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0. 13:06ㆍ受持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알코올성 치매' 판정받은 28세 은행원, 원인 알고 보니…한 번 마시면 소주 한 병 반… 어느 날부턴가 '필름' 자주 끊겨, 건강검진 하니 '알코올성 치매' 뇌 크기 줄고 표면 쭈글쭈글, 65세 뇌보다 더 심하게 위축… 충격 받고 금주, 2년 뒤 정상으로
부산시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는 김인성(가명ㆍ당시 28세)씨는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흔히 보는 직장인이었다.
일주일에 3~4번 회식 자리에 참여하여 한 번에 소주 한 병 반 정도 마셨다. 사람과 술자리를 좋아한 김씨는 나이도 젊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도 없어 그 정도 음주라면 별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은행 영업 업무를 위해서나 직장 동료·상사들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서도 '음주 회식'은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주변에서도 다들 술을 그 정도쯤은 마셨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가끔 술자리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 일이 생겼다. 갈수록 그런 증상이 심해져서 전날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도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처음에는 건망증이려니 생각했다. 업무상 스트레스려니 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러다 지난 2009년 3월 건강검진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김씨는 뜻밖의 결과를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상적인 30대 중반 남성의 뇌(사진 왼쪽), 10년간 술마신 28세 남성… 정상 뇌보다 20% 수축(사진 가운데), 노화로 수축된 65세 남성의 뇌(사진 오른쪽)
일종의 '알코올성 치매'라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담당 의사가 김씨의 뇌 MRI(자기공명영상) 사진과 평범한 30대 정상인의 뇌 MRI 사진을 동시에 모니터에 띄워놓고는, "당신의 뇌는 현재 70대 노인에게서나 발견되는 뇌 위축 상태"라며 "지속적이고 과도한 음주로 인해 단기 기억상실증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뇌 위축증은 뇌의 전반적인 크기가 감소하고 뇌 표면이 쭈글쭈글해진 상태를 말한다. 노화가 심하게 진행된 고령자의 뇌 상태다. 김씨의 뇌 모양은 의사가 보여준 65세 남성의 노화된 뇌보다 위축이 더 심하게 진행돼 있었다.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이, 위내시경에서는 위염이 추가로 발견됐다. 김씨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서 술을 접했고, 그와 함께 지난 10년간 하루 담배 1갑을 피워 왔다.
김씨처럼 음주로 인한 뇌 위축은 음주량이 알코올 중독 수준으로 많지 않은 경우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주치의인 고신대 의대 가정의학과 최종순 교수는 "김씨는 하루 평균 약 42㎎(소주 0.75병)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수준(중등도)의 음주가였다."며 "알코올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개인적 체질에 따라서는 경미하거나 중등도 용량의 알코올 만성 섭취에도 뇌 위축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팀이 2010년 가정의학회지에 발표한 '10년간 과음한 20대 남성에서의 심한 뇌 위축' 분석 논문을 보면, 알코올에 의한 뇌 위축은 평소 소비해 온 알코올의 양과 비례한다. 지난 10년간의 알코올 음주로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검진 결과를 들은 김씨는 충격을 받고, 술을 끊기로 했다. 꼭 가야 할 회식 자리에서는 맥주 한 잔 정도로 버텼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비타민B가 함유된 약을 복용하기도 했다. 비타민B는 음주로 인한 뇌손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씨는 이후 술을 끊는 데 성공했다. 2년 뒤 촬영한 뇌 MRI에서는 김씨의 뇌 모양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기억력 감퇴 증상도 현저히 호전됐다.
최 교수는 "김씨의 경우는 아직 젊었고 중간에 술을 끊었기 때문에 뇌기능이 잘 회복될 수 있었다"며 "음주가 만성적이고 습관적이면, 이른 나이에 뇌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0/2012071000271.html?news_top 유마디 기자 umadi@chosun.com 입력 : 2012.07.10 03:13 | 수정 : 2012.07.10 07:30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24] 한국 직장의 술자리가 고혈압 등 '성인병 삼형제(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온상
[직장인 음주·건강관계 보니]
30~40대 고위험 음주자(주 2회 소주 1병 이상씩)… 당뇨병 2배 많고 10명 중 4명 高중성지방혈증, 3명은 지방간…, 스트레스 해소? 정신불안 증세 60% 더 느껴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 홍보팀에서 근무하는 김모(39) 과장은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고 근심이 깊어졌다. 검진 결과지에 빨간색으로 표시돼 경고등이 켜진 건강 지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혈압은 고혈압 직전(直前) 단계로 높아졌고, 공복 혈당은 120㎎/dL로 당뇨병 기준 126에 육박했다. 허리둘레는 복부 비만 판정을 받았다. 알코올성 간 기능 수치인 감마 GTP도 기준치를 벗어났다.
