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해피엔딩

2012. 8. 3. 12:48LEISURE

[런던 2012] [유도] 이원희 피해 체급 올린 김재범 그 김재범 피해 체급 올린 송대남 기구한 삼각관계, 금빛 해피엔딩

노장 송대남, 집념의 금메달

정훈 감독과 동서지간 - "막내 처제한테 반했다" 고백… 사람됨 믿은 감독이 다리 놔줘

서른셋.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90㎏급 금메달을 차지한 송대남(남양주시청·1979년 4월 5일생)의 나이다. 그는 역대 한국 남자 유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중 유일한 30대다. 3일까지 치러진 런던 올림픽 남자 유도 6체급의 메달리스트(평균 25.5세)를 통틀어도 최고령.

송대남은 작년 3월에 체급을 한단계 올리는 모험까지 걸어야 했다. "올림픽에 나가기만 하면 좋겠다"던 이 노장이 데뷔 무대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 '달인급' 업어치기

중량급 선수치고 키(176㎝)가 작은 송대남은 특기인 업어치기를 앞세워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었다. 다리가 긴 외국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다는 이점을 살렸다. 그는 올림픽 전에 "외국 선수들은 상체보다 하체가 약하다.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업어치기를 하니 통하더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선 니시야마 마사시(일본·세계 3위)와의 8강전, 티아구 카밀로(브라질·세계 8위)와의 준결승에서도 업어치기로 절반을 따냈다.

그런데 송대남은 애슐리 곤살레스(쿠바·세계 7위)와 벌인 결승전의 연장에선 11초 만에 안뒤축 후리기 절반으로 이겼다. 김의환 용인대 유도학과 교수(대한유도회 연구위원장)는 "송대남은 상대가 업어치기를 방어하기 위해 중심을 뒤로 빼는 틈을 놓치지 않고 안뒤축 기술을 걸어 메쳤다"면서 "상대의 운동 방향을 예측해 공격하는 작전이 뛰어났다"고 말했다.

◇ 몸 불리기 전쟁

81㎏급이었던 송대남은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김재범(한국마사회)과 연장전 판정 승부를 벌인 끝에 졌다. 송대남은 올림픽 티켓을 놓치고 나서도 2010년 중반까지 81㎏급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2010년 10월에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연골을 한꺼번에 수술하면서 선수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복귀하더라도 81㎏급엔 숙적 김재범이 버티고 있어 부담스러웠다.

결국 송대남은 체급을 올리기로 했다. 놀랍게도 수술 5개월 만에 국내 90㎏급 정상에 올랐다. 최소 6개월은 거동하기도 어렵다는 병원 진단을 뒤집었다. 근육이 잘 붙는 체질 덕을 봤다. 근육이 부상 부위를 충분히 감싸 부상 재발 위험성을 줄였던 것이다.

하지만 90㎏급에 걸맞은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선 근육이 더 필요했다. 일단 살부터 찌워야 했다. 한 끼 식사로 스테이크 10장을 해치우는가 하면 햄버거, 단백질 보충제 등을 끼고 살았다. 야식으로 라면 세 개를 끓여 먹었다. 불어난 살을 근육으로 만드는 일은 더 힘들었다. 매일 야간훈련까지 하며 몸을 만들었다. 운동으로 살이 빠지면 다시 먹기를 되풀이했다.

◇ 돌고 도는 운명

송대남의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얘기하려면 김재범, 왕기춘(포항시청), 이원희 현 용인대 교수의 라이벌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73㎏급이었던 김재범은 이원희(2004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왕기춘(2007 세계선수권 1위)과의 경쟁을 피하고, 감량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2007년 가을 81㎏급으로 올렸다. 김재범은 송대남을 울리고 베이징에 나가 은메달, 이번엔 런던에서 금메달을 걸었다. 이원희라는 존재가 송대남과 김재범의 오늘을 만든 '연쇄반응'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송대남이 삼십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타고난 성실성과 적극성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정훈(43) 남자 대표팀 감독과 동서지간이다. 송대남은 2009년 8월 말에 용인에 있는 정 감독 집에 갔다가 감독의 막내 처제를 보곤 첫눈에 반했다. 송대남의 사람됨을 잘 아는 정 감독은 두말없이 다리를 놔줬다. 송대남은 석 달 만인 2009년 11월 28일 결혼에 골인했고, 현재 생후 석 달 된 아들을 두고 있다.

송대남은 2일 금메달을 따고 매트 아래로 내려와 유도인생의 큰 스승이자 '형님'인 정 감독에게 큰절을 했다. 정 감독도 혹독한 지옥훈련을 묵묵히 참아내고 우승까지 일군 제자에게 맞절해 훈훈한 감동을 일으켰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03/2012080300342.html 성진혁 기자 jhsung@chosun.com 입력 : 2012.08.0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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