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하버드대 감상기

2009. 11. 26. 15:29敎育

“공부벌레는 과장된 이미지…평범한 가치가 중요”

“하버드 법대생들은 정말 그렇게 공부벌레일까? 책이나 영화에서처럼 살벌하게…, 머리는 또 얼마나 좋을까?”

‘운이 좋아서’ 서울대와 미국 하버드대를 다녀볼 수 있었다는 서울중앙지법 문유석판사(사시 36회)는 “다를 것 없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 하버드대 학위 과정 연수중인 문 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통신망에 모교인 서울대 법대와 현재 학생 신분으로 공부하고 있는 하버드 대학 법대를 비교하는 글을 올렸다.

◇ 다를 게 없다

하버드 법대생들은 얼마나 머리가 좋을까?

한 학기를 하버드 법대에서 보낸 문 판사는 연수 전 가졌던 이 질문에 ‘별 다를 게 없다’고 밝혔다.

수업을 토론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논리 전개와 아이디어를 지켜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이른바 영특하다(brilliant)고 할 만한 학생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고 한다. 거칠게 분류해 10명 중 똑똑한 학생이 1~2명, 평범하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 4명, 대충 따라가는 학생이 4명 정도의 비율이라는 것이다.

문 판사는 “서울대 법대도, 사법연수원도, 하버드 법대도 모아 놓고 보면 결국 그 내부에서 잘하는 학생, 중간, 놀기 좋아하는 학생으로 갈라진다.”며 “이곳을 방문한 서울대 교수를 만났는데 하버드 학생들은 내부 편차가 심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입시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줄로 줄 세우기를 완벽하게 해왔기 때문에 편차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문 판사는 “(미국은) 하버드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대학이 풍부하다보니 우리나라처럼 심하게 한 대학에 몰리지는 않고, 인종적 다양성 등을 도모하려다 보니 어느 정도 (학생을) 배분해 편차가 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럼 하버드 법대생들은 정말 ‘하버드의 공부벌레들’일까. 역시 우리나라 대학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게 결론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펴 놓은 노트북 화면에서는 수영복을 입은 미녀 사진, 트럼프 카드를 옮기는 단순한 게임 화면, 채팅 화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벌레들’의 분위기에 그나마 가까운 것은 오직 1학년(미국에서는 1L이라고 부른다) 때뿐이다. 1학년 성적이 로펌 취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부벌레들’이라는 게 과장된 이미지이지만, 하버드는 예습을 하지 않으면 수업에 들어가는 게 의미가 없어 예습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한다고 문 판사는 덧붙였다.

◇ 학생들에게 ’스팸 메일’ 보내는 교수

그래도 다른 점은 있다.

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해 기억에 남을만한 종강 수업을 한 엘리자베스 워렌 교수와 린 로푸키 교수. 로푸키 교수는 학생들의 사고의 흐름을 손바닥 보듯 파악하면서 연쇄 질문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깨닫게 수업을 이끌었다고 한다. 문 판사는 ‘세상에 이렇게 잘 가르치는 사람이 있을 수가!’라고 감탄하면서 수업을 받아 본 것은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종강 후에도 교수는 시험 준비하는 학생들이 이메일로 질문을 하면 바로 수강 학생 전원에게 답장을 한다고 한다. 문 판사의 표현에 따르면 ‘스팸 메일’로 지정해버리고 싶을 만큼 교수의 이메일이 이어진다.

◇ “성실ㆍ책임감 등 평범한 가치가 중요”

하버드 학생들이 접속할 수 있는 홈페이지에는 모든 교수의 강의 평가표가 있다. 두 교수가 공동 강의를 한 수업에서는 공개적으로 A교수 강의는 탁월했는데, B 교수 강의는 지루했다고 비교하기도 한다. 수강 신청 때 수년치 강의 평가를 읽고 실제 수업에 들어가 직접 판단한 뒤 확정한다. 성의 없게 강의하는 교수는 살아남을 수없는 시스템이다.

한국의 법학이 개념 위에 개념을 쌓아가는 방식이라면, 미국의 법학은 철저하게 실사구시라는 점도 다르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스스로 헤엄쳐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가르치는 셈이다. 질문을 존중하는 미국식 교육 방법도 세계 최고의 법대를 가능하게 했다는 게 문 판사의 분석이다. 학생들은 말이 되든지 안 되든지 정말 주저 없이 질문을 하고, 교수는 참을성 있게 들어준다.

그러나 문 판사는 글 말미에 “시스템의 차이, 학문 풍토의 차이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정성, 성실 등 평범해 보이는 가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도, 학사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도서관 사서들도 정말 귀찮을 정도로 학생들 공부를 도와주려고 애를 쓴다.”며 “한국식으로 보면 참 재미없게 사는 사람들이지만 각자의 일을 존중하고 자기 일과 자기 권한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 판사는 “(한국의) 서점에 가보면 ‘나는 이렇게 하버드에 갔다’는 류(流)의 책들이 참 잘 팔린다.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의문이 드는 것은 하버드 가느라 고생은 했지만 그래서 무엇을 할 건가라는 점이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법학교수인 워렌 교수는 이름 한번 들어본 적 없는 시골의 작은 법대출신으로, 변호사를 하다가 작은 대학에서 강의를 맡게 되면서 열심히 강의하고 좋은 논문을 발표한 게 인연이 돼 하버드대 교수가 됐다고 한다.

문 판사는 “대가가 된 지금도 강의를 듣고 있으면 정말 교수가 학생보다 훨씬 더 눈을 반짝반짝하면서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행복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1등만 하고 1등 대학만 가고 1등 지위에 오른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며 “강한 책임을 기꺼이 질 가치관은 심어주지 않고 손쉽게 강한 힘에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로 아이들을 내모는 것이 진정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입력 : 2007.02.1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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