그는 일주일에 3~4번 음주 회식을 해왔다. 김 과장은 이 상태로도 '대사성 질환'에 해당한다. 이는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복부 비만이 서로 얽히고설킨 상태로 각종 성인병이 동시 다발로 생길 위험이 커 몸 안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강북삼성병원과 조선일보가 국내 20여개 대기업·중소기업 30~40대 직장인 3만1000명을 대상으로 음주 행태와 건강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이처럼 고위험 음주 직장인은 각종 성인병 2~3가지를 달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한 번에 소주 한 병 이상 마시는 고위험 음주 직장인은 일반 건전 음주자보다 고혈압 발생이 1.7배 높았다. 당뇨병은 50~60대에 주로 발생하는데, 이들은 젊은 나이인데도 4.6%에서 이미 당뇨병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나이대의 일반인 당뇨병 유병률 2.5%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국민건강영양평가 자료와 비교). 과도한 음주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효능을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
고위험 음주 직장인 10명 중 4명은 핏속에 기름이 많이 낀 고(高)중성지방혈증을 보였다. 알코올 과량 섭취와 음주 회식 시 고기 안주를 자주 먹었던 탓이다. 대사증후군 상태도 적정 음주자보다 1.7배 많았다.
흡연율도 고위험 음주자에서 두 배(1.9배) 높았다. 바늘에 실 가듯 술에 담배가 따라간 것이다. 고위험 음주자의 흡연율은 43.5%이지만, 적정 음주자는 27.5%였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와 흡연이 맞물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올리는 상황이다.
술병으로 불리는 소화기 질환도 만연했다. 고위험 음주 직장인의 30%는 지방간, 19%는 역류성 식도염, 25%는 간 기능 수치 이상을 보였다. 알코올은 식도와 위를 분리하는 괄약근의 기능을 떨어뜨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염증을 일으킨다. 대개 과음자는 술과 안주를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드는 경우가 많아서 역류성 식도염 유발 환경에 놓인다. 장기간 지속적인 역류성 식도염은 식도암 발생 요인이 된다.
고위험 음주 직장인의 12%에서는 대장 용종이 발견됐다. 음주가 복부 비만을 유발하고, 자연스레 지방질 음식 섭취를 늘려 대장 용종 발생 위험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용종은 대장암 발생 위험 인자로, 고위험 음주자에서 대장암 발생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은 의료 통계 수치와도 연관된다.
음주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아니다. 고위험 음주 직장인은 되레 정신적으로 불안과 초조 증세를 일반인보다 60% 더 많이 느끼고 있고, 우울감도 20% 더 높았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김찬원 교수는 "직장인들의 과도한 음주는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원인이 되지만 이는 개인적인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회사 전체의 생산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며 "지금의 과도한 음주문화를 개선하지 않으면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대한가정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음주와 관련된 질병 치료비용과 노동력·생산력 손실 등으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부담이 20조99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GDP의 2.9%를 차지한다. 사케의 나라 일본(1.9%), 와인의 나라 프랑스(1.42%)보다 높은 수치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0/2012071000161.html?news_topR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입력 : 2012.07.10 03:16 | 수정 : 2012.07.10 03:36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술 마시면 '동양인'한테만 나타나는 증상은?
동양인, 서양인보다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효소 적어
술을 먹을 때 서양인에게는 없고, 동양인에게만 있다고 해서 '아시안 플러싱(Asian Flushing)'이라는 용어가 있다. 플러싱은 술을 먹으면 얼굴이 빨갛게 홍조를 띠는 현상을 말한다. 이게 한국인이나 일본인에게는 흔히 있지만, 미국인에게는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술 먹고 얼굴이나 피부가 빨갛게 변하는 것은 결국 술에 약한 체질이라는 것이다.
섭취된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 남아돌면 얼굴이나 피부의 혈관을 팽창시켜 얼굴을 빨갛게 만든다. 따라서 얼굴 홍조 현상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대사시키는 효소의 기능이 약하다는 의미다. 동양인이 서양인과 달리 얼굴 홍조 현상이 많다는 것은 바로 알코올 분해 효소가 인종적으로, 선천적으로 동양인이 더 적다는 의미로 체질상 서양인은 술이 잘 받고 동양인은 취약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술을 자제해야 한다. 알코올에 의한 독성에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자신이 괴롭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술을 자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알코올 중독 발생도 준다.
