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6. 16:06ㆍ敎育
미국으로 간 ‘한국의 1020’ 미국 명문대 입학관계자들, "한국 학생들 능력 탁월 더 많이 뽑을 계획 특목고 출신 특히 관심"
미국 명문대 입학처 관계자들은 한국 학생들의 학업 능력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국가별 유학생 비율에 구애받지 않고 자질이 뛰어난 한국 학생을 더 많이 뽑을 계획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잠재력과 봉사정신, 리더가 될 역량과 열정을 지닌 학생을 뽑는 선발 방식을 소개했다.
▶ 리처드 쇼 스탠퍼드대 입학처장
한국 학생들은 가장 우수한 유학생 집단 중 하나다. 스탠퍼드에서 능력을 보여준 민족사관고나 외국어고, 과학고 출신들에게 특히 관심이 많다. 한국 학생은 매우 명석하고 능력이 뛰어나다.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다소 문제가 있다면 영어다. 영어시험 점수는 높지만 실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입학사정 때 영어 능력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한국 대학들은 시험 점수 위주로 학생을 뽑는다는 한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학생들의 시험 점수만 보지 않는다. 중, 고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갖춘 학생을 원한다. 그런 학생들이 졸업 후 휼렛패커드(데이비드 패커드), 야후(제리 양), 구글(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 등 세계를 바꾼 아이디어 기업을 만들었다.
▶ 멜라니 뮐러 하버드대 입학사정관
한국 학생에게서 다른 학생에게 영감을 주고 동문으로 이름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봤다. 한국인 지원자 중에는 미국의 우수한 보딩스쿨과 한국의 과학고, 외국어고 졸업자 등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 많다는 게 인상적이다. 이는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통해 학교를 국제화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유학생들은 각 분야의 리더가 돼 세계 곳곳에서 일하면서 학교의 명예를 높일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고교에서 143명이 지원해 5명이 입학했다. 미국 고교 출신 한국인(조기 유학생)도 비슷하게 입학했다.
하버드는 지원자 개개인을 보고 판단한다. 국가별 쿼터는 없다. 한국 학생들은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SAT 등의 점수가 훌륭하다. 그러나 그 부분은 전체 입학사정에서 일부분에 불과하다. 우리는 다른 학생들에게 매력 있는 동료가 될 수 있는 학생을 찾는다. 지원자가 성장 과정에서 리더십을 보여줬는지, 창의력을 길렀는지,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진 적이 있는지를 세심히 살펴본다. 그런 경험이 세상을 이끌고, 또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닥치는 대로 읽고 쓰지 않으면 못 버텨요`
1020 한국 탈출 (中) 미국 간 한국 학생들의 생존법 자줏빛 벽돌 건물로 둘러싸인 하버드 교정에서 만난 이 학교 3학년 박원희(21, 여, 경제학)씨. 그는 2004년 2월 민족사관고를 졸업하며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미국 명문대 10곳에 동시 합격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의 첫 수업 느낌은 충격이었다. "미국 학생들이 그날 강의 주제인 책의 저자 생각까지 비판하더군요. 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만 급급했던 저로서는 놀라움이었습니다."
박씨는 첫 수업 이후 공부와 무관한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극도로 자제했다. 그 바람에 한국에서는 "적응을 하지 못하고 귀국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민족사관고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하기까지 주로 영어 수업을 들었던 그였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점수는 만점에 가까웠다.
하지만 미국에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그에게 영어는 여전히 넘기 힘든 벽이었다. 박씨는 "영어를 제법 한다고 생각했는데 못 알아듣는 말도 많았고 과제물의 글쓰기에도 애를 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공부 9단'(박씨는 3년 전 '공부 9단, 오기 10단'이라는 책을 썼다)이 난생 처음 겪어보는 학교에서의 어려움 이었다.
박씨는 "교회에 다니며 미국 친구들과 성경 토론을 하면서 영어 실력을 키웠고 닥치는 대로 읽고 썼다"며 "평소에는 다섯 시간, 시험 때는 서너 시간 자면서 공부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학점 3.8(4.0 만점)이상만 받는 우등생 증서를 받았다. 이번 학기에는 경제학 박사과정 수업을 들으며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오기 10단'의 승리였다.
미국 명문대에서 취재팀이 만난 학생들은 '세계 일류'로 거듭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그들은 태평양 너머에서 언어, 문화적 차이로 인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투지와 근성으로 난관을 헤쳐가고 있었다.
