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무갈보살(曇無竭普薩)
2021. 6. 15. 09:50ㆍ佛敎
담무갈보살(曇無竭普薩)은 법기보살(法起菩薩)이라고도 하며, 『화엄경』에 의하면 금강산에 머물면서 12,000의 보살을 거느리고 설법을 한다고 한다. 불교의 주요 경전인 『화엄경』에 근거를 둔 담무갈보살 설화는 담무갈보살 신앙 또는 금강산 신앙으로 발전하였고, 특히 원 간섭기에 크게 유행하였다. 금강산 신앙은 고려만이 아닌 이웃한 원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당시 금강산은 동아시아의 불교 성지로 인식되었다.
담무갈(曇無竭)은 산스크리트어 ‘다르모가타(Dharmogata)’의 음역으로, 법(法)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법성(法性), 법용(法勇), 또는 법상(法尙)을 의미하는데, 이것을 법기(法起)라고도 한다. 따라서 담무갈보살은 법기보살(法起菩薩)의 음역이다. 408~429년 불타발타라가 번역한 『육십화엄경(六十華嚴經)』에서 "현재 지달(枳怛)에서 담무갈보살이 12,000의 보살을 권속으로 하여 항상 설법을 한다."고 하였다. 지달이란 산스크리트어로 용출(湧出)함을 뜻하는 말로 금강산의 상(狀)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래서 담무갈보살은 금강산에 머물면서 12,000의 보살을 거느리며 설법을 한다는 이야기가 성립된다.
금강산의 명칭은 『육십화엄경』보다 조금 후대의 경전으로 695~704년 실차난타가 번역한 『팔십화엄경(八十華嚴經)』에 등장하는데, "바다 가운데에 금강산이 있는데 옛적부터 보살들이 그곳에 머물렀다. 지금은 법기보살이 거처하며 12,000여 권속(眷屬)과 함께 머물며 항상 설법을 한다."고 하였다.
‘금강’이란 금강석을 말하는 것으로, 인도 신화에서는 폭풍의 신인 인드라가 지니고 있던 강력한 무기인 바즈라(vajra)를 뜻한다. 금강석은 다이아몬드로서 더 이상 쪼깨지지 않는 가장 견고한 금속이다. 불교에서는 이 금강석으로 번뇌와 무명을 퇴치한다고 한다. 아무리 두터운 번뇌와 무명도 단번에 퇴치해 버리는 지혜의 상징이 금강인 것이다. 초기 반야계의 대표적인 경전도 그 이름을 『금강경(金剛經)』으로 칭하고 있다. 금강산의 이름은 불교 경전인 『금강경』에서 따온 것으로 반야의 속성인 굳셈, 날카로움, 밝음을 상징한다.
담무갈보살(법기보살)이 설법하고 있다는 금강산의 위치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서책은 중국 당나라 때 승려인 징관(澄觀)의 『화엄경소(華嚴經疏)』이다. 그에 의하면 "동해의 동쪽에 금강이라는 산이 있다. 전체가 금은 아니지만 위아래 사방으로부터 산간에 이르기까지 흐르는 물과 모래 속에 금이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전체가 곧 금이라 할 만하다. 또 해동(海東) 사람들은 예로부터 서로 전하기를 이 산에 왕왕 성인(聖人)이 출현한다."고 하였다. 담무갈보살을 중심으로 한 이와 같은 이야기는 자연히 담무갈보살 신앙을 낳았고, 이것이 실제로 금강산이 있는 한국 땅에서 크게 유행할 수 있었다. 또한 금강산이 담무갈보살이 주처(主處)하는 성지(聖地)가 되면서 담무갈보살 신앙은 곧 금강산 신앙을 의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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