하지만 음주 문화가 만연한 우리나라에서는 알코올로 얼굴 홍조를 띠는 그룹에서도 알코올 중독자가 똑같은 비율로 생긴다는 것이다. 가톨릭의대 인천성모병원 정신과 기선완 교수는 "원래 술을 잘 먹는 사람이 알코올 중독에 많이 빠지는데 우리나라는 술을 잘 못 마셔도 중독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며 "그만큼 우리나라는 집단적 음주 문화가 강하다"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0/2012071000267.html?news_topR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입력 : 2012.07.10 03:13 | 수정 : 2012.07.10 08:49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알코올성 치매 부르는 세 가지 요인… 당신은 어떠십니까?
① 어린 나이부터 술 마시고
② 40~50대에도 습관적 음주
③ 60대에도 가끔씩 폭음
지속적이고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뇌 기능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뇌 속의 행복 물질 세로토닌, 체내 마약 엔도르핀과 GABA 등의 신경물질이 활성화된다. 마음이 진정되고 약간의 황홀감을 얻는다. 음주 초기에는 잘 웃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알코올 섭취량이 일정량을 넘으면 중독 중추가 자극돼 지속적인 음주 욕구가 유발된다.
점점 알코올 섭취량이 늘면 전두엽 앞쪽 뇌조직 기능이 일시적으로 손상된다. 이로 인해 충동조절 능력이 사라져 폭음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때는 전략적, 통합적 사고 능력도 떨어져 판단력이 현저히 감소한다. 아울러 뇌에서 학습 능력을 관장하는 물질인 글루타메이트(NMDA) 활성이 억제돼 단기 기억이 사라진다.
수십 년 이어진 과다한 알코올 섭취는 결국 대뇌 피질을 전반적으로 위축시킨다. 인지 기능 감소로 종합적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 나중에는 기억 전반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을 입는다. 종국에는 노인성 치매와 같은 증상이 생기게 된다.
정신의학계에서는 알코올 섭취가 뇌 기능을 망가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3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얼마나 어린 나이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느냐이다. 이를수록 안 좋다. 둘째는 40~50대 중년이 되어서도 술을 습관적으로 과도하게 마시느냐의 여부다. 대개 젊은 시절에는 술을 많이 마시다가도 나이가 들면 술을 자제하기 마련인데 중년의 지속적 음주는 알코올 누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셋째는 60대의 부정기적인 폭음이다. 폭음 다음 날 뇌 기능이 급속히 손상당하는데, 노년기에는 이를 감당하거나 보충할 뇌용량을 갖고 있지 않다.
가톨릭의대 인천성모병원 정신과 기선완 교수는 "술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선천적인 알코올 분해 효소 능력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나온다"면서 "그럼에도 청소년기 음주 시작, 중년기 음주 지속, 노년기 폭음 등 3가지 조합은 뇌 기능을 망가뜨리는 일관되고도 결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0/2012071000269.html?news_topR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입력 : 2012.07.10 03:13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술자리 피할 수 없다면, 미리 먹어둬야 할 음식
뇌 위축 예방식품들
20~30대가 앓는 뇌 위축은 고위험 음주가들 사이에서 주로 나타난다. 처음엔 가벼운 건망증을 호소하다가, 증상이 계속되면서 기억상실 또는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진다. 만성 정신분열, 암, 전신대사 질환, 알츠하이머의 원인이기도 하다.
뇌 수축을 예방하는 대표적 음식은 비타민B와 오메가3다. 비타민B는 만성적인 음주로 엽산이 결핍돼 있는 뇌 위축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영양소이고, 오메가3는 몸 안에 있는 독성물질을 중화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진 보우만 교수팀이 평균연령 87세의 노인 104명을 대상으로 영양성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타민 B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한 사람일수록 뇌 수축의 발생이 적었다. 비타민B가 많이 함유된 음식으로는 어패류·육류·유제품이,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으로는 고등어·연어·견과류 등이 있다. 신경세포 손상을 막기 위해 검은콩, 코코아, 은행잎 등에서 추출한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들어간 영양제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꾸준한 운동, 정기검진은 필수다. 고신대 가정의학과 관계자는 "젊은 나이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뇌 위축은 종합검진이 아니면 발견하기 어려워 꾸준히 검사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0/2012071000265.html?news_topR 유마디 기자 umadi@chosun.com 입력 : 2012.07.10 03:13 | 수정 : 2012.07.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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