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미소

2022. 4. 13. 12:20佛敎

오후 3시 삼존불은 햇살을 받아 그 자비로운 미소를 살펴보기에 어려운 상황이었다. 왜 오전에 삼존불을 참배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2016년 불교신문은 “문화재안내판 오류 수두룩… 뭐가 맞는거야”라는 기사에서 서산마애삼존불의 안내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상쾌하고 넉넉한 미소를 머금은 석가여래 입상,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간직한 제화갈라보살 입상, 천진난만한 소년의 미소를 품은 미륵반가사유상은 백제 특유의 자비로움과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 서산마애삼존불은 기록이 전해지지 않아 언제 누가 무엇 때문에 조성했는지 알 수 없다. 삼존불의 명칭도 확인되지 않는다. 주존을 석가모니불이라 추정하고, 좌측은 관음보살이란 견해를 밝힌 학자가 여럿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반가사유상이 곧 미륵이라 인식했지만, 중국에선 사유하는 태자상으로 불리면서 확정적으로 부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안내판에는 주존을 석가모니불로, 좌우협시를 제화갈라보살과 미륵보살로 단정 지었다.”

지금도 같은 내용의 안내판이 서 있다. 설명문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제화갈라보살이 어떤 보살인지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제화갈라(提和竭羅)는 연등불(燃燈佛, Dipamkara Buddha)의 음역이다. 연등불은 석가모니불이 부처가 되기 이전에 만난 부처님인데 이분이 미래세에 석가모니라는 이름의 부처가 되리라는 예언(수기)을 하셨다. 연등불은 정광불(定光佛), 등광불(燈光佛), 보광불(普光佛)등으로 의역되기도 하였다.

문제는 왼쪽의 입상보살이 제화갈라보살이냐 관세음보살이냐 하는 것이다. 나는 약을 들고 있는 입상보살이 ‘관세음보살’이라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연등부처님은 이미 부처님이 되신 분이고 그래서 연등불로 불리는 분이다. 이렇게 부처가 되신 분을 다시 보살로 부르고 보살의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깨닫기 이전 보살이었을 때 수많은 모습으로 윤회하면서 선행(善行)고행(苦行)을 하셨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자타까(전생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그곳에는 547개의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불교역사에서는 석가모니 547개의 전생담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석가모니보살이라고 추앙하지 않는다. 연등불을 만나 수기를 받을 때 석가모니 부처님의 이름은 선혜선인(善慧仙人, 수메다)이었는데 그를 선혜보살(善慧菩薩)이라고 독립적으로 받들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이미 붓다가 되신 연등불을 연등보살이라고 부르는 것이 매우 어색하다. 이 분을 연등보살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른쪽의 좌상보살을 미륵보살이라고 파악한데서 연유한다. 오른쪽이 미래의 미륵보살이므로 중앙은 현재의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본 것이고 왼쪽은 과거의 연등보살로 본 것이다. 이것은 막연한 추측이지 명확한 증거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인(手印)을 오른손은 시무외인(施無畏印)은 아래로 늘어뜨린 왼손을 여원인(與願印)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불만이다. 부처님의 손 모양을 시무외인, 선정인(禪定印),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전법륜인(轉法輪印, 說法印)으로 부르는 것은 부처님이 생전에 취하셨던 모습에서 연유한다. 이 중에서 두려워하지 마라는 뜻을 보여주는 시무외인(施無畏印)은 부처님을 죽이려고 데와닷따가 술 취한 코끼리를 풀어 놓은 것에서 비롯된다. 부처님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코끼리를 향해 자비로운 마음을 내면서 손을 들어 보임으로서 술 취한 코끼리가 얌전히 부처님 앞에 무릎 꿇는 상황을 연출하셨다. 이런 부처님의 손동작이 나중에 모든 두려움을 없애 주는 상징이 된 것이다.

선정인은 부처님이 삼매를 닦을 때 취하신 손모양이고 항마촉지인은 마라(악마)에게 자신이 복덕을 닦은 것을 증명하려고 할 때 오른손가락을 땅을 가리킨 것에서 유래하고 전법륜인(설법인)은 오비구에게 설법하실 때 손 모양을 취한 것이다. 그런데 왼손의 모양을 부처님이 중생의 소원을 들어 주는 여원인(與願印)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근거가 없으며 설명도 매우 비불교적이다. 부처님은 모든 것은 조건적으로 일어나고 사라진다는 연기법(緣起法)과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 그리고 자업자득(自業自得)을 가르치신 분이지 중생의 소원을 들어 주는 분이 아니다. 왼손의 모양은 승려들이 가사를 입었을 때 가사를 잡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 뿐이다.

삼존불이 새겨진 위치가 백제 때 사람들이 중국으로 통하는 교통로였으므로 “바다에 나갈 때 두려움을 갖지 말라는 의미에서 부처님이 시무외인을 하고 있다.”라는 정도로 수인을 설명하면 좋을 것이다. 미륵보살좌상은 “부처님도 유년기에 사유를 좋아하셨고 미륵보살도 저렇게 사유하는 모습으로 수행을 표현한 것은 불교에서 바른 사유가 곧 수행임을 표현하고 있다.” 정도로 설명해주면 자라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불교가 보다 쉽게 다가갈 것이다.

이 불상을 발견한 나무꾼이 말했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안내판에 넣으면 좋을 것 같다.

"바위 위에 환하게 웃는 산신령님이 새겨져 있는데, 오른쪽 작은마누라가 다리 꼬고 앉아 손가락으로 볼을 찌르며 '용용 죽겠지' 놀리니까 왼쪽 본마누라가 짱돌을 쥐고 집어던지려 하고 있슈." 불교를 모르는 나무꾼이 삼존불을 이렇게 묘사 했다는 것이 얼마나 발랄하고 유쾌한가? 이 말을 듣고 마애삼존불을 관람한다면 나무꾼의 시각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출처: 맞춤법에 맞게 정리하여 주요 내용만 추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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