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11. 19:44ㆍ生活
집 안으로 들어온 '작은 다실' … 삶의 여유 느껴요
다실은 아파트 베란다처럼 좁은 공간에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바깥 풍경이 보이는 곳이면 더욱 좋다. 김병집 기자 bjk@·촬영협조=주천문화원
최근 아파트에도 퓨전 바람이 불어 건설사에서는 한옥의 특징을 살린 모델하우스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전통 창호와 한지 느낌의 월 아트 등을 이용하거나 아예 집안 구조에 사랑방이나 앞마당 등의 개념을 도입하기도 한다.
집안 전체를 바꾸기 힘든 이들에게는 작은 다실(茶室)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한옥 인테리어의 효과가 있다. 차를 함께 마시는 공간인 다실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손쉽게 꾸밀 수 있다. 차 한 잔의 여유를 선사하는 다실로 '집 안의 작은 쉼표'를 만들어보자.
삭막한 아파트에 한옥 인테리어 효과, 작은방·거실·베란다 등 자투리 공간 활용, 질그릇이나 황토 염색 천 배치 아늑하게
○ 차인들이 말하는 다실
이○○(48·해운대구 우동) 씨에게 다실은 가족들을 모아준 소중한 공간이다. "저희 집에 아들이 둘인데, 크면서 점점 대화가 없어지더군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는데, 마침 차를 배우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파트 앞 베란다의 러닝머신 있던 자리와 세탁실을 활용해 다실을 꾸몄죠."
커피를 끓이면 각자 잔을 들고 방으로 흐트러지는 분위기는 차를 마시면서 바뀌었다. 아이들은 이 씨가 준비한 차를 마시기 위해 일단 다실에 앉았고, 자연스레 이야기도 나누게 됐다.
공간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타일이 있던 자리를 원목 마룻바닥으로 바꾸었다. 5㎡(1.5평) 남짓의 공간이라 대대적인 공사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예전에 바둑을 두기 위해 마련한 낮은 원목상을 깔았다. 다기 세트와 다기를 넣을 수 있는 작은 장을 마련해 다실을 완성했다. 한쪽 벽에는 이 씨 아버지의 서예 작품을 액자로 만들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씨는 "다실이라면 고가구나 골동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꾸미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편견도 있는데, 작은 소품들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멋스러운 공간이 된다."고 말했다.
다도를 한 지 10년이 넘는 최○○(54·해운대구 좌동) 씨는 전실에 화원을 꾸미고, 이곳이 보이는 10㎡(3평) 남짓한 방에 다실을 꾸몄다. 비가 오는 날에 호롱불을 켜 놓고 이곳에서 차를 마시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운치가 생긴다. "전실 창문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차를 마시면 세상 어느 곳도 부럽지 않은 멋진 공간이 되죠. 다실을 꾸밀 때 가장 신경을 쓴 것이 자연의 멋이었어요."
찻상은 예전에 떡을 찧는 떡판 모양을 활용해 만들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는 조각보를 군데군데 활용해 전통미를 살렸다, 방 한구석에는 옛 한옥에서 사용하던 목재를 재활용한 소재를 이용해 찻장을 만들어 넣었다.
"다른 아파트처럼 집안 대부분은 서구식 구조와 살림살이로 되어 있죠. 왠지 모르게 붕 뜨는 것 같았는데 다실을 만들고 나서는 차분해진 느낌이에요. 사람들과 차를 마실 때도 작은 방에서 함께 차를 마셔서인지 더욱 친밀해지는 것 같고요."
○ 다실, 이렇게 꾸미자
거실이 넓은 집은 휑한 느낌을 줄이기 위해 한편에 다실을 만들기도 한다. 몇 년 전 한 건설업체에서 분양한 주상복합건물의 펜트하우스 안에도 다실이 꾸며져 있었다. 평상 느낌의 낮은 단을 만들어 거실과 별개의 공간으로 분리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부산차인회 김○○ 회장은 "화려한 중국차, 정교한 일본차와 달리 한국차는 소박한 멋이 있다"며 "다실도 한국 차의 특성에 맞게 너무 사치스럽지 않고 정겨운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다리가 거의 없는 낮은 찻상, 다기 세트, 찻장만 갖추면 찻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라면 다용도실이나 베란다를 활용해 바깥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에 다실을 만드는 것이 좋다. 또 질그릇, 황토나 쪽으로 염색한 천 등 한국적 소재를 활용하면 더욱 분위기 있는 곳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돌, 꽃 등 주위에서 흔히 보는 자연물을 잘 배치하면 편안한 느낌이 연출된다. 이름 모를 들꽃이라도 작은 화병에 꽂으면 한층 환한 공간으로 변한다. 다과를 낼 때 이를 포인트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땅콩강정을 다과로 준비할 때는 비슷한 색의 낙엽 말린 것을 깔거나, 한과를 낼 때는 식초에 담가 소독한 솔잎을 깔면 보기 좋은 장식이 된다.
인테리어 전문가 조미지 씨는 인위적인 소재라도 전통적인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우드와 돌 등의 자연 친화적인 소재와 문양을 차용하는 것이 좋다"며 "바닥의 경우 일자로 이어진 마루가 아니라 격자무늬로 전통적인 느낌을 내고, 벽은 패브릭 패널을 이용해 조각보 느낌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블라인드는 커튼이나 버티칼보다는 나무의 질감을 표현한 롤스크린 방식을 추천했다.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newsId=20110110000198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25면| 입력시간: 2011-01-11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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