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14. 08:30ㆍ日記
50년 전 프레시맨 시절에 호기심과 충만한 의욕으로 하계노력봉사에 참가하였다.
장소는 밀양 남명리의 얼음골이다. 아마도 천연기념물 제224호로 지정되고(1970년) 시간이 오래되지 않아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진입로라든가 주변이 잘 정비되지 않아 통로를 정비하고, 주변을 정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때만 해도 거기로 가기 위해서는 개울을 건너서 산모롱이를 돌아서 한참을 가야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의 숙소는 거기 딱 한 개밖에 없는 가게 비슷하면서도 아닌 듯한 곳에서 한 1주일 동안 함께 기거했다.
낮에는 돌작업, 통로 정비, 밤에는 토론 등으로 휴식간에는 얼음장보다 더 차가운 물에 발 담그고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천연기념물 표시 돌비석이 흙속에 파묻혀 있는 것을 내가 발견하여 함께 세워 놓기도 하였다.
장마철 기상이 좋지 않은 어느 날 천황산(1,189m)을 등반하기로 대동단결하여 길을 찾아 나섰다. 안개와 비 등으로 길을 잃을 뻔 한 적도 있었지만 천신만고 끝에 등반에 성공하고 하산하였다.
거기서 선배나 친구들의 담배 피우는 모습에 매료되어 처음으로 담배를 접했다. 그 후로 담배를 피우다가 학위 논문 쓸 때 각혈하고, 폐가 좋지 않아 몇 년 끊었다. 이때 마누라가 소모성 질환인 폐결핵에는 보양이 제일이라 하여 토룡 등 온갖 보양식을 구해서 나에게 먹인다고 무척 고생했다. 참 고맙다. 명례 장모님께서는 살구씨 기름을 짜서 대기도 했다. 장모님, 고맙습니다. 그러다 80년대 중반 고교 3년생 진학지도를 하면서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여 2002년 월드컵 때까지 피웠다. 그리고 이 백해무익한 담배를 끊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먼저 일주일 동안은 나의 주무대인 집, 학교, 테니스장에서만 피우고, 둘째 주는 집에서는 금연하고, 학교와 테니스장과 계속 피우고, 그 다음 셋째 주는 학교에서도 금연하고, 테니스장에서만 피웠다. 다음 주에는 테니스장에서도 금연하여 3주만에 20년 넘게 피우던 담배를 완전히 끊고, 지금까지 계속 금연하고 있다.
하계노력봉사 이후 2학기 개강하고, 10월 연휴를 이용하여 같은 과 동료들과 천황산을 거쳐 사자평을 지나 표충사 옥류동천을 따라 하산하기로 산행계획을 잡고 출발하였다.
얼음골 입구서부터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여름에 무덥던 그때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기념사진을 몇 장 남겼는데 여기에 찍히지 않은 친구도 있지만 반백년이 지나니 사진도 색이 많이 바랬다. 친구들의 지금 모습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