 2010-11-02 [1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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