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2. 14:43ㆍ法律
[전전궁금] ‘이혼소송’ 최태원 회장 발목 잡은 2015년 대법원판결 읽기
지난 5월 29일 포털 사이트에는 온종일 최태원 SK회장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에 최 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김희영씨와 함께 등장했다는 소식이 온종일 온라인을 달궜습니다.
최 회장은 2015년 한 일간지에 편지를 보내 사실혼 관계인 여자와 혼외 자녀가 있음을 고백하며 아내인 노소영 아트센터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힌 바 있죠.
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노 관장이 이혼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혼소송이 시작됐고, 지난해 7월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서울가정법원 재판부는 이후 양측의 입장과 상황을 확인하는 가사 조사와 면접 조사를 실시했고, 2차 기일도 곧 잡힐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최 회장은 과연 이혼할 수 있을까요.
모든 부부 관계가 다 원만할 수 없기에 이번 전전궁금 편에서는 이혼 문제와 그에 따른 재산 분할 문제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유책주의 VS 파탄주의
2015년 9월 대법원은 이혼 사유에 대한 기존 판례인 이른바 '유책주의'를 변경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전원합의체를 열었습니다.
이혼은 양측이 합의하면 그만입니다만, 합의가 안 될 때는 소송을 통해서 할 수 있습니다. 민법 840조에는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1~5항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제6항입니다.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어떤 경우에 적용할지의 문제입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두 가지 입장이 있습니다.
유책주의란 혼인 파탄의 책임이 큰 배우자는 상대편 배우자 의사에 반해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파탄주의인데, 이는 부부 사이가 이미 파탄 나 더는 혼인 관계 지속이 어려울 경우 책임이 큰 배우자에게도 이혼 청구를 허용하자는 주장입니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다룬 케이스는 1976년 결혼한 남성이 1998년 다른 여성과 혼외자를 낳은 뒤 2000년 집을 나간 상태에서 2011년 배우자에게 이혼 소송을 낸 사건이었다.
전원합의체 회의에서 대법관들의 의견이 7대 6으로 갈렸습니다. 과반인 7명이 ‘아직까지 파탄주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해 결국 기존의 유책주의를 재확인하는 것으로 결론이 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 전원합의체
유책주의 판결에 실망한 서초동 변호사 업계
대법원은 민법 840조 제6호의 이혼 사유를 판단하면서, 혼인의 파탄을 자초한 배우자에게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혼인 제도가 요구하고 있는 도덕성에 근본적으로 배치되고, 배우자 일방에 의한 축출 이혼을 시인하는 부당한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13명의 대법관 중 6명은 유책주의를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혼인의 실체가 없어진 이상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고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행 유책주의하에서는 이혼 소송에서 승소를 위해 상대방의 잘못만을 강조하다 보니 양쪽의 관계가 점점 나빠지는 점도 지적했지만, 대법관 한 명이 부족해 소수설이 됐죠.
서초동의 변호사 업계에서도 이 판결에 대해 비판 의견이 많았는데, 이는 파탄주의로 판례가 바뀔 경우 이혼 소송 등 가사 사건이 증가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익도 고려됐을 법합니다.
최태원 회장은?
결국, 2015년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최 회장의 이혼 청구는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 회장은 2015년 일간지에 보낸 편지에서 “저와 노 관장은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며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고, 수년 전 저와 그 사람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공개한 바 있죠.
즉, 최 회장 스스로 내연녀와 혼외자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최 회장에게 있다고 볼 수 있고, ‘유책주의’ 법 해석에 따라 노 관장이 이혼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두 사람의 이혼은 쉽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책주의의 예외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현행 유책주의 하에서도 이혼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2015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고 이전 대법원판결을 뜯어보면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예외적으로 ‘바람피운’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정하는 사유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상대편 배우자가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 이혼에 불응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바람피운’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대방도 이혼의 반소를 제기하는 때도 혼인을 지속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하다고 봐서 이혼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추가로 유책주의의 예외 사유를 제시합니다.
즉 ‘혼인 관계 파탄의 책임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 배우자나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졌을 경우, 혹은 시간이 오래 흐르면서 쌍방의 책임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에 대해서도 이혼이 허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에 대해 변호사들은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 경제적 상태와 생활 보장 정도, 자녀 양육과 그 밖의 혼인 관계 사정 등을 두루 고려해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별거한 최태원-노소영
최 회장은 이혼 소송에서 노 관장과의 관계가 이런 예외 사유에 해당함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편지가 공개되기 전부터 수년간 별거 상태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최 회장 측으로서는 이미 두 사람의 사이가 오래전에 파탄 나 책임의 소재를 따지기가 무의미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노 관장과 세 자녀에 대한 충분한 배려와 보호가 이뤄졌다는 점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 법원 판례는?
실제로 이혼을 한다면 그다음 관심은 최 회장의 재산 분할입니다.
위자료는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최 회장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법원에서 인정하는 위자료는 많아야 5,000만 원 정도입니다. 4조 원대로 알려진 최태원 회장의 재산이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이혼할 경우 법원은 어느 정도의 재산분할을 인정할까요.
이혼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법원은 이혼 소송이 제기되면 부부가 결혼 기간 공동으로 노력해 형성한 재산(공동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따져 재산을 나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배우자의 재산이 각각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명확히 구분하는 절차를 거치죠.
최근 들어 법원은 남편(혹은 아내)의 공동 재산을 나눌 때 상대편 배우자의 몫을 높여 잡은 추세입니다. 전업주부의 경우 과거 법원은 재산 분할 비율을 10~20% 이하로 정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많게는 50% 분할까지 허용합니다.
물론 최 회장의 경우는 법원이 어떻게 볼지 알 수 없습니다.
앞서 제기된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에 대한 남편 임우재 씨의 이혼소송을 볼까요. 임 씨는 2016년 6월 위자료 1,000만 원에다 재산분할 1조 2,000억여 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죠. 하지만 1심 법원은 이부진 사장 재산 중 86억 원만 임우재 전 고문이 가지라고 판결했습니다. 재산의 반을 요구한 임 씨에 대해 법원은 재산의 0.4%만 재산 분할을 인정했습니다.
이혼 소송 중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왼쪽)과 남편 임우재 씨
여기서 중요한 건 재산 분할의 대상이 공동 형성 재산에 한한다는 점입니다. 즉 혼인 기간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만 분할 대상이고, 결혼 전에 형성된 재산이나 결혼 후 한쪽이 상속이나 증여 등으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봐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일부 분할 대상이라는 쪽으로 판결이 바뀌고 있습니다. 결혼 후 늘어난 재산도 이를 유지하고 증가하는 데 기여한 정도에 따라 나누게 돼 있습니다.
이부진 사장의 경우 그가 보유한 삼성 주식이 이미 결혼 전에 부친인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반영한 판결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최 회장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양측의 입장은 크게 다를 것입니다.
최 회장으로서는 자신의 자산 대부분이 선친으로부터 상속 받은(주) SK 주식이라는 점에서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노 관장으로서는 오랜 혼인 기간(1988년 결혼) 등을 감안할 때 최 회장 재산의 증가는 부부가 함께 일군 것이라고 주장하겠지요.
결국, 재판부는 최 회장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노 관장의 역할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따지게 될 것입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13390&ref=D 윤창희 기자 theplay@kbs.co.kr 입력 2019.06.02 (12:00) 수정 2019.06.0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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