◆ "공부에서는 안 진다"
예일대 1학년 박진곤(20)씨는 최근 모교인 명문 보딩스쿨(기숙학교)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교사에게 e-메일을 보냈다. "선생님이 '이 학교에서만 살아남으면 대학 공부는 거저먹기'라고 얘기했는데 거짓말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박씨는 "헌법 과목 수업에 이틀 동안 100쪽 분량의 법전을 읽는데, 그 정도의 숙제를 해야 하는 과목이 한두 개가 아니다"며 "미국 친구들이 새벽까지 찬물 샤워를 해가며 공부를 하는데 질린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건 과외활동이건 지기 싫어 아예 밤을 새워 법전을 읽었다"고 털어놨다. 예일대 법학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 박씨는 '예일 폴리틱'이라는 교내 잡지를 만드는 동아리에서 외부 단체의 지원금을 따내는 과외활동도 하고 있었다.
같은 학교 2학년 박지호(20)씨. 그는 기숙사에서 자주 토론을 벌인다. 토론 주제는 이라크전과 같은 정치적인 문제부터 개인적인 취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는 "항상 토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들은 그를 '디베이터(Debator.토론가)'라고 부른다. 박씨는 "학교에서 수요일마다 버락 오바마(미 민주당 대선 후보), 조지 부시(전 미 대통령) 등 유명 인사를 초청해 토론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씨는 기숙사 동료들과의 교류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같은 기숙사에 사는 영화배우 덴젤 워싱턴의 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자,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딸과도 친하게 지낸다. 인맥 관리도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는 경제, 정치, 수학을 동시에 전공하면서 중국어와 프랑스어를 별도로 배우고 있었다. 박씨의 1학년 1학기 평균 학점은 3.9였다.
매사추세츠공대 3학년 권혁재(23.생물학)씨는 지난해 미국 대학 연합 연구발표대회에서 1등을 했다. 줄기세포로 인공장기를 만드는 연구와 관련된 것이었다. 권씨는 "선배들의 연구팀에 막무가내로 끼어서 실험을 하다 보니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교내 사격팀 소속이면서 3년째 2~3일에 한 번씩 8시간 동안 교내 응급구호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권씨는 "밤에 응급구호실에서 대기하며 의대 진학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로움이나 정서적 부적응으로 괴로워하는 학생도 있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갖고 있었다. 하버드대 1학년 안재연(20.경제학)씨는 "부모님 생각이 나거나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 때는 책을 접고 다른 학생들과 어울려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물론 드물기는 하지만 예일대에 다니던 유학생 J씨처럼 중도에 귀국하는 경우도 있다. 주변 학생들은 "공부를 못해서는 아니고 친구를 사귀는 데 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 "일류 교육이 성장 배경"
학생들은 대학의 우수한 교육 환경이 적응 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예일대의 박지호씨는 "뉴욕 타임스 에디터 출신 교수의 작문 수업에서 글 쓰는 방법을 처음으로 제대로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박원희씨는 "필수과목이 거의 없어 내가 배우고 싶은 분야의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다"고 했다. 프린스턴대 1학년 김현근씨는 "언제든 어렵지 않게 전공을 바꿀 수 있어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생물학과로 입학한 그는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꿀 계획이었다.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이상언, 임장혁, 박수련 기자 hylee@joongang.co.kr, jhim@joongang.co.kr, africasun@joongang.co.kr 2007.06.06 04:11 입력 / 2007.06.06 06:25 수정
로레알 여성생명과학상 특별상 받은‘하버드생 금나나씨, “영어실력 부족… 시험 땐 2시간 밖에 못자”
미스코리아 진 출신으로 하버드대 생물학과에 진학해 화제를 뿌린 금나나(25)씨. 19일 저녁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진흥상’ 특별상을 받기 전 기자와 만나 “청소년들에게 과학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펀드매니저도 과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더 잘한다잖아요. 제가 지금 공부한 과학은 나중에 무엇을 하더라도 큰 힘이 될 거라고 믿어요.” 미스코리아 진 출신으로 하버드대 생물학과에 진학해 화제를 뿌린 금나나(25·사진)씨가 19일 저녁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진흥상’ 특별상을 받았다. 시상 전 만난 금나나씨는 “지금 생물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학부를 마치면 의대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버드대에서의 생활이 어떠냐?”고 묻자 금씨는 “공부 외에 다른 일은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친구들보다 영어가 부족하니 그들이 2시간 공부할 때 4~5시간해야 돼요. 시험 때는 하루 2시간밖에 못 잡니다.” 엄살과 달리 금씨는 하버드대 성적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삼성전자 전 학년 장학생에 미국의 국가우수학생에도 뽑혔다.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입력 : 2007.06.20 00:39 / 수정 : 2007.06.2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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