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6. 16:12ㆍ文化
TV 프로그램들 중에는 외국 문화를 소재로 한 것들이 종종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서는 어떻게 외국 문화가 재구성되는가? 외국 문화를 소재로 한 대부분의 TV 프로그램은 독특한 문화와 행위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사람에 의해 촬영되고 편집된다. 그로 인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지 간에 행위의 왜곡이 발생한다. 여기에는 제작자가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못하고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작업을 진행한다는 한계 외에도 제한된 예산과 작업 시간이라는 요인이 존재한다. 짧은 프로그램 제작 시간을 감안할 때 왜곡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제작 현지의 접근성에 따라 다르지만 ‘기획 ― 현지 촬영 ― 스튜디오 방영’에 이르는 모든 작업이 40여 일 안에 이루어져야 하고, 실제 현지 촬영은 10여 일 전후에 끝나는 경우도 있다.
프로그램은 특정 사건이나 인공물 또는 사람을 보여 주고 그 특정한 것들이 전형적이며 일반적인 것이라고 암시하거나 혹은 공공연하게 주장함으로써 문화적인 일반화를 도출한다. 예를 들어 제작 인력과 현지 체험을 하는 연예인과 현지인들의 만남은 매우 특수한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짧은 시간 내에 만나게 되는 소수의 개인들은 해당 사회 전체를 대변하는 인물들로 인정되기 쉽고 시청자들은 그 인물들과 그들의 행동의 의미를 전체 사회의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전혀 제공받지 않는다.결국 이러한 TV 프로그램은 관찰자에 의해 현지 문화가 새롭게 재구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관찰자가 진지하게 노력하여 해당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문화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 스테레오타입을 재생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서 스테레오타입이란 특정 문화의 독특성에 기반한 유형적 차이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차이에 기반한 차별, 분리와 배제의 성격을 가진 자민족 중심주의적인 이해를 의미한다.
외국인, 외국 문화를 소재로 하여 방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객관성을 목표로 하는 순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여행 정보 제공이나 흥미 유발을 위해 특별하게 기획된 것들이다. 현장에서 목격된 내용들이 있는 그대로 방송되는 것이 아니라 기획 의도에 따라 구성된다. 이 구성은 매우 세심하게 ‘기획 ― 촬영 ― 편집 ― 스튜디오 쇼’에 이르는 전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그리고 방송 아이템의 선정과 기획 과정에서부터 현장 촬영에 이르기까지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일련의 선택 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후반 작업에서 편집되지 않은 많은 양의 영상들은 필요한 것과 제외되는 것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현장의 모습이 재구성되며 시청자는 그 선택 기준과 타당성의 근거는 제공 받지 않는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외국인, 외국 문화를 소재로 한 각종 TV 프로그램들을 통해 외국 문화에 대한 정보와 생생한 현장 체험을 통해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게 되기도 하겠지만 결국 ‘그들’의 삶이 혹시 우리에게 오락의 소재로 제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영훈, -문화와 영상
다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재작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연출자가 기획한대로 보여주고 싶은 것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