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22. 18:07ㆍ生活
◇ 예단(禮緞)
예단(禮緞)은 본래 신부가 시댁에 드리는 비단을 뜻하는 것이었다. 옛날에는 비단이 귀하였기 때문에 가장 귀한 비단을 신부가 시집가면서 시댁에 선물로 드려 예를 표했던 것이다.
전통적으로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비단을 보내면 신부가 직접 시아버지, 시어머니의 옷을 곱게 바느질한 뒤 잘 싸서 돌려보내고, 신랑 집에서는 수공 비를 돈으로 해서 신부에게 보냈다고 한다.
오늘날 예단이라고 하면 신부가 그 집안의 며느리로 들어가면서 시댁 식구들에게 인사로 드리는 선물을 통틀어 말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예단의 의미가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신부로서는 신경 쓰이는 고민거리이다. 신부가 시댁 식구들에게 정식으로 드리는 첫 인사이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예단을 누구에게까지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도 조심스럽고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예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역시 정확한 답이 없다. 먼저 예비 시어머니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요즈음의 일반적인 경향과 당사자들의 형편을 고려해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예단을 전할 때의 형식과 예절도 반드시 챙기도록 한다.
◇ 예단(禮緞) 준비하기
예단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것은 예단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다.
혼례에 들어가는 비용을 되도록 절약하는 요즈음에도 예단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는 사람이 90%가 넘는 것으로 보아 예단을 생략하는 일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예단을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시부모의 의향이 확고하다면 생략한다고 해서 흉 될 것은 없다.
전통혼례에서 예단 범위는 신랑의 직계 사촌에서 팔촌까지다. 결혼식 때 폐백을 받는 친척들의 범위와도 일치한다. 그러나 요즘은 친척의 개념과 범위도 많이 달라졌다. 시댁에서 가깝게 지내는 친지들이라면 촌수나 친가, 외가를 따지지 않고 가까운 정도에 따라 예단을 준비하면 된다. 물론 예단을 하는 범위는 시어머니 될 분과 충분히 상의해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보통 10명을 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단의 품목도 예전과 달라 물건 대신 현금이나 상품권을 주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예단을 현금으로만 보내는 것이 너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받는 이에 따라 현금과 현물을 섞어서 할 수도 있다.
요즘은 예단을 현금으로 해 드리는 경우가 80%를 넘을 정도로 현금 예단이 보편화돼 있다. 상대방의 필요나 취향이 고려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해지는 현물보다는 받는 사람이 스스로 용도를 선택할 수 있는 현금이 훨씬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금 예단은 성의가 없어 보일 수도 있고 얼마나 해야 할지도 모호해 시어른과 충분히 의논하는 것이 좋다.
◇ 예단(禮緞) 주고받을 때 예절
예단을 무엇으로 하는가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예단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보내는가 하는 것이다. 예단을 보내는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혼례를 올리기 한 달 전쯤에 많이 보낸다.
예단을 신랑 댁에 보낼 때는 신부 혼자 가기보다 형제자매 중 한 명이 동행해서 가는 것이 좋다. 예단을 현금으로 보낼 때도 시부모의 반상기 세트와 은수저 세트 정도는 함께 보내고는 것이 좋다. 깨끗한 백지나 한지로 만든 속지에 예단의 품목과 금액, 일시를 적고 아무개 '배상(拜上)'이라고 쓴 뒤 세 번 접은 후 현금과 함께 봉투에 넣어 보낸다. 봉투 앞면에는 '예단(禮緞)'이라고 쓰고, 봉투 입구에는 '근봉(謹封)'이라고 쓴다. 이 봉투는 보자기로 정성스럽게 싸서 보내며 만약 보자기가 없으면 녹색과 홍색 한지에 싸서 보낸다.
현물로 보낼 때에는 따로 보내지 말고 예단을 품목별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한 뒤 보자기에 싸거나 큰 가방에 넣어 들고 간다. 역시 깨끗한 백지나 한지에 품목을 적어 겉봉에 '예단(禮緞)'이라고 쓴 봉투에 넣어 전한다.
예단을 받는 시댁에서는 작은 탁자에 붉은 예탁 보를 준비한 뒤 신부가 예단을 가져오면 탁자 위에 예탁 보를 깔고 그 위에 예단을 올려 받는다.
◇ 현명하게 예단(禮緞) 보내는 방법
첫째, 가장 좋은 방법은 시어머님께 직접 상의 드리는 것이다. 시댁에서 생각하는 예단규모와 주요품목을 조심스레 상의한 다음 이에 맞춘다면 가장 무난한 방법이 될 것이다.
둘째, 현금을 직접 드리는 방법이다. 대다수 예단은 구설에 오르는 첫 번째 이유가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건 자체보다 그 집안의 기호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은 돈대로 들고 좋은 소리는 못 듣는 경우가 많다. 현금을 드린다면 예단 구설수 문제는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셋째, 허례허식으로 되어버린 예단을 탈피해 실속 있게 준비한다. 대표적인 예단 품목인 보료다. 보료는 현대생활 패턴에는 굳이 필요 없는 물건이기도 하다. 예비 시부모님이 융통성이 있다면 상의해 불필요한 품목들은 과감히 제외한다.
넷째, 유명 브랜드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때로는 똑같은 물건인데도 백화점과 일반 혼수 시장에서의 가격차이가 두, 세 배씩 나는 경우가 있다. 체면치레를 위해 백화점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동대문 등의 혼수 전문시장을 꼼꼼히 조사해 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다섯째, 돈을 빌려가면서까지 무리하지 말자. 지금 당장은 해결이 되는 듯이 보이지만, 빛까지 낸 무리한 예단은 결혼 후까지 두고두고 부담과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보다는 예단 본래의 진정한 '마음의 인사'를 되새기는 것이 필요하다.
◇ 함
'함'은 '납폐'라고도 한다. 납폐는 신랑집에서 보내는 신부집에 대한 혼인 허락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보통 혼서지와 신부에게 주는 선물을 담는다. 과거에는 청색과 홍색의 비단을 넣어 신부의 새 옷을 짓는 데 썼다. 오늘날에는 혼서지와 사주단자 외에도 예복과 예물, 화장품 등 신부가 시집에서 받는 선물 등을 담는다.
함에 가장 먼저 넣는 것은 '오방주머니'다. 오방주머니는 잡귀를 쫓는 붉은 팥과 귀한 신분을 뜻하는 노란 콩, 인내하라는 찹쌀, 자손 번식을 뜻하는 목화씨, 절개와 순결을 뜻하는 향나무를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분홍색, 연두색 주머니에 각각 담은 주머니다. 주머니에 따라 위치도 달리 넣는다.
함을 쌀 때에는 안쪽이 청색, 바깥쪽이 붉은 보자기를 쓰며 보자기 끈을 감아올려 절대 매듭은 짓지 않는다. 신랑 신부의 앞날이 매듭지어 꼬이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