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8. 22:54ㆍ交通
알루미늄 테이프 붙이면 연비 좋아진다고?
장안의 화제, ‘알루미늄 테이프 튜닝’을 실제로 해 봤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알루미늄 테이프를 차체 이곳저곳에 붙이면 주행안정성과 연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를 직접 테스트한 것이다. 석동빈 <동아일보> 선임기자(자동차전문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처음엔 ‘소 뒷걸음치다 드리프트 하는 소리’ 정도로 생각했지만, 실제 해 본 결과 주행안정성 향상과 함께 10% 정도의 연비 향상을 경험했다.”고 썼다. 이후 <조선일보> <중앙일보> 인터넷판 및 SBS 8시 뉴스에서도 석 기자의 경험담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 "공기가 확 꺾이면서 '안절부절'하는 곳에 붙여야 해!" - 알루미늄 테이프 튜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석동빈 동아일보 선임기자
오늘은 <카미디어>가 직접 테스트 하는 날이다. 하루아침에 ‘국내 알루미늄 테이프 튜닝’ 1인자’로 추대된 석동빈 <동아일보> 선임기자도 자신의 차를 직접 몰고 나왔다. 그의 경차에는 이미 알루미늄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공기가 흐르면서 엉킬 수 있는 부위, 그러니까 급격하게 꺾인 플라스틱 및 유리 위에 알루미늄 테이프를 붙였다고 한다.
석동빈 기자는 알루미늄 테이프의 원리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철판은 대부분 접지돼 있어 문제가 없는데, 플라스틱이나 유리 등은 양전하를 발생시켜 양전하를 띈 공기의 흐름을 밀어내면서 헝클어트리는 원리라는데, 몇 번 들어도 잘은 모르겠다. 아무튼 공기가 세차게 흐르다가 꺾이는 부근에 알루미늄 테이프를 붙이면 된다고 했다. 그래야 공기가 침착하게 차체를 타고 흐른다고…
▲ '알루미늄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이고…' 차체 옆면에 삼지창 모양은 물론, 문손잡이, 에어스포일러 안쪽, 그리고 차체 바닥에도 붙였다
알루미늄 테이프를 차 바닥까지 붙이고 실제 주행에 들어갔다. 딱히 다를 건 없었는데, 운전대가 조금 무거워진 것 같았다. 알루미늄 테이프 몇 조각 붙였을 뿐인데, (작은 차이지만) 정말 달라지긴 했다. 운전대를 약 5도 정도 좌우로 까딱거릴 때, 알루미늄 테이프를 붙이지 않았을 때는 차도 함께 ‘까딱’거렸는데, 알루미늄 테이프를 붙인 뒤에는 (운전대만 왔다갔다 할 뿐 차는) 침착하게 앞으로 달린다. 한 마디로 ‘알루미늄 테이프를 붙인 후 직진성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일명 ‘알루미늄 테이프 튜닝’을 발견한 도요타에서도 연비 향상보다는 안정적인 주행 자세에 무게를 두고 설명했다. 도요타 연구진들은 차체 정전기 방지를 위해 알루미늄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이던 중 주행성능 일제히 향상된 데이터를 발견했고, 이후 관련 튜닝 부품(알루미늄 테이프를 잘라 놓은 것 같은 스티커)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실제 양산차에도 범퍼 안쪽에 알루미늄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물론, 전 세계 특허도 취득한 상태다.
▲ 서울과 일산을 오가며 측정한 연비. 왼쪽이 알루미늄 테이프를 붙였을 때(리터당 28.6km), 오른쪽이 알루미늄 테이프를 붙이지 않았을 때(리터당 28km)
이 날 실험에는 석동빈 기자가 가끔 타고 다니는 쉐보레 스파크와 <카미디어>가 애지중지 하는 흰색 아이오닉이 동원됐다. 서울과 일산을 (제2자유로를 중심으로) 다섯 차례 오가며 120km 정도를 달린 결과 두 차 모두 알루미늄 테이프를 붙인 후 ‘직진 안정성’이 좋아졌고, 연비 역시 조금이나마 향상된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차종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쉐보레 스파크는 알루미늄 테이프를 붙인 후 연비가 리터당 1km 가량 향상된 반면, 현대 아이오닉은 리터당 0.5km 정도 향상되는 데 그쳤다. 고속주행안정성에서도 스파크는 운전대에서 팽팽함이 느껴질 정도로 직진안정성이 향상됐지만, 아이오닉은 (주행안정성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석동빈 선임기자는 오늘 테스트에 대해 “알루미늄 테이프의 역할이 공기의 흐름을 좋게 하는 것, 결과적으로 ‘공기역학성능을 약간 높여주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공기역학성능이 원래 우수한 현대 아이오닉(공기저항계수 0.26)은 상대적으로 알루미늄 테이프 튜닝의 효과가 덜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공기역학 성능이 별로 좋지 않은 차, 가벼운 차, 출력이 약한 차 등이 알루미늄 테이프 튜닝의 효과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미디어>의 테스트 결과, ‘알루미늄 테이프 튜닝’은 “약간 효과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겠다. 특히 연비보다는 ‘주행안정성 향상’이 주된 포인트다. 처음 이 현상을 발견한 도요타 역시 관련 특허 문서에 “(알루미늄 테이프는) 공기저항을 감소시키고, 차의 진동을 억제해 조종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썼다.
▲ 도요타는 알루미늄 테이프를 순정 파츠로 팔고 있다(왼쪽 사진), '3M'에서 나오는 알루미늄 테이프(오른쪽 사진 중 두툼하게 감긴 것)는 두껍기도 하지만, 깔끔하게 제거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알루미늄 테잎 튜닝은 효과가 있긴 하지만 여기저기 붙이라고 권하진 못하겠다. 효과를 보려면 알루미늄 테이프를 보기 싫을 정도로 덕지덕지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붙이고 싶다면, 3M 알루미늄 테이프로 붙일 것을 권장한다. 처음 샀던 ‘동일케이칼’ 알루미늄 테이프는 (두께가 얇기도 하지만) 끈적거림이 남달라, 붙이는 것도 쉽지 않고, 특히 제거할 때 끈적거림이 차체에 지저분하게 남아 아주 고통스러웠다. http://www.carmedia.co.kr/fis/406753 【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jt@carmedia.co.kr 작성일: 2016-10-17 16:2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