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닭벼슬만도 못한 중벼슬

2012. 7. 20. 17:45佛敎

[태평로] 닭벼슬만도 못한 중벼슬

실장·국장·총무… 어색한 스님 직함 조직 커지면서 세속 체계 빌려와

이런 '벼슬' 풍토 불교계 말썽 낳아… 信徒 참여시키고 수행·포교 전념을

오래전 종교담당 기자를 맡게 됐을 때 낯설게 여겨진 것 중 하나는 취재원으로 만나는 스님들을 직함을 붙여서 부르는 일이었다. 불교계에는 '스님'만 있는 줄 알았던 터라 불교 종단들에 가면 듣게 되는 '원장 스님', '부장 스님', '실장 스님', '국장 스님', '종회의장 스님', '종회의원 스님' 등의 호칭은 아무래도 어색했다. 또 지방의 큰 절에서는 우리 귀에 익은 '주지 스님' 외에도 '총무 스님', '재무 스님' '교무 스님', '관장 스님'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점차 종교계 속사정을 알게 되면서 이들 직책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속세를 떠나 수행의 길에 들어선 스님들이라도 거대 조직에 행정 기능이 없을 수 없고, 수행 외에도 포교와 교육·복지·문화 활동 등 종교의 기능이 넓어지면서 효율성을 위해서는 세속의 조직체계를 빌려올 수밖에 없다는 점은 납득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풀 수 없었던 의문은 그런 번거로운 일을 왜 굳이 스님들이 다 하려는가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독불장군 스타일이 많은 스님들이 사람과 돈으로 스스로를 얽어매는 것이 그런 일을 할 사람들이 달리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차 불교계에 스님들 못지않게 불교에 대한 이해와 신심(信心), 능력을 갖고 있는 신자들이 많다는 점을 눈치 채게 됐다. 그런데도 이들이 종단이나 사찰의 일에 참여하려고 하면 스님들이 "먼저 머리를 깎고 오라."며 거부해온 것이 그동안의 상황이었다.

스님들은 대부분 돈·권력·명예보다는 도(道)와 진리에 관심이 많고, 이 때문에 가진 것을 버리고 떠나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불가(佛家)에는 '중벼슬은 닭벼슬만도 못하다'는 말이 전해져온다. 또 이전에는 주지 등을 맡으라고 하면 "수행에 방해가 된다."며 거절하는 바람에 사찰마다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불교계의 살림이 넉넉해지면서 사정이 달라졌고, 이제는 크고 작은 직책이 웬만한 스님이면 거쳐야 하는 경력처럼 됐다. 불교계에 말썽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처럼 벼슬하는 스님이 많아진 풍토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5월 조계종 일부 스님들의 도박 파문 이후 불교계 안팎에 불어 닥친 거센 후폭풍은 발 빠른 자정(自淨) 움직임을 가져왔다. 그 결과로 조계종이 얼마 전 발표한 '쇄신안'에는 스님과 재가신도의 역할 분담과 관련된 몇 가지 내용이 들어있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사찰운영위원회를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구성해 심의의결 기구로 격상시키고, 종단과 사찰의 실무를 담당하는 종무원을 양성하며, 사찰의 재정 운영은 종무원이 맡고 주지 스님은 결재만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신도들의 참여 폭을 상당히 넓힌 이 쇄신안에 대해 불교계 일부에서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반면 불교계와 조계종의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많다. 결국 관건은 이제까지 종단과 사찰 운영의 전권을 행사해온 스님들이 과연 자신들의 권한을 얼마나 내려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뭔가 구체적인 조치가 더 필요하다.

벼슬하는 스님을 과감하게 줄이는 것은 어떨까. 종단과 사찰의 실무 행정 책임은 전문 지식을 갖춘 신도들에게 맡기고, 세속의 국회에 해당하는 종회(宗會)의 문호를 신도들에게 개방해서 스님들의 자리를 상당 부분 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스님은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고 종단과 사찰 운영은 신도가 맡는 '사부대중(四部大衆)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조계종의 방침이 구두선(口頭禪)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 스님들은 역시 행정 문서보다는 경전을 읽거나 참선하는 모습이 더 어울린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9/2012071903080.html 이선민 오피니언부장 smlee@chosun.com 입력 : 2012.07.19 22:58

'佛敎'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 성철 스님  (0) 2012.09.19
幻月堂大宗師眞  (0) 2012.09.10
성철스님… 절돈 3,000원  (0) 2012.05.28
퇴옹 성철(退翁 性徹) 대종사  (0) 2012.02.15
석굴암  (0) 201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