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5. 15:11ㆍ法律
[전영기의 시시각각] 김영란법 5조2항3호를 삭제하라
김영란법은 부패와의 전쟁을 시민적 차원에서 전개하는 시작점이다. 김영란법은 위로부터도 아래로부터도 아닌 옆으로부터의 혁명이다. 과거 숱한 부패와의 전쟁들은 죄다 위로부터 권력과 검찰이 선포한 것이었다. 국회의원이나 장관, 재벌 한둘을 잡아들여 거악을 척결했다고 자화자찬한 뒤끝에 권력과 검찰 내부엔 더 큰 부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곤 했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집중되는 의혹이나 120억 원을 꿀꺽 삼킨 진경준 검사장의 추락에서 그 한계를 본다. 건국 이래 아래로부터의 혁명 욕구는 4·19(1960년)나 5·18(80년), 6·10(87년) 민주화 운동에서 분출됐는데 앞의 두 개는 참혹한 유혈 희생을 동반했다. 아래로부터의 폭발을 막으려면 옆으로부터 혁명이 진행돼 김을 그때그때 빼줘야 한다. 이게 합리와 상식에 의한 사회적 진화다.
김영란법은 이해당사자들에게 한동안 괴롭고 불편한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시민 대다수가 세상이 맑아진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면 충분히 강제할 가치가 있다. 법의 규율 대상은 공무원·교원·언론인(‘공직자 등’) 200만 명에다 이들의 배우자까지 포함해 약 4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죄의식 없이 발 뻗고 편히 자고 싶으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① 제3자를 통한 부탁은 하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다 ②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 부조는 10만 원 이상 하지 않는다. ③ 어떤 경우라도 한 번에 100만원 이상을 주고받지 않는다는 자세를 딱 정할 필요가 있다. 인구 400만 명의 행동 패턴이 바뀌면 나머지 국민들도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87년 민주화 이래 한국 사회 전체가 말갛고 투명하게 변화할 기회가 온 것이다. 얼추 3년이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검찰과 경찰에게 마구 휘두를 칼자루를 쥐어줬다는 걱정도 있는데 기우(杞憂)라고 본다. 시민의 사고방식, 생활양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문화 혁신기에 검경(檢警)이 야한 칼춤을 추긴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검경도 시민의 감시 칼끝을 받아야 할 운명이 됐다.
김영란법은 미완성의 법률이다. 3년간 입법 과정에서 교묘한 장난들이 벌어졌다. ‘국회의원 청탁독점법’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 김영란법이 정부에서 처음 제출될 때는 ‘부정청탁+금품수수+이해충돌’ 금지가 한 묶음이었다. 그런데 정무위원회 소위 의원들이 이해충돌 방지 부분을 몽땅 들어내 버렸다. 국회 법사위 회의록(2015년 2월 5일)에서 남궁석 수석 전문위원의 비판이 정곡을 찌른다. “이해충돌 방지는 공직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임에도 관련 규정 전체가 삭제된 상태로 의결돼 자체 완결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은 또 부정청탁의 15가지 유형을 세밀하게 적시해 놓고는 정작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른 이들의 손발을 꽁꽁 묶고 자기들 300명 국회의원은 마음껏 민원을 할 수 있게 뒷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상의 민원 청탁들이 국회의원한테 몰릴 수밖에 없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 효과다.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입법, 예산 확정의 권한을 부여하고 청렴, 국익 우선의 의무를 지울망정(헌법 제3장) 그 어디에도 민원청탁이란 용어를 허용하지 않는다.
민원의 청취·부탁이 국회의원 고유의 사명이라는 믿음은 좋게 말해 신화일 뿐이다. 의원만 민원을 가능케 한 청탁독점 조항(5조2항3호)을 삭제해야 김영란법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2004년 정치관계법이 국회의원의 주례와 경조사비 지출을 일절 금지했을 때 정치권은 패닉에 빠졌지만 막상 실행해 보니 그게 가능했다. 지금 국회의원들이 신앙처럼 주장하는 민원활동도 무슨 성역이나 자연질서가 아니다. 그냥 오래된 미신이다. 김영란법에 못하도록 규정하면 없어진다. 정상적인 민원은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하도록 하는 게 이치에 맞다. 시민이 나서서 혁명하듯 김영란법을 개선해야 한다. 김영란법은 한국 현대사에서 보기 드물게 맞이하는 평화적인, 옆으로부터의 혁명 기회다. [출처: 중앙일보 종합 26면 전영기 논설위원 http://news.joins.com/article/20402681?cloc=joongang|home|opinion 입력 2016.08.04 19:09 수정 2016.08.05 00:27
국회의원, 김영란법 예외일까, 아닐까?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을 내린 뒤에도 정치권은 후폭풍에 시달렸다.
