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

2023. 2. 24. 16:11日記

2023년 2월 4일 금요일

음력 2월 초하루부터 초열흘까지 부는 영등할매 바람이 거센 날인데, 다른 매화는 아직이다.

설중매는 만개를 기약하고, 노란 산수유꽃은 몽우리를 막 터뜨리려고 하고 있네.

지금 이 노란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면 가을에 서리가 내릴 쯤에 열매는 새빨갛게 익어 가는데, 문득 교과서에 실려 있던 시인 김종길의 시가 생각난다.

성탄제(聖誕祭)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한참 고열로 앓고 있는 나에게 아버지가 가지고 온 해열제로 쓰는 산수유를 통해서 눈의 흰색과 산수유의 빨간색의 대비로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을 부각하고, 추운 밖에서 들어온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통해 고열의 나에게 쾌적한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부정을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감정을 나타낸 시인데 어쨌든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상존하는 보편적 감정이 아닐까?

2023년 2월 27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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