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일) 잘하는 방법

2011. 7. 16. 12:48受持

[O2/커버스토리]공부 잘하는 아이… 뇌 쓰는 법이 다르다

○ 공부(일) 잘하는 사람의 시선 살펴보니

시중에는 여러 가지 공부법에 대한 책이 있다. ‘공신(공부의 신)’들이 쓴 것도 많다. 전문가들도 ‘기본기’에 대한 말을 많이 한다. 그게 바로 생각의 기술이다. 생각의 기술을 바꾼다면 가장 확실하게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능은 바꾸기 어렵지만, 사고력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높일 수가 있다. (▶ ‘생각의 기술’ 기사 참조) 보통 사람들은 공부(일) 잘하는 사람들의 생각 기술을 본받으면 된다.

그렇다면 공부(일)를 잘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어떻게 할까? 그걸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눈의 움직임을 분석해 보는 것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다. 생각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눈은 뇌가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눈의 움직임(시선)은 뇌의 작용을 반영한다.

브레인앤리서치 연구팀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업무 능력이 높은 사람들을 A그룹으로, 보통인 사람들을 B그룹으로 나눠 시선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차이가 나타났다.

① 숲을 보느냐, 나무를 보느냐

A그룹 사람들은 먼저 글의 전체 구조를 파악한 뒤 세부사항을 살펴봤다. 이것을 ‘계층적 인식’이라고 한다. A그룹은 글의 제목과 요약 부분을 우선 파악한 뒤 본문을 읽었다. 반면 B그룹은 제목이나 요약을 보지 않고 바로 내용으로 들어갔다. 두 그룹은 이해도와 기억의 양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② 시선의 순서와 비중

A그룹은 중요한 정보와 도표, 그래프 등을 우선적으로 살펴봤다. 도표나 그래프를 읽는 데 할애하는 시간도 많았다. B그룹은 단순히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봤다. 그들의 시선은 어려운 단어나 문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고, 글을 읽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빈도도 높았다. 특히 주어진 시간이 짧거나 어려운 정보가 주어졌을 때 B그룹의 이해도는 A그룹의 그것보다 훨씬 낮았다.

 

이런 결과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먼저 영어 시험의 지문을 전체적으로 읽고(스캔·scan), 그 과정에서 숫자나 지명 같은 구체적인 정보의 위치는 대략적으로만 파악했다. 그리고 문제에서 요구하는 정보를 찾았다.

하지만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들은 지문 중에서 ‘국소적인 단어’나 자기가 아는 단어에만 집중을 했다. 세부적인 것에 빠져 전체 스토리와 핵심을 잘 잡아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위의 두 가지 실험은 효과적인 생각의 기술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알려준다. 바로 인간의 뇌가‘전체적인 그림’을 먼저 파악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기가 힘들다.

▲ 근육 만드는 운동처럼, 사고력도 훈련으로 키워져

 

눈은 뇌가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눈의 움직임을 보면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브레인앤리서치 연구팀이 시선 추적 실험을 하는 모습.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설명서나 논문 같은 실용적인 글들은 대부분 두괄식으로 이뤄져 있다.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은 일단 각 단락의 첫 번째나 두 번째 문장까지만 읽으면서, 전체 내용을 먼저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 분류만 잘해도 공부법 절반 성공

흔히 머리가 좋다는 평을 듣는 사람들은 ‘전체→세부 파악’이외에도 많은 생각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미국 듀크대의 브레인이미징센터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스콧 휴텔 박사가 부자와 일반인의 뇌에 뚜렷한 기능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실험에서 일반인들은 평범한 뇌 활성을 보였다. 하지만 부자들의 뇌 활성은 전전두엽(정보를 계획하고 통제하는 고등 사고를 담당)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이것은 부자들의 뇌가 단순한 인지보다는 정보를 처리하고 통제하는 ‘고등 사고’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공부(일)를 잘하는 사람들은 고등 사고를 많이 한다. 고등 사고의 구체적인 방법에는 분류와 연계, 패턴화, 구조화(체계화·큰 그림 그리기), 시각화 같은 것이 있다. 정보를 분류하고, 관계가 있는 것끼리 연결해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는 것이다.