논란의 시작은 이랬다. 헌재 판결 전인 지난달 7일 언론인 출신의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은 김영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에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과 관련해 법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되어 과잉입법을 받고 있다며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빼는 내용의 김영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 제안이유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담겼다.
"국회의원 등이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경우 현행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여 국회의원 등에 대하여는 실질적으로 면책의 통로를 마련하여 부정부패 척결을 염원하는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못하다."
즉, 국회의원 등의 경우 고충민원 전달을 허락할 경우 면책이 발생할 수 있고, 부정부패를 막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강 의원은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를 법안에서 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헌재 판결 직후에는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한 주요 정치인들이 늘어났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는 "정당한 입법활동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등도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영란법에 있어 국회의원은 예외라는 주장에 동조한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김영란법의 부정청탁 금지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주장의 공통점은 김영란법에서 국회의원은 예외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이 알려지자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급기야 국회의원은 김영란법에서 예외인 것처럼 알려지며 파장이 커졌다. 이 때문에 국회는 국회의원도 김영란법에 있어 적용된다고 해명하고 나서기도 했다.
어느 쪽이 사실일까, 국회의원은 김영란법에 예외일까 아닐까?
기본적으로 김영란법과 관련해 금품수수와 관련해 국회의원은 일절 예외가 없다. 국회의원은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면 받으면 직무 연관성과 상관없이 처벌받고, 직무와 관련해서도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하면 과태료를 받게 된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 등이 지적한 부정청탁 부분에 대해서는 어떨까. 입법과정에 참여한 전직 국회의원, 국회, 법률 전문가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 5조1항에는 부정청탁 금지유형 15개가 나열된다. 그리고 2항에는 김영란법 부정청탁에서 제외하는 예외 되는 7가지 포함된다. 5조2항1호는 간단히 말해 억울한 일이 당했거나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이를 정부 또는 공공기관에 민원을 넣는 경우 이는 부정청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영란법 때문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행위조차 부정청탁이 될 것을 우려해 이같은 예외를 법으로 명백하게 둔 것이다. 2호 마찬가지다. 공무원 등에게 공개된 방식으로 어떤 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밤길이 어두우니 가로등을 놔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부정청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3호다. 3항 전문은 다음과 같다. "선출직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정·개정·폐지 또는 정책·사업·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하여 제안·건의하는 행위" 선출직은 국회의원도 포함된다. 논란의 조항이다.
19대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심사했던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문제와 관련해 주목받지 못했던 사실 하나를 지적했다. 논란이 된 조항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 아니라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만들었을 때부터 포함된 조항이라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왜 이 같은 규정을 뒀을까?
김 전 의원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청원법과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에는 국민들의 민원제출은 정부가 정한 문서로만 해야 한다. 행정기관 등은 비치된 서류를 통해 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이나 정당 시민 등에 민원을 제출할 때에는 문서로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 전하게 되는 일들이 많은데, 구두로 전한 민원은 정당한 민원으로 취급되지 않을 소지가 있다. 구두이든 서류에 의해서든 국민이 민원 등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입법, 사법, 행정부에 이첩한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원안에 담긴 것이다." 일반 국민이 공공기관에 정식 민원을 제기하는 것 외에도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를 찾아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호소하고 도움을 청하는 행위를 보장하기 위해 둔 조항이라는 설명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이 아닌 일반시민의 민원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인 셈이다.
법률사무소 루트 강영상 변호사는 5조2항3호에 대해 "5조1항의 규정으로 인해 국민 고충 민원 전달, 제안 등이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당연한 내용을 입법한 것이고 위 입법이 없었어도 '부정청탁'이라는 내용의 해석상 당연히 도출되는 내용이어서 시중에 알려진 국회의원 적용제외는 오해"라고 밝혔다. 이어 강 변호사는 "조문 문구상에도 '공익적인 목적'을 삽입하는 등 사적인 목적의 청탁은 해당되지 않도록 하고 있어서 오남용될 소지도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역시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해당 조항이 들어간 것에 대해 국회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고충민원 전달창구로서 역할을 하는데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헌법적 권리인 청원권과 의사전달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80523570716139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최종수정 2016.08.06 09:57 기사입력 2016.08.06 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