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2009. 11. 26. 15:43敎育

‘평준고교’에 ‘대충대학’…, 기업은 “쓸 사람 없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유창한 여고생이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만 준비하더군요. 똑똑한 아이들이 외국으로 자꾸 빠져나가니 화병이 날 지경입니다.” 한 유명 사립대의 입학처장은 우수한 고교생이 미국 아이비리그 등으로 진학하는 인재 유출 현상에 한숨을 쉬었다. 한국은 높은 교육열에 힘입은 인적자원 양성 덕분에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뤄 냈다. 하지만 인재양성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10년은 고사하고 5년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화시대에는 대량 교육을 통한 양적 성장만으로 외국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식기반사회에선 ‘명품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힘들다.

한국은 3불(不)정책 논란에서 보듯 평준화정책의 덫에 발목이 잡혀 특성화 교육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이에 국내 교육에 만족하지 못한 학생들은 자꾸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 현장에선 쓸모없는 교육

컴퓨터 관련 중견기업인 A사는 지난해 석박사급 연구개발 인력과 이공계 대졸 사원을 모집했다. 근로조건이 꽤 좋은 편이었지만 연구개발 분야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학부만을 마친 대졸 사원은 전공지식이 빈약해 쓸모가 없었다. 결국 당초 계획의 절반밖에 뽑지 못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3%로 세계 최고 수준. 그러나 기업들은 쓸 만한 인력을 대학이 길러내지 못한다고 불만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5년 대학의 경제요구부합도’ 조사에서 한국은 60개국 가운데 하위권인 52위에 머물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기업의 60% 이상이 신입사원의 업무 성취도에 불만을 갖고 있다”며 “산업 현장과 대학 교육이 동떨어져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말했다.

○ 수재를 범재로 만드는 고등교육

한국 초중고교생의 학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제학업성취도비교(PISA)와 국제수학과학능력평가(TIMSS)에서 영역마다 1∼4위를 차지할 만큼 높다. 이런 학생들이 고등교육을 마치면 범재(凡材)가 된다.

영남대 이효수(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미국 대학생은 한 학기에 4과목을 수강하기도 힘들어 하는데 한국 학생은 7, 8과목도 수강하는 현실이 대학 교육의 질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재정은 0.4%로 OECD 평균 1.1%의 절반도 안 된다.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27.6명으로 OECD 평균의 2배.

지난해 뉴스위크가 선정한 100대 대학에 한국 대학은 전무했고, 영국 더타임스의 평가에선 서울대(63위) 고려대(150위) 한국과학기술원(KAIST·198위)만 200위 안에 들었다.

고교 졸업자가 2015년부터 급격히 줄기 때문에 지금 대학들은 문을 닫을지 특성화로 살길을 찾을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 엘리트 조기 육성 서둘러야

경기 용인시 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는 올해 조기졸업생 6명 가운데 5명이 미국 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했거나 정시모집 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 학교 박하식 교감은 “외국 학교와 경쟁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죄악시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를 규제하는 정책을 내놓은 데 대한 불만이다.

더 큰 문제는 우수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게 하는 틀에 박힌 교육제도. 학교 선택권이 없어 소수의 특목고에 지원자가 몰리고 조기유학자가 급증하지만 정부는 ‘이기적인 교육열’로 치부한다. 교육 과정이 획일화돼 개인의 적성이나 특기를 키워 주지 못한다.

“한 명의 인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라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말이 한국의 교육 현실에선 통하지 않는다.

포스텍 박찬모 총장은 “한국은 우수 인재를 키울 길이 막혀 있다”면서 “장차 5년, 10년 뒤 고급 인력이 없어 한국 경제의 엔진이 멈출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 여성 인력을 활용해야

영어와 불어 실력이 뛰어난 김혜원(31·여) 씨는 남편 직장 때문에 프랑스에서 4년간 살다 귀국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프랑스에선 업체와 연계된 여성 취업교육이 활발해 일을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국내에선 한 번 취업 시기를 놓치거나 일을 중단하면 복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7%로 OECD 평균 79%에 크게 뒤진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사장된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 교육개혁이 인재 양성 지름길

경쟁력 있는 인적자원을 양성하려면 교육시스템을 고치고 대학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하지만 중고교와 대학에 경쟁 개념이 자리 잡지 못한 탓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소홀한 실정이다.

호남대 이현청 총장은 “정부 주도의 교육정책은 자율성을 떨어뜨려 현장의 교육혁신을 방해한다.”며 “교육시스템을 어떻게 혁신하느냐가 미래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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