서울대 신종호 교수(심리학)는 이 중 핵심은 구조화라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 공부(일) 잘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경험(지식)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한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구조화를 하기 위한 도구이거나, 구조화를 잘하면 그냥 따라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① 비슷한 것끼리 묶으라(분류와 패턴화)

‘1등처럼 공무하지 마!(신수정 저)’란 책에는 “우등생과 열등생의 차이는 분류 능력에서 생긴다”는 말이 있다. 분류만 잘해도 공부법의 절반 정도는 익힌 것이나 마찬가지란 설명이 붙어 있다. 분류는 지식을 체계화하는 첫걸음이자 기억을 돕는 최고의 도구이다.

그렇다면 분류는 어떻게 할까. 그냥 관련이 있는 것끼리 묶으면 된다. (그래픽 참고)

 

분류를 하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것이 놀랍도록 단순하게 변한다. 그리고 분류는 사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머릿속에 넣게 해준다. 이것은 인간이 머릿속에 한 번에 넣을 수 있는 이슈의 숫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 ‘서랍’의 숫자가 한정돼 있다면 이해가 쉽다. 따라서 분류를 해 묶으면 그만큼 기억이 쉬워진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분류를 통해 기억의 양을 ‘압축’할 수가 있다. 컴퓨터의 압축 프로그램처럼 100MB짜리 정보를 40∼50MB로 줄이는 것이다.

패턴인식은 일견 무질서해 보이는 것에서 질서를 찾아내 분류, 체계화하는 일을 말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복잡한 일 속에서 패턴을 발견해 일을 단순화할 수 있다. 패턴을 알아내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미리 알 수 있다.

② 연결해 그림을 그리라(연계와 구조화)

앞서도 지적했듯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숲을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구조화는 쉽게 말해 숲, 즉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다.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은 공부나 일뿐만 아니라 삶의 다른 방면에서도 무척 유용하다. 전체를 알아야 세부적인 것의 관계를 파악하고, 변화에 빨리 대응할 수가 있다. 군대의 지휘관은 전쟁터를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면 절대로 이길 수가 없다.

구조화를 하는 중요한 방법이 바로 연계이다. 연계는 분류한 정보의 묶음들을 관련된 것끼리 엮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큰 그림’을 만들 수가 있다.

③ 시각화

시각화는 앞서 말한 두 가지를 쉽게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글(언어)로 된 정보를 그림(시각 정보)으로 바꾸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도표가 이에 해당한다. 진짜 그림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도표는 각각의 구성요소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물론 전체 구조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렇게 구조도를 그리면 전체에서 어떤 부분이 빠졌는지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시각화는 기억을 도와주는 기능도 한다. 인간은 추상적인 글이나 개념보다는 구체적인 그림을 훨씬 잘 기억한다. 여러 가지 감각을 한꺼번에 이용하면 기억이 더 잘되기도 한다.

‘기억의 궁전’이란 것이 있다. 16세기의 예수회 신부 마테오리치가 중국에 전한 분류와 시각화(연상)를 이용한 기억술이다. 머릿속에 거대한 상상의 궁전을 세우고, 각각의 방에 이름을 붙인 뒤 방마다 연관된 정보를 집어넣는 방식이다. 기억은 필요할 때마다 눈을 감고 꺼내보면 된다.

○ 노력은 기본이다

생각의 기술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두뇌도 근육과 비슷하다. 문용린 서울대 교수(교육학) “인간 근육의 본질은 이미 과학적으로 다 밝혀져 있다. 그런데 막상 자기 팔뚝의 근육을 만들기는 어렵다. 직접 운동을 하는 수밖에 없다. 주사 한 방 놓는다고 해서 근육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뇌도 마찬가지이다.”

구조화와 체계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내는 능력이 없으면 생각이 중구난방으로 될 수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배경 지식이 추가로 필요하다.

신수정 박사는 “중상위권 이하의 학생들을 관찰하면 대체로 프로세싱(생각 기술)이 나쁜 데다 입력도 부족하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입력이란 실제로 공부에 들어가는 시간과 정보를 말한다. 노력은 기본이란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정리한 분류나 구조화, 시각화 같은 방법을 이용해 틈틈이 공부한 것을 요약해 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http://news.donga.com/Culture/New/3/07/20110715/38838907/1 그래픽=최정미 soo0313@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기사입력 2011-07-16 03:00:00기사수정 2011-07-16 